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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아리 Oct 13. 2019

파도가 부서지는 순간

노을 지는 저녁

너의 눈동자에 비친 파도를 기억해


일렁이는 심장소리가 하얗게 부서질 때마다

모래 위 선명히 남은 발자국이 너의 곁으로 다가가고 있었던 것을

두 뺨 붉게 물 나의 세상이 온통

너에게로 기울어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면

지평선을 알록달록한 색으로 물들이는

불꽃을 바라보는 너를 더 가까이 안을 수 있었을까


손끝을 스쳐 지나가는 바람이 조금 더 세게 불어

 손등을 맞닿은 채로 오랜 시간을 걸었더라면

 억 광년 아득한 별빛을 사이에 두고

억겁의 시간을 그리워하지 않아도 되었을까


짙푸른 빛이 도는 밤

너의 머릿결 사이로 스며드는 어둠을 떠올려


햇빛이 아스라이 바스러지고

땅거미도 나무 사이로 숨어드는 때

어깨너머로 전해지는 조그마한 숨결을 끌어안아

36.5도씨 낯선 이름을 몇 번 불러보았다면

365일 그리운 그 이름을 찰나라도 잊을까 싶어

매일 불러보아도 채워지지 않을 메아리로

귓가를 울리고 있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너는 기억할까

아주 잠깐이었지만

우리가 서로를 바라보았던

파도가 부서지는 순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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