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란 여자

사랑하는 여자

by dropfairy

참 이상하다.

불쌍한 사람을 좋아한다.

많이 가진 사람. 화사해 보이긴 해도 마음이 안 끌린다.

초등학교 1학년때부터 그랬다.


유독 많은 결핍을 가지고 있는 한 아이, 그런 사실을 알고 나서 그 아이가 좋아졌다.

그 이후를 주욱 생각해 보면 내가 마음을 주었던 모든 사람은 닮아 있는 것 같다. 하나같이 가슴에 덩그런 멍을 지고 있었다.

첫 만남의 웃음 속에서도 나는 이 사람이 아픈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너의 슬픔 때문에 네가 나에게 강렬하다는 걸 직감적으로 깨닫고 있었다.


그리고 벗어날 생각은 하지 않았다.

너의 상처가 나까지 덧나게 해도 나는 반드시 치유해 낼 것이므로 네가 내 옆에 있는 한 너는 마침내 행복해질 것이므로 너를 피해야겠다는 결심은 미처 하지 않았다.

나란 여자


가끔 똑똑한 것 같은데 참 이해 안 된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모든 것의 이유를 알고 있는데 서러운 사람에게 다가가고픈 그 이유만큼은 모르겠다.

지금도 너에 대해 내가 아는 건, 내 눈에 너의 그늘이 내려앉지 않았다면 네 발 앞에 무릎 꿇지 않았을 거라는 거.

너는 나를 왜 사랑했는지 몰라도 사실 나는 불쌍해서 너를 좋아했다.

가슴에 묻어두었던 이 말을 꺼내고 죽을 때까지 나를 용서하지 못한다는 너의 약속을 들었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거다.


네가 아픈 줄 알아서 네 손을 잡았던 거다.

이유는 정말 모르지만 그런 너라서 좋았던 거다.

나는 단지 사랑을 했는데 결국 너에게 가장 극악한 죄인이 되었다.

하지만 나란 여잔 다만, 어쩔 수 없이 사랑에 빠졌던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