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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방울 Dec 02. 2023

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

행복 담을 바구니 들고 기다리세요!

가끔은 예기치 않는 곳에서 인연을 만나게 된다.

때로는 막다른 길목에서 한숨을 쉴 때 숨통이 트일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두 분 인상이 참 좋으세요. 두 분 분위기가 비슷하신데 혹시 부부세요?"

"네, 맞아요. 저희 둘이 부부예요."

"아, 어쩐지 닮으셨어요."


아이들 대상으로 안전교육을 하러 오신 강사님과 차 한잔 마시다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내가 있는 지역과 한참 떨어진 곳이었는데 멀리까지 오신 연유가 궁금했다.


남편 분은 몇 해 전 퇴직을 하시고 안전교육 연수를 하러 다니시는데, 가끔 여행 삼아 다닌다고 하셨다. 아내분이 스케쥴이 없으실 때에는 두 분이 여행 삼아 다니신다고 했다. 그 모습도 좋아보이고 노년의 여유로움이 느껴져서 부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아내 분 직업은 따로 있었는데 꽃차소뮬리에라고 하셨다. 나는 눈이 번쩍 뜨였다. 올 초에 아이들과 텃밭에 식용꽃을 심어서 꽃사탕을 만들어 먹고 꽃으로 음식을 만들어 먹을 야심찬 계획을 세웠더랬다. 그런데 아이들과 꽃도 제대로 가꾸지 못하고 손길이 그리운 흐드러진 꽃을 보고는 얼른 해야지, 해야지 하고 미루다가 가을이 되고, 겨울이 되었다. 바쁜 일과 중 어쩌다 생각이 나면 아이들과 물을 주러 갔다가 꽃잎을 따서 냄새를 맡아보거나, 꽃잎을 따서 입에 넣어보는 정도로 끝나는 활동이 되고 말았다.

'꽃들에게 미안해.' '아이들에게 미안해.'

무거운 마음이 있었던 찰나, 이 분을 만나게 되어서 너무 반가웠다.

5분도 안되는 짧은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다시 뵙고 싶은 마음에 명함을 받아두었다.


그러던 어느 날, 계획된 연수를 앞두고 학교에 오시기로 하신 강사님이 개인 사정으로 못 오신다는 연락을 받았다. 급하게 소개 받은 다른 강사분들과 일정을 조절하다가 여의치 않던 찰나. 휴대폰에 꽂힌 명함 한 장이 보였다.


"안녕하세요? 지난 번에 K학교에 오셨을 때 뵈었던 J교사입니다."

"아, 네. 안녕하세요?"


그때 이야기 나누었던 것을 기억하셨는지 감사하게도 내가 누구인지 단박에 알아채셨다.

"우리 학교 선생님들과 꽃차 소물리에 체험을 하고 싶어서요. 선생님 계신 곳에서 오시기에 멀긴 한데, 혹시 가능하실까요?"

"선생님, 멀어도 가야죠. 그때 제가 드린 명함이 소중한 인연으로 이어졌으니 불러주신 게 감사하지요."

"그렇게 생각해주셔서 감사해요."

나는 꽃으로 하는 체험이라 일단 마음이 들떠 있었고, 업무로 피곤하게 지친 선생님들이 꽃향으로 잠시나마 피로한 마음을 버리고 활짝 피어나시길 바라는 마음이 들었다. 이번 연수의 목적은 힐링 컨셉이 되면 좋겠다고 강사님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강사님이 꽃을 다루는 일을 하는 분이셔서 그럴까? 말씀마다 꽃하나를 얹어놓듯 부드럽고도 배려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하는 일에 따라 사람의 결도 달라지는 것일까?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내 마음도 하늘거리는 꽃밭을 바라보는 마음이 되어 넉넉해져 있었다.

전화를 끊고 나서도 내내 마음은 향기로운 꽃밭이었다. 계획된 강의가 취소된 게 오히려 감사할 정도로.


가끔은 뭔가 일이 꼬여서 우연히 겪게 되는 일들도 있다. 늘 그렇지는 않겠지만. 마흔 기념으로 친구와 제주 여행을 갔다가 맛집을 찾아나섰다. 낯선 길을 헤매다가 겨우 찾아갔더니 재료가 소진되어 영업이 끝났다고 했다. 허탈감을 감출 수 없었고 배고픔에 짜증이 올라왔다. 배가 고파서 근처에 차를 세우고 걷다가 가까운 발견한 레스토랑. 신혼부부가 차린 레스토랑이었는데 보물같은 맛집을 발견했던 경험이 있다. 그렇게 살면서 꼬인 길 위에서 뜻밖의 사람을 만나고, 소소하게 즐거운 길로 갈아타는 일을 겪는다.


