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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아리 Jun 25. 2019

하루가 간다

개와 늑대를 구분할 수 없는 시간

퇴근하는 길도 출근하는 길처럼 생각보다 벅찬 기분이다 오늘도 늑대가 아닌 개처럼 하루를 살아내었구나 하루가 마무리되는 날 다시 하루를 시작할 준비를 한다 앞서거 뒤서거니 지친 번호판들이 줄줄이 늘어서 있는 도로. 멈춘 신호는 좀처럼 나아갈 생각이 없고 핸들을 놓은 채 하루 내 받지 못한 직사광선을 조금 다 쪼이려 고개를 돌리다 괜찮은 풍경을 발견하고는 사진을 찍는다

눈으로 담아낸 갓보다는 조금은 밋밋해 보이지만 오늘 하루는 멋진 하루였구나 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sns에 사진을 업로드한다 꽉 닫힌 창안에서 불어오는 에어컨 바람은 어쩐지 나를 서글프게 만든다 하루 종일 불었을 바람이 나에게만 멈춰있는 것 같아서. 신호가 바뀌고 나는 바퀴를 재촉하는 액셀을 밟는다 우우웅 하는 소리가 내가 내는 소리인지 다 낡은 배기통이 내는 간지 알 수는 없지만 그래도 오늘은 sns에 올릴 무언가를 건져내어서 다행이다 싶은 하루가 가고 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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