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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단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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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아리 Apr 01. 2017

소금

"간이 안맞아."


그는 내가 만든 음식을 한 번 맛보더니 자신에겐 너무 맹탕이라며 소금을 찾았다. 짠 것을 좋아하는 그의 입맛에 맞춰 만든 것이라 내가 먹기엔 너무도 짰다. 그런데도 그는 싱겁다며 소금을 찾았다.


"그 소금 어디있냐."


그가 자주 찾는 소금을 가져다주었다. 그는 뚜껑을 열고 소금통을 두어번 톡톡 치고서는 음식을 맛보고 그제야 만족한 듯이 다시 숟가락을 들었다.

나는 걱정스럽게 소금통을 바라보았다. 음식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그렇다고 소금통에 들어가지도 못해 입구 근처에 붙어있는 자잘한 소금 알갱이들의 모습이 마치 그와 닮았다.


그는 치매에 걸리고나서부터 소금을 찾기 시작했다. 평생 짠 것이라고는 구경도 하지 않던 사람이 왜 그런 것일까.


자신의 입맛에 맞지 않으면 아예 입에도 대지않아 어머니는 식사를 준비할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러다 결국 아버지를 견디지 못하고 집을 나가셨다. 아버지는 그 이후로부터 이혼하지도 못하고 새로운 아내를 맞이하지도 못하고 살다가 치매에 걸리게 되셨다.


그때 어머니가 다 쓰지 못한 소금통이 마치 아버지의 처량한 모습과 닮았기때문일까. 아버지는 치매에 걸린 후로 꾸준히 그 소금을 찾고 있다. 소금이 비워지면 마치 무언가 새로 시작할 수 있을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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