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아리 Sep 12. 2020

바다의 대답


바다에 묻는다

하루의 고단함은 가볍고도 쉽게 뜨는 것이어서 파도에 실려 낯선 표면 위를 부유하다
태평양 제도 아무도 모르는 어딘가에 낡은 페트병처럼 오랫동안 늙지 않고 죽어가는 것이었다

여느 때처럼 지친 새벽을 안고 돌아오는 길에 마주친 알림판이 나를 떠밀었다

어디든 떠나라고

물살에 떠밀린 스티로폼처럼
아무도 없는 복도를 배회하는 유령처럼 그렇게
떠돌다가 문득 발 밑을 보았더니 조그만 조약돌들이 빛을 내며 제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나의 물음에 바다는 그렇게 답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미련이라 불리는 것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