꽃청 연수가 있는 날. 강사님은 부족한 예산에도 넉넉한 마음이 엿보이게 아름다운 꽃 색깔 만큼 다양한 차들과 꽃편강, 꽃사탕, 꽃주먹밥까지 정성껏 준비해서 여러 사람들이 먹을 수 있도록 해주셨다.

다양한 빛깔과 향으로 오감을 자극하는 꽃차



<꽃차 마시기>

먼저 눈으로 마시기. 아름다운 빛깔의 차를 보면서 눈을 정화시키기

그 다음, 유리잔에 꽃차를 담아 입안에 꽃향 머금기

입에서 목으로, 목에서 식도로 타고 들어가 온몸에 꽃향기 뿌리기


<꽃편강 맛보기>

혀 끝으로 설탕의 달콤함 느끼기

생강의 맛이 진할 것이라고 미리 판단하지 않기

꽃물든 편강을 정성껏 베어서 꽃맛이 벤 편강을 음미하기


<꽃사탕 녹여먹기>

마음에 드는 꽃사탕 고르기

입안에 꽃사탕을 넣고 시원함과 달콤함 만끽하기

   (※젤리처럼 보이지만 콱 깨물다간 이가 성치 않을 수도 있음)


<꽃주먹밥 먹기>

주먹밥은 손으로 집어들기

   (이쑤시개로 집었다간 해체될 수도 있음)

한 입에 쏙 집어넣고 주먹밥에 들어있는 재료의 맛 느끼기

   (메리골드꽃잎, 표고버섯, 멸치, 당근 등)


<메리골드의 효능>

항암 효과 - 리코펜 성분, 마리골드에 플라보노이드 성분 함유로 심장질환 위험성 감소, 암세포 발생 막음

안구 건강 - 항산화 성분, 루테인, 제아진틴 성분이 눈 건강에 도움

피부 건강 - 여드름 흉터 효능, 천연 항진균제 포함으로 피부 건강

위장 건강 - 항견련 작용으로 복부 경련 복부가스에 도움, 위장질환 효능

   (※부작용 - 자궁추숙으로 임신에 사용하지 않도록 주의, 국화과에 알레르기 있는 경우 사용 삼가.)

꽃편강, 꽃청, 메리골드 주먹밥, 꽃사탕


우리가 하기로 한 체험 연수는 메리골드 코디리얼(꽃청) 만들기.

끓인 물에 사과, 설탕, 메리골드, 민트, 계피, 레몬, 시나몬, 소금 한 꼬집을 넣어 끊여낸다.

꽃청을 만드는 동안 향기로 색깔로 오감을 자극하고 내 감각이 깨어나는 듯 온 몸이 활짝 피는 경험을 했다.


바쁘게 일하다가 연수 시간에 맞춰 뛰어오신 선생님들에게 잠시나마 휴식이 되셨을까?

탁자에 놓인 여러 빛깔의 차를 보면서 '우와!'

한 모금 꽃향을 마시면서 '어머!'

꽃주먹밥을 먹으면서 '음, 맛있어!'

재료를 끓이면서 체험장이 꽃향기로 가득하니, 복도를 지나가던 아이들이 기웃거린다.

바빠서 미처 그 시간에 못 오신 선생님이 꽃향기를 맡고서 왔단다, 왔단다.

탁자 위에 가득 담긴 메리골드 꽃청은 색깔도 홀딱 반할 만치 곱디 고왔다.


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

메리골드의 꽃말이라니! 그렇게 적어도 나에게 누군가 준비해둔 것처럼 행복이 찾아왔다.

메리골드의 꽃말이 너무나 마음에 들어서 콕 저장해두기로 했다.

우리에게 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 꼭 기다렸다가 한아름 받아오기로 하자.


사람마다 행복을 다르게 말하고 다르게 느낄지도 모른다. 지금도 행복하다면 다가올 또다른 행복을 만끽하기로 하자. 지금 만약, 힘이 들고 불행하다고 생각된다면 곧 행복이 올 시간이 머지 않았다고 생각하자. 반드시 내게 찾아온 행복을 놓치지 말자.



메인 사인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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