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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아리 Mar 11. 2017

얼음

얼음! 움직이면 죽는거야!

소년은 두 손으로 자신의 팔을 감싸고 그자리에 꼼짝없이 서서 누군가 땡을 울려줄 때까지 한치도 움직이지 않았다. 소년은 얼음이 깨지는 순간을 좋아했다. 그래서 자주 '얼음!'을 외쳤고 간혹 친구들에게 눈초리도 받곤 했지만 소년은 그것에 전혀 개의치 않았다.


소년은 집에서도 자주 얼음이 되곤했다.

술에 취하거나 종종 기분나쁜 모습을 한 아버지로부터 얼음이 되었지만 누구하나 땡을 울려주는 사람이 없었다. 그의 아버지의 손길은 그의 귓속을 땡하고 울렸지만 얼음은 깨지지 않았다.


 이후로도 소년은 자라서 종종 얼음이 되었다. 그를 떠나가는 첫사랑에게서, 보고서를 나무라는 상사 앞에서, 여전히 남아나지 않는 통장잔고 앞에서.


얼음은 움직이면 죽었지만 그의 얼음은 이제 움직이지 않으면 죽었다. 그는 두 손으로 자신을 감싸고 가만히 서서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누군가 자신을 땡! 하고 울려줄 때까지.

그는 아무런 미동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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