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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전해 들은 봄소식

봄이 오려나

by 빛방울

교실에서

아이들과

민들레를 접는다

봄이 오려나


도화지에 면봉으로

노란 물감을 찍어

꽃을 피운다

봄이 오려나


입학식날

펄펄 나리는 눈송이를 맞으며

미리 걸어놓은 봄원피스를 도로 넣고

겨울 옷을 꺼내 입었다

봄이 오려나


드라이 맡겼던

두터운 옷을 다시 꺼낼까 말까

드라이비가 아까워

다시 넣고는

겹겹이 입은 옷을 여미며

몸을 움츠린다

봄이 오려나


불어오는 바람에

봄향기는 타고 오는데

들려오는 소식은 춥기만 하다

봄이 오려나


순식간에 불바다로 만든 큰 산불

불길을 피할 새 없이 모든 것이 재가 되고

불에 맞서 싸우다 목숨을 잃고만 슬픔

가슴이 서늘하다

봄이 오려나


서울 도로 한복판에

갑작스레 생겨난 거대한 싱크홀

놀란 가슴

무거운 한숨

봄이 오려나


중심을 잃고

혼란해진 나라

아까분 시간만 흘러가고

결론이 길어지는 숨 막히는 시간

봄이 오려나


3월이 다 갔는데

휘몰아치는 눈발

봄 카디건 위에

겨울장갑을 꺼내고 목도리를 두른다

겨울보다 더 추운 3월

봄이 오려나


선생님,

학교 오는 길에 어제 접은

민들레 봤어요


봄이 오려나

잔뜩 웅크린 채로 걷다 보니

이미 온 봄을 보지 못했나 보다


선생님,

우리 집 마당에

분홍색 꽃이 피려고 하나 봐요

아침에 봤더니 꽃봉오리 생겼어요


봄이 오려나보다

난 보지 못했는데

아이들이 잃어버린 봄을 찾아주었다


봄이 오려나

봄이 정말 오면 좋겠다


봄처럼

희망의 씨앗이 톡톡 터져 나오고

봄처럼

따뜻한 소식이 활짝 피고

봄처럼

행복한 웃음이 넘치면 참 좋겠다


모두에게 따뜻한 봄이 어서 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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