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단편들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아리 Feb 11. 2017

출입금지

그의 방문은 언제나 닫혀있었다. 출입금지라는 표지가 없어도 아무도 그의 방문을 열어 들어가 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는 하루 중 세 번만 그 문을 열고 나왔다. 점심 먹고 한 번, 저녁 먹고 두 번, 그리고 자기 전에 세 번. 집은 항상 누군가가 있었기에 그가 편히 쉴 수 있는 곳이라고는 오로지 자기의 방뿐이었을 것이다.


공무원 시험에 네 번째 떨어지던 그는 가족들의 한숨소리와 그를 심해하는 눈초리를 뒤로 하고 스스로 방 안에 자신을 가두었다. 그가 방 안에서 무엇을 하는 지는 알길이 없었다. 간혹가다 들리는 컴퓨터 돌아가는 소리와 책장을 넘기는 소리에 으레 공부를 하고 있구나 하고 생각할 뿐이었다.


  동안 굳게 닫혀있던 그의 방문이 활짝 열린 때는 단 한번 뿐이었다. 언젠가부터 풍기던 악취에 못이겨 환기 좀 하라며 화내던 그의 어머니가 비상키로 문을 열었을 때. 그는 아무것도 담겨있지 않은 눈으로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렇게 출입금지는 끝이 났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