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벅지를 원하십니까?
오늘의 글감 : 누군가와 함께 하는 것
방울이 다리는 무시 다리(경상도 사투리)
방울이 다리는 코끼리 다리.
어린 시절 콤플렉스가 생겼다. 엄마가 늘 우리 예쁜 딸 예쁜 딸 노래를 불러주셔서 나는 내가 정말 엄청 예쁘기만 한 줄 알았다. 사촌 오빠는 나만 만나면 맨날 놀렸다. 어린 나이인데도 그 말이 적잖이 충격이 되었다. 그다음부터는 내 다리만 보였다. 다른 사람의 다리도 자꾸 쳐다보게 되었다. 치마 입는 것을 좋아했던 나는 추운 겨울에도 치마를 입게 해달라고 졸랐다. 엄마는 마지못해 내복을 입혀서 스타킹을 신겨 주었다. 내복 때문에 울퉁불퉁한 다리가 예쁘게 느껴지지 않아서 엄마 몰래 내복을 벗어던지고 다시 스타킹을 입었다.
멋 내느라 얼어 죽겠다.
하는 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 이후에도 나는 내내 다리 콤플렉스가 오래갔다. 다리가 길어지고 예뻐지는 꿈을 꾸기도 했다. 그런 날들을 떠올리면 피식 웃음이 나기도 하지만 어린 시절의 방울이는 예쁜 다리 갖는 게 소원 중 하나였다.
어린아이들에게 어른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정말이지 세상을 보는 거울이 되고 나를 이름 짓는 또 다른 이름이 되기도 한다는 것을 알 것 같다.
다 성장한 방울이는 여전히 튼튼하고 굵은 다리로 밝고 씩씩하게 살고 있다. 심지어 다리가 굵어지는 행동을 한다는 건 놀라운 일이다.
살다 보니, 튼튼한 다리가 최고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리뿐만은 아니지. 운동을 하면서 몸으로 느끼게 되고 운동하는 시간이 쌓여 나도 모르는 사이 차곡차곡 쌓이는 힘으로 모든 삶이 바뀌어 간다는 것도. 그건 그렇고 다시 다리 이야기. 아니 이제야 드디어 함께 하는 일에 대한 이야기.
100일 스퀏 챌린지. 여러 명이 매일 스쿼트를 하기를 했다. 처음에는 자세를 잘 몰라서 어정쩡한 채로 횟수를 채우기도 했고, 무릎이 아픈 날도 더러 있었다. 그럼에도 같이 하니까 경쟁하듯이 매일매일 조금씩 하게 되었다. 아마 혼자 했다면 금세 놓고 말았을 것 같다. 처음엔 30번, 다음엔 50번, 땀이 삐질삐질 나는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 매일 누적되는 스쿼트 수를 보는 재미도 있고 허벅지가 단단해지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매일 500개 하는 S는 도저히 따라갈 수도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상대라서 1등 자리는 차치하더라도 선두 자리는 지키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그 마음따라 열심히 하게 되니 혼자서 했더라면 지금까지 내가 할 수 있었을까 싶다.
'오늘도 200개 완료!'
올라오는 인증 사진과 글을 보고는 잊고 있던 스쿼트 미션을 떠올리고 운동 시작 전이나, 자기 전에 꼭 하게 되었다. 나도 오늘 꼭 하리라!
게으름을 피우는 사이 2등 자리도 놓치게 되고, 3등과 4등 사이를 오가며 엎치락 뒤치락 뒤바뀌는 순위 싸움도 쫄깃한 순간들이 되기도 했다. 몇 개 차이로 나를 넘어선 K를 기어코 뒤집고 말겠다는 승부욕으로 스쿼트를 해본다. 터질듯한 허벅지의 느낌이 나쁘지 않다. 굳이 K를 놀리듯 순위표로 인증샷을 남기며 서로 웃으며 응원하는 말을 전하며 그렇게 100일 스쿼트 챌린지가 마무리 되었다.
그 사이 출렁이던 배는 더욱 견고해지고, 몰랑거리던 허벅지에는 조금만 힘을 주어도 손가락 하나 들어가지 않는 튼실한 다리를 갖게 되었다.
또 이렇게 나를 일으키는 또 다른 사람들.
사람은 역시 혼자서 살아갈 수가 없다. 설사 혼자서 굳건히 살 수 있더라도 이런 자극을 받으며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가 있을까? 스쿼트이든, 글쓰기든, 운동이든, 공부든, 그게 무엇이든지 함께 하면 기대할 수 없었던 좋은 일들이 생긴다는 것을! 혼자서는 몇 번이고 포기했을 그 많은 것들을 함께 하기에 오랫동안 꾸준히 걸어갈 수 있다는 것을 알아버렸다. '함께'의 맛! 그건 빼놓을 수 없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삶의 멋이고 맛이다!
챌린지가 끝나고 잠시 쉬는 사이 뱃살이 출렁이기 시작한다. 단단했던 허벅지에 부드러움이 밀려온다. 다시 날 잡아줄 그대들이 필요하다. 12월 31일까지 올해의 마지막 스쿼트를 다시 시작해보자고 말을 걸어야겠다.
함께 하시겠소이까?
허벅지가 터지도록 스쿼트를 하며 건강해지고, 서로 응원해주고 격려해주며 함께 나아갈 수 있게. 서로의 게으름도 인정해주고 잠시 쉬어도 다시 시작할 수 있게 힘이 되어주며 그렇게 오래 오래 함께 하고 싶다.
다시 태어나지 않는 이상 길고 늘씬한 다리를 가질 수 없지만, 많은 이들과 함께 걷고, 뛰고, 스쿼트를 하며 단단해지고 굵은 다리로 세상을 힘차게 걸어갈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글쓰는 작가님들과 글을 쓰고 나눌 수 있다는 것에 또다시 감사함을 전하지 않을 수가 없다.
'함께'하기에 행복한 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