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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단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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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아리 Mar 21. 2017

A의 비극

  A는 자신이 나름대로 터프한 인생을 살아왔다고 자부했다. 방종과 무관심 속에서 젖을 먹고 자란 A는 자신의 엄마같은 여자들 속에서 청소년시절을 보냈고 갓 대학에 입학 했을 때는 자신의 아빠같은 사람들과 데이트를 하며 보냈다. 하지만 방종만으로는 생활을 견디기 힘들었는지 혹은 무관심에 이골이 났는지 A는 돌연 학교를 그만두고 나름대로 예술의 길로 향했다. A는 예술 속에서 예술을 배웠다. 지나치게 깐깐한 여자 밑에서 귀막고 3년을 보냈지만 눈과 입은 막기 싫었던지 -혹은 막지 못했던지- A는 어느 날 밤, 자신의 붓과 캔버스를 훔쳐 달아나고 말았다.


  A는 뭐든 할 수 있었지만 동시에 아무것도 하지않고 누워만 있었다. 가능하면 이렇게 살다 이렇게 죽고 싶을 정도로 A는 무기력하고 나태하면서 열정이 다시 솟아올랐다. 그렇게 A의 날을 보내던 중 A는 B를 만났다. B는 비교적 평탄한 삶을 살아왔다고 생각했다. 자신보다 나약하지만 언제나 희망을 품는, 인간보다도 더 인간같은 B가 제법 사랑스럽다고 생각했다. B는 B의 길이 있었는데 그 속에 한번 빠져들고 싶었던 A는 B의 길로 우회를 했다. 그리고 B가 주는 새로운 감각에 흠뻑 빠져들었다. 하지만 방종과 무관심이 익숙했던 A는 B에게서 금방 흥미를 잃었다. 그러고 나서는 B의 겉이 아닌 속을 추리하기 시작했다. 한번도 남의 생각을 한 적이 없던 A는 신이 나서 이것저것 가져다 대보기 시작했다. 어떤 날엔 그가 사랑스럽다가도 어떤 날엔 그저 나약하기만한 인간일 뿐이라고 자신이 신이라도 된 것 마냥 인간은 모순적이어서 아름다워라고 외치고 다니다가도 겉과 속이 다른 인간에 신물이 나고는 했다.


  A는 B에게 Y가 자신의 돈을 많이 뜯어갔다고 했다. 인간적인 동정심을 샀지만 그것이 맘에 들지 않았다. A는 Y가 밉다고 했다. Y가 자신을 찾아왔다고 했다. Y가 더이상 밉지 않다고 했다. Y가 행복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결국 A는 B를 떠났다. 그리고 자신이 찾기 전에는 자신을 볼 수 없게 해놓았다. 미로는 길을 아는 사람에겐 그저 수많은 길이 있는 방에 불과했지만 길을 모르는 사람에겐 영원이나 다름없는 것이었다.

  A의 비극이 시작된 곳은 바로 여기에서였다. 

  A는 자신이 미로의 길을 모두 아는 유일한 사람이라 여겼다. 그래서 사람도 금방 빠져나올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것이었다. 그래서 A는 C에게 사랑해라고 말하며 속으로는 네가 제일 좆같아라고 생각했다. A는 자신이 마음만 먹으면 항상 표정을 감출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따금 자신의 그런 천재적인 재능에 전율을 느끼곤 했다. 그러나 A는 몰랐다. 자신이 표정을 감추는 찰나마나 있었던 상대방의 침묵의 의미를. A는 몰랐다. 상대방이 자신을 얼마나 알고 있었는지를. 그래서 A에게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런 A의 모습에 질려하며 떠나갔는지를.


A빼고 모두가 알았던 것을

A만 몰랐다.


이것이 바로 A의 비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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