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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나드론스타팅 Mar 31. 2020

드론, 과학수사 장비로서의 활용 가능성

실내 현장 감식에 사용되는 드론

드론과 과학수사 (1)


최초 군사 목적으로 개발되었던 드론은 저가의 완구용 드론에서부터 고가의 센서형 드론까지 그 종류가 다양해 졌고, 누구나 쉽게 구입하여 접할 수 있어 취미용에서부터 택배, 미디어, 통신 등 민간분야까지 일상생활에 빠르게 확산 중입니다. 기존 사진툴에 촬영모드가 추가되거나 4차 산업혁명에 발맞추어 인공지능(AI) 기능이 탑재된 드론을 개발하는 등 점차 드론 기술력이 발전하고 있는 만큼 그 활용 분야는 무궁무진해 질 수 있습니다.


경찰에서도 치안분야에 드론을 도입하여 운영할 예정으로, 2019년 9월 ‘경찰 무인비행장치 운용규칙’이라는 경찰청훈령을 만들었으나 현재는 실종자 수색에만 드론을 운용할 수 있다는 한계를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효율적인 치안업무 수행을 위해 실제로 많은 부서에서 드론을 업무에 적용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는 만큼 앞으로 드론 법규가 운영 목적에 맞게 개선되어 드론이 경찰 업무 전반에 활용될 것이라 예상됩니다.


제가 근무하고 있는 과학수사 분야에서도 드론을 현장감식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고, 실제 현장에서 접목시켜 보는 등 많은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전 칼럼에서 저는 여러분들께 감식범위가 넓고 위험요소가 많은 화재 및 안전사고 사건 등의 현장에 드론의 항공촬영 기능을 활용한 사례를 통해, 드론이 DSLR 카메라를 대체할 촬영장비로서 야외 현장감식을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드렸습니다.

  

  


  

드론야외 사건현장에서만 유용할까?

  

센서형 드론은 보통 1080p(FHD)에서 최대 4K(UHD)까지의 해상도가 지원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과학수사요원들이 사용하고 있는 CANON DSLR 카메라 중 EOS 70D 모델을 기준으로 볼 때 스펙상 기록 화소수가 720×480 에서 5472×3648 사이인 점과 비교해 보아도 충분히 드론으로도 높은 해상도의 사진 촬영이 가능합니다.

  

  

또한 드론의 항공촬영 기능은 구도 설정이 자유롭기 때문에 화각의 제약에서도 자유롭다는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DSLR 카메라로는 표현하기 힘든 화각의 장면을 담아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대형 화재현장이나 안전사고 등의 광범위한 야외현장에서 효율적인 사진촬영을 가능하게 합니다.

  

  

현장감식은 현장에 남아있는 지문, 족·윤적, 미세증거 등의 증거를 수집·채취하고, 증거를 통해 현장을 재구성하는 활동으로, 과학수사요원의 감식활동에는 항상 사진촬영이 선행됩니다. 현장사진은 범죄 현장을 발견 당시 그대로 유지하여 기록하기 때문에 수사상 중요한 증거자료로 활용되는데, 현장의 전체적인 상황과 사물 등의 배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전체사진 촬영이 필요합니다.

  

  

전체사진 촬영을 하는 감식 장소가 넓을 경우, 촬영자는 주로 파노라마 촬영법을 이용하여 현장을 설명합니다. 특히 화재나 변사 사건 등의 일부 야외현장은 DSLR 카메라의 표준렌즈 화각 내에서는 위 사진처럼 한 장의 사진으로는 특정 공간의 모습을 모두 표현할 수 없다는 한계로 인해 파노라마 촬영법을 통해 현장을 설명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러한 화각의 한계는 꼭 야외 현장에서만 해당되지 않습니다. 내부 면적이 넓은 실내 현장에서도 카메라 화각의 제한으로 파노라마 촬영법이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그래서 실내·외를 불문하고 감식 범위가 넓은 실내에서도 현장 전체를 관찰할 수 있는 항공촬영이 가능하다면 내부 현장에 대한 파노라마 촬영을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게 됩니다.

  

  


  

360VR 촬영법으로 현장 스캔이 가능할까?

  

예를 들어 과학수사요원이 화재가 발생한 건물 내로 들어가기 전 현장 외부 전경을 촬영하여 건물 외관을 일차적으로 스캔하듯, 실내 현장의 전체적인 상황 파악 및 현장재구성을 위해 드론의 파노라마 촬영법으로 일차적 스캐닝이 가능하지 않을까요?

  

과학수사요원들은 다양한 현장에 특성에 따라 DSLR 카메라 장비와 함께 3D 스캐너라는 장비를 선택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3D 스캐너도 콤팩트한 크기와 가벼운 무게로 드론만큼이나 휴대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스캐닝에 소요되는 시간은 내부 면적에 따라 천차만별입니다. 한 번 스캔하는데 3~4분의 시간이 소요되지만, 스캔하고자 하는 현장 내에서 여러 지점을 정해 수 회 반복 스캐닝을 해야 하기 때문에 내부면적이 넓을수록 정밀도는 높아지지만 작업 시간이 늘어나게 됩니다.

  

Leica BLK360

  

그렇다면 이러한 3D스캐너의 단점을 드론의 360VR 촬영법이 보완해 줄 수 없을까요?

  

360VR 촬영법은 파노라마 방식으로 사진을 촬영 및 합성(스티칭)하여 구체화시켜주는 것을 말합니다. 굳이 VR 스티칭 단계까지 가지 않더라도, 중첩지역을 고려하여 촬영된 수십 장의 파노라마 사진만으로 현장 내부의 전체사진 촬영이 완료되기 때문에 화각의 측면에서도 자유롭고, 시간적인 면에서도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들이 있습니다.

