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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방울 Feb 06. 2024

방패로도 막을 수 없는 그것

그때는 알지 못했죠.


막을래야, 막을 수 없었던 그것

바로 내 남자의 방귀 소리.


화장실에서 대포 같은 내 남편의 방귀소리는 어찌할꼬! 차마 그것까지 조절해라 뀌지 마라 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소리가 학교 밖까지 나가겠어.' 농담하듯 가볍게 얘기하면서 마음 넓은 듯 하하 웃어넘기는 척했다. 실상은 아랫입술을 꼭 깨물고는 새어 나오는 한숨을 조심스레 내뱉었다.


"빤쓰 구멍 다 나겠네. 하하!"


'진짜, 저 폭탄 소리를 어쩔 것인가!' 하면서 상황을 바꿀 수 없는 시간을 보냈다. 할 수 없는 노릇 아닌가. 남편의 방귀 구멍까지 막을 순 없었다. 옆집엔 교감 선생님이 쓰는 화장실과 맞닿은 우리 화장실. 이맘때 그의 방귀 소리는 가슴을 쓸어내릴 정도로, 내 얼굴이 붉어질 정도로 유난히도 컸다. 흡사 거짓말 1도 보탬 없이 정말 개조한 자동차 출발 소리의 굉음 같았다. 소리도 크지만 어찌나 길게 이어지는지. 나도 모르게 화장실을 향해 폭주족을 째려보둣 눈을 흘겼다.


그가 온 날에는 교감 선생님은 내게 가끔 물어보셨다.

"어젠 사부님이 오셨나 봐."

남편의 차를 보고 아셨을지도 모르지만 이 말이 왠지 그의 방귀소리 때문은 아닐까 하는 혼자만의 뜨끔함을 품기도 했다. 남편은 바쁘지 않으면 주중에도 번씩 관사로 돌아왔다.


아, 물론 남편이 오면 좋았다고 기록하기로 하자. 오해 마시길. 다행인 건 남편이 오는 주말과 겹치는 시간이 많지 않았으니 한 달에 서너 번만 두 눈 질끈 감고 안 들은 듯 참으면 되었다.


그 당시엔 알지 못했다. 알았다면 이 남자, 바로 수술을 시켰을 텐데. 그것도 모르고 몇 년을 방치했다니, 나는 그동안 눈칫밥을 먹었고, 남편의 치질은 악화가 되기만 했던 걸 나중에야 깨달았다.

(혹시나 나중에 남편이 볼 수도 있지 않을까 하여 덧붙이는데,  당신을 부끄럽게 하려고 하는 말이 아니에요. 늦지 않게 잘 관리할 수 있도록 누군가 엔 겐 도움이 될지도 모르잖아요! 그 당시 나의 마음이 그랬다는 걸 떠올리며 기록하며 내 안을 다시 들여다보기 위한 것이니, 부끄러워하지 말아요. 반대로 당신이 내 이야기를 쓴다면 어떨까 하니, 음... 그건 그때 생각하는 게 낫겠네요. 아님 글을 쓰지 못할 것 같으니 말이에요.)

 

사진출처 헬스조선 사진 캡쳐
가스를 많이 생성하는 음식을
섭취하면 자연스럽게 가스의 양이
증가하고, 이에 따라 방귀 소리도
커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이 아니고
평소보다 방귀 소리가 갑자기 커진다면,
치질증상 방귀소리로, 치질이나 치핵과 같은
항문 질환과 관련이 있을 수 있습니다.

치질이나 치핵은 항문 주변에
발생하는 붓기나 혹으로, 이러한 증상이
항문 입구를 좁게 만들어 방귀가 나갈 때
더 큰 소리를 내게 됩니다.


삶이면서도 때론 일터가 되기도 하는 이 미묘한 공간. 소리쳐 말하면 벽을 통해서도 대화가 가능할 정도의 벽간 소음을 시간이 지나고 알게 되었다. 화장실이야 여느 다세대 주택이나 아파트에서는 소리를 전해주는 울림통임을 알고는 있지만 벽이 이리도 가까울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건 처음이었다.


지금은 이렇게 내 이야기를 부끄러움을 무릅쓰고도 쉽게 얘기할 수 있는 일이 되었지만.(아니, 부끄럽지는 않다. 다만, 민폐라면 민폐였을 소음을 드린 부분에 대한 죄송한 마음이 있다. 그 소음뿐만이 아니라 우리 가족이 살면서 만드는 생활 소음을 너그러이 이해해 주신 우리 학교 선생님들께 가슴 깊이 감사의 마음을 전해 본다.)


 남편의 방귀가 정말이지 그 당시에 나의 관사 생활 스트레스 중 하나였다면 믿겠는가! 남의 시선을 두려워하는 자. 바로 나다. 아줌마가 되고 비로소 내가 가장 소중한 존재이며, 남들은 생각보다 내게 관심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좀 옅어지긴 했지만 말이다.


미움받을 용기. 마흔 넘어서야 내겐 그런 용기가 생기기 시작했다.


우리가 누군가에게
미움받아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우리가 우리 자신의 방식에 따라
자유롭게 살고 있다는 뜻이다.

어쩌면 누군가에게 미움받는다는 것은 세상에서 내 뜻대로
자유롭게 살아가기 위해
지불해야만 하는 대가일 것이다.


          -'아들러의 심리학을 읽는 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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