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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방울 Mar 15. 2024

선생님께 선생님을 드릴게요!

나는 너희들의 사랑을 먹고 산다.

"떤쌩니임~~~!"

"안녕!"

교실 문을 여는 순간 들리는 한 아이의 목소리. 나보다 일찍 온 아이는 혼자서 무엇을 했을까? 아침부터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반갑게 맞아주는 아이들이 있어 힐링이다. 집에 돌아가면 냉랭한 사춘기 아이들의 밝지 않은 인사. 걸걸하고 내려앉은 목소리로 짧은 인사를 하며 머리만 내밀었다 그냥 방으로 쏙 들어가는 일이 많다. 어릴 적 달려와 품에 안기던 그 아이들이 그리워서 서운한 마음을 꾹 눌렀다가 조금이라도 걸리는 것이 있으면 화를 내게 되기도 한다. 요즘 사랑이 고프다. 내 아이들의 사랑. 나는 여전히 아이의 성장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채 받아들이지 못하고 철부지 엄마 가슴엔 서운한 감정이 불쑥불쑥 차오른다. 우리 아이들에게 받고 싶은 사랑이 목마른 찰나, 학교에서 반 아이들에게 받는 사랑으로 목을 축인다.


"선생님, 이거 봐요."

아이 손에 들려있는 것은 예쁜 한 소녀의 그림.

"어머, 유리야, 그림 진짜 잘 그린다. 이 아이 너무 예쁘다. 이 그림 혹시 유리니?"

"아니요, 떤생님 드릴려고 어제부터 그렸어요."

그러고 보니 정말 어제 내가 입은 옷을 그대로 그려놓았다.

"선생님이 이렇게 예뻐? 어머나, 고마워라."

나는 아이의 그림을 받아 들고 종합장 위에 매달려 있던 동글동글 구멍 뚫린 흔적을 칼로 반듯하게 잘라내고, TV 뒤에 게시판 한 켠에 붙여두었다. 사진도 찰칵 찍었다. 오늘 아침 나를 행복하게 한 유리의 마음과 선물은 받은 행복한 마음을 담아서.

그 모습을 아이들이 놓칠세라 너도나도 읽던 그림책을 집어넣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앞다투어 내 모습을 그린 그림을 가져오기 시작한다.

아이들이 그린 내 모습

'이를 어쩐담?' 게시판에 다 붙일 수 있으려나. 큰일이네. 모든 친구의 그림을 어떻게 여기에 다 붙이지?'

"선생님, 이거 선생님이에요."

"선생님! 선생님한테 왕관도 씌웠다요."

"선생님, 정말 예뻐요."

"선생님은 목소리도 정말 천사 같아요."

이런 소리를 누구에게 들을 수 있을까? 선생님에게 사랑받고 싶어 하는 아이들. 그리고 진심으로 나를 좋아해 주는 아이들. 학교가 끝나고 돌봄 교실이 끝난 늦은 시간. 뒷문을 빼꼼히 열고 "선생님, 사랑해요!"외치고 사라지는 어진이.

'시간이 지나면 받지 못할 이 사랑을 지금 다 누리자. 그만두라고 말하지 않겠어. 너희가 주는 사랑으로 선생님도 자란단다. 아이들은 금세 커버릴 테지? 우리 아이들처럼. 지금 이 순간을 간직해 두어야지. 주는 대로 너희들의 사랑을 듬뿍 받아야지. 선생님도 너희들에게 폭 쏟아부을게.'


해맑은 여덟 살 아이들. 아이들에게 순수함을 배운다. 사랑에 목마른 선생님은 교실로 샘물 먹으러 간다. 샘물 먹다가 아이들과 함께 아이가 되어버릴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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