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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단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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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아리 Sep 15. 2020

탈출

문명에 관한 고찰

조용하던 새벽 밤

빠삐용이

동물원 우리에서 탈출했다


바깥은 소동이 일고

누군가는 걱정을 하고

누군가는 재밌는 일인 양

저마다의 표정으로

그의 표정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떠들썩한 저녁 식당 안

그를 쫓는 무리의 눈을 통해

그의 얼굴보았다    


두려움도 슬픔도 없는 무늬가

외마디 포효를 내 짖다가

무리의 발톱에 쓰러지고 만다 


빠삐용

  

아쉬운 대로 그의 이름을

소리 없이 불러보았다


쓰러져가는 그의 눈빛은

내 말에 대답이라도 하는 것처럼

조용히 깜빡였다


빠... 삐용... 삐....ㅃ...


사이렌 소리보다 큰 목소리들에

작은 경보는 더욱더 희미해져 갔다

 

빠삐용

그의 이름은

빠삐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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