  

  

DJI 매빅2 Pro를 이용한 대형화재현장 360VR 촬영

  

  


  

프로펠러의 바람이 현장에 미치는 영향

  

혹시 ‘드론 vs. 선풍기. 그 승자는?’ 글을 보셨나요?

  

글 내용에 보면, 일반 가정용 선풍기 날개는 1단(미풍)에서 분당 260회, 3단(고속)에서 1,300회 정도의 속도로 회전한다고 합니다. DJI 팬텀의 경우 프로펠러의 분당 회전수(rpm)가 10,656rpm으로 선풍기 1단 속도보다 40배, 3단 속도보다 8배 가량 빠른 속도로 회전하고, 완구용 드론 시마X5C조차도 분당 4,070회 속도로 선풍기 3단의 속도의 3배 가량 빠르게 회전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현장에 남아있는 머리카락과 같은 미세증거물은 크기가 아주 작고, 무게가 가벼운 증거물이기 때문에 약한 선풍기 바람에도 쉽게 날아갈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드론 프로펠러에서 발생하는 바람은 이러한 미세증거물을 멸실시킬 수 있는 위험성을 갖고 있습니다. 최근 기체 크기를 소형화시켜 휴대성 등에 초점을 맞춘 DJI 매빅 Mini와 같은 콤팩트한 크기의 드론이 출시되는 추세가 보이고 있는데, 추후에 드론 기체별 양력 실험을 통해 현장 증거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할 계획입니다.

  

  


  

센서형 드론의 실내촬영

  

센서형 드론은 GPS 기반의 자율주행기능과 카메라, 적외선센서 등을 이용한 사물회피기능, 사물인식기능과 같은 각종 인텔리전트 기능을 갖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센서형 드론은 GPS 전파를 수신하여 여러 대의 GPS 인공위성 간의 거리를 삼각측량 방식으로 계산해 기체의 위치를 파악합니다.

  

  

GPS값을 최소 8개 이상 수신해야 하는데 실내에서는 위성에서 보내주는 신호가 사방의 벽에 의해 막혀있어 GPS신호가 잡히지 않아 정확한 호버링이 되지 않습니다. GPS신호가 없는 경우 기체는 하방의 비전 포지셔닝 센서에 의존해서 자신의 위치를 파악합니다. 기체 하부에 장착된 비전 카메라가 바닥의 이미지(패턴)을 인식하고, 초음파센서 혹은 적외선 센서가 바닥과의 거리를 측정하여 호버링하게 됩니다. 비전 센서가 작동 중임에도 호버링이 잘 되지 않고 기체가 천장이나 벽 쪽으로 흐르기도 하는데, 이는 건물의 대부분이 철골 구조를 사용하기 때문에 구조물 등에 의한 자기장, 전파 간섭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그 외에도 센서가 인식하는 바닥에 패턴이 없는 경우 기체가 패턴을 찾기 위해 움직일 수 있어 비행에 주의해야 합니다. 이러한 경우 사진촬영에는 큰 무리가 없지만, 영상을 촬영할 경우 흐르는 기체를 조종자가 조종기 조작을 통해 계속 잡아줘야 하기 때문에 정교한 컨트롤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을 무시하고 띄울 때에는 ATTI 모드(자세제어 모드)를 사용하는 방법도 있지만 조종술이 미흡한 조종자에게는 다소 부담감이 있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위 내용을 정리해 보면, 집 내부와 같은 좁은 면적의 실내 촬영은 증거물의 멸실 가능성이 높고, 드론 기체의 센서 오류 등의 문제로 드론의 사용에 유의해야 합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광고스튜디오 촬영현장에서도 드론을 활용해 광고 영상을 제작하고 있죠. 각 앵글마다 카메라 및 레일 등의 장비를 설치해야 하는 촬영 특성상 장비 세팅시간은 긴데 허용된 촬영시간은 짧다는 특수한 상황일 경우, 상대적으로 장비 세팅시간이 짧은 드론을 활용한다고 합니다.

  

촬영 시간도 단축되고, 짧은 비행시간 안에 많은 이미지 컷을 얻을 수 있고, 촬영 퀄리티도 나쁘지 않기 때문이죠. 사건 현장이 실내·외를 불문하고 현장상황 등에 다양한 변수가 존재한다는 특성을 감안해 본다면, 내부면적이 넓고 천장의 고도가 높은 실내이거나 최근 출시된 DJI 매빅미니나 덕트드론과 같은 소형드론을 활용하는 등 현장의 특성에 맞게 판단하여 실내현장 촬영에서도 드론을 적절히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상으로 제가 과학수사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경험을 바탕으로 경찰 과학수사 분야에서 드론의 활용 가능성을 두 편에 걸쳐 제시해 보았습니다. 스마트 치안을 추구하는 현재 경찰의 목표에 발맞추어, 드론의 특성과 종류에 따라 비행과 촬영에 관한 규제를 개선하고 경찰치안활동에 다각적인 드론 활용 방안에 대한 연구들이 계속된다면, 점차 각종 경찰 업무에 이용되는 드론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해봅니다.

  

  


WRITER 이단비

4차 산업혁명의 가장 핵심인 드론에 대한 관심으로 시작하여 현재 드론을 경찰업무에 활용하기 위하여 연구하는 전문적 학습공동체(폴드론아카데미) 일원으로 경찰 실종자 드론수색업무를 하고 있으며 경찰업무 중 과학수사 분야에 대하여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ldb896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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