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 때문이다
첫사랑을 잃고 사랑은 상대의 장점 때문이 아니라 존재 때문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난 이별에 몹시 약하다. 반복되어도 매번, 며칠 동안 잠들지 못하고 제대로 먹지 못하고 아무것도 못하고 글만 썼다. 그런데 마흔이 넘었는데도 똑같을 줄은 정말 몰랐다.
천사에게 물어보았다. 스물두 살 때부터 지금까지 나는 계속 같은 문제가 있다고. 전 남자친구 얘기하고 과거에 집착하고 비교하면서 남자를 괴롭힌다고. 오빠도 그래서 나한테 헤어지자고 했던 거냐고 물었다. 천사는 그게 컸다고, 다른 이유는 없었다고 했다. 그런데 왜 다시 나에게 돌아오려고 했는지도 물었다. 성격이 나빠서 헤어졌는데 왜 다시 돌아오려고 했는지 되물었다. 내 투정이 보고 싶었다고, 내 성격은 나쁜 게 아니라 다른 거라고 천사가 답했다.
지긋지긋하니 헤어지자는 말을 한 남자를 붙잡고 싶어서 미칠 것 같다고 했더니 절대로 연락하지 말란다. 전화도 문자도 편지도, 1년 후 연락도 다 하지 말라고 했다. 너를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을 만나라고. 아플 때 신경 안 써주는 남자는 너를 아껴주는 사람이 아니라고. 그리고 내가 미련 보이면 더 싫어한다고. 미련이 있으면 그 사람이 연락할 거라고.
이 나이에 이런 걸로 울고 있는 나를 천사는 여전히 소녀라고 했다. 그리고 그게 나답다고, 징징대고 투정 부리는 게 내 매력이라고 말했다. 어이가 없어서, 내가 고쳐야 할 가장 큰 단점이 내 매력이냐고 따져 물었다. 사람은 기계가 아니니까 고치거나 바꾸는 게 아니라고, 사랑은 맞춰가는 거라고 알려주었다. 날 위해주고 맞춰줄 수 있는 사람이 분명히 날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일러주었다.
나는 내가 왜 스물두 살에 “사랑은 존재 때문이다.”라고 공언을 하게 되었는지 다시금 명확히 알게 되었다. 나는 그런 사랑을 했고 그런 사랑을 받았다. 그리고 그런 사랑은 여전히 존재한다.
천사는 스물두 살 나의 전부를 사랑했고, 나는 그의 장점을 좋아해서 우리는 연이 되지 않았다.
그렇게 20년도 더 지난 오늘의 천사는 나를 이렇게 위로했다.
너는 충분히 사랑스러운 아이라고, 돌아가고 싶을 만큼 사랑스러운 사람이라고, 단점도 사랑스러웠다고, 줄 수 있어 행복했다고, 네 곁을 안 떠날 좋은 사람 만날 수 있다고, 떠난 사람이 문제인 거라고.
나는 충분히 위로받았고 4개월 남짓 사귀었던 그의 흔적을 말끔히 지웠다.
어떤 연락도 하지 않을게. 나는 단 한 번도 쿨하게 헤어져 본 적이 없는데 당신한테는 해줄게. 내가 당신을 위해 해 줄 수 있는 게 그것밖에 없으니까.
사랑은 받아보지 않으면 못하는 게 맞대. 내가 당신의 전부를 사랑했으니 이제는 당신도 그렇게 사랑할 수 있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