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복싱

쨉! 쨉! 원 투!

by 빛방울

체력은 국력이다.


'체력은 국력이다'는 1960~70년대 한국에서 국가 발전 구호로 대중화된 말이지만 여전히 그대로 쓰이기도 한다. 나에게 체력은 자신감의 원천이다.


무거운 박스도 겨우 들고 질질 끌고 다녔던 게 불과 1-2년 전이다. 오래 앉아있는 게 힘들고, 습관처럼 입에는 아이고아이고 소리가 절로 나왔더랬다. 20년 동안 1주일에 1~2번은 마트 가듯이 정형외과와 한의원을 단골처럼 다녔다.


2024년 5월. 나에겐 굉장히 역사적인 달이다. 숨쉬기 운동을 가장 선호하고 운동을 하더라도 정적인 요가 정도만 했던 내가 헬스장을 다니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많은 것이 바뀌었다. 시작한 운동으로 식사 습관, 자는 습관, 하루의 루틴이 바뀌었다. 하는 일이 더 늘어났고 무엇을 하든 이제 겁먹지 않고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운동을 하니 허리 통증은 물론이고 몸 전체의 균형이 느껴지고 일상에 활기가 생겼다. 매일 피곤한 얼굴로 터덜거리며 집에 오던 내가 달라졌다.


그 이후, 나는 마라톤을 도전했고 얼마 전에는 복싱을 시작했다.

물론 내가 하고 싶어서 시작한 건 아니다.


방학 동안 딸냄이 봄이의 약한 체력을 길러주기 위해서 함께 다니기로 했다. 예전의 나였더라면 생각도 못했을 것이다. 그냥 학원비를 쥐어주고 억지로 혼자 보냈을 터인데 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딸냄이 핑계 대고 도전장을 내민 셈이다.


새벽엔 헬스장, 오후엔 딸과 복싱장. 누가 보면 운동선수인 줄 알겠네. 줄넘기로 시작하여 내내 복싱 동작을 배우며 연신 뛰면 땀이 주르륵, 꽤나 힘들지만 너무 재밌다. 복싱 레슨 후, 근력 운동에서도 여느 남성들과 비교해도 잘 따라 하는 걸 보며 우쭐해진다.


운동한 보람이 있음을 느낀다. 어깨뽕이 뽈록 뽈록거린다. 건강을 위해 시작한 운동은 딸과의 소통 시간이 되기도 한다. 서로를 응원해주기도 하고, 서로의 어설픈 포즈에 소리 없는 웃음을 터뜨리기도 한다. 운동을 하러 함께 걷는 시간, 돌아오는 길에 아이스크림을 사 먹거나 붕어빵을 먹는 것도, 춥고 매서운 바람을 맞으며 서로 꼭 붙어있는 순간도. 돌아오는 길에 우연히 만난 눈 길에 들떠서 멀리 돌아 공원으로 아무도 걷지 않는 흰 길에 발자국을 남기는 순간도.


방학 때에만 가능한 일이지만 운동하길 잘했다. 운동으로 길러진 체력 덕분에 딸과도 이렇게 함께 즐길 수 있음에 너무 감사하다. 체력에 대한 자신감이 생기니, 삶이 달라진다. 새로운 도전 앞에 두렵지 않고 오히려 즐길 수 있는 여유가 생겨서 감사하다.


매일의 글쓰기를 위해 일단 발행, 후 퇴고!

요즘의 활기찬 일상에 감사하는 중이다.

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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