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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아리 Mar 22. 2017

중국발 미세먼지

  숙이는 바람부는 날이 잦은 고향이 싫다고 했다. 워낙 곱슬이 심한 탓에 아침 일찍 일어나 정성스레 말아올린 고데기가 금방 풀려버리기 때문이라고 했다. 숙이는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도 마스크를 끼지 않았다. 숙이는 미세먼지가 중국에서 날아오는 것은 과장이라고 했다. 공장단지에서 나오는 연기가 우리에게 더 안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 했다. 숙이는 고등어를 먹지 않았다. 푸른 등부분이 비려서 그렇다고 했다. 티브이에 나오는 모든 말을 믿지는 않지만 그래도 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나는 오늘처럼 미세먼지가 심한 날엔 마스크를 꼈다. 심하지 않은 날에는 목도리를 끌어올리곤 했다. 중국발 미세먼지가 바람을 타고 오는 날에는 하늘이 노랬다. 숙이는 이 모든 것은 과장된 것이라고 했다. 아무리 먼지가 많아 봐야 바다를 건너서 오겠느냐고. 역시 후진 동네라 바람도 많이 불고 먹을 것도 없다고. 공장이 아무리 많아 봐야 좋을 것이 하나도 없다고 했다. 숙이는 눈에 보이지 않는 공장 연기가 메스껍다고 했다. 나의 눈에는 노랗게 보이는 하늘이 숙이에게는 전부 하얗게 보였나보다.  

  

  오늘도 먼지가 가득 낀 바람이 불고 숙이는 여전히 고향을 싫어하고 마스크를 끼지 않고 고등어를 먹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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