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혼잣말

인연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

그렇다고 우연이 있는 걸까

by 폐관수련인

인연은 하루아침에 다가오는 게 아닌 것 같다. 이미 답이 정해진 것처럼 언제이고 반드시 만나게 되어있다.

우연히 길을 가다 어깨빵을 당했다는 이유로 치료비 목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았는데, 알고 보니 9년 전에 롯데월드에서 만난 적이 있었던 인연, 유학 준비를 하러 서울을 오갔을 때 지하철 같은 칸에서 초등학교 동창을 만나게 될 인연. 둘 다 서울에서 다시 만난 인연들이었다.


어깨빵은 지금 생각해도 어이가 없다. 집에서 서울까지 2시간이 걸린다. 서울까지 다이렉트 지하철 시간은 1시간인데, 안산에서 역까지 가는 게 1시간이다. 평화롭고 사랑스러운 공업의 그 도시가 맞다.

안 그래도 학원이 늦었는데, 9 번역 지하 출구를 뛰어오르다 부딪혀서 그 사람이 넘어지게 되었다. 뛰어 내려오는 바람에 팔이 많이 아프다고 하셨다. 그런데, 그때 내가 여쭙는 말이 웃겼다. 제가 지금 바쁜데 괜찮으세요? 병원 같이 가드릴까요? 이거는 마음속에는 학원 수업과 상대방 안부가 둘 다 섞여있어서 나온 말이었다.

본인이 병원 가서 연락 준다고 연락처를 받아 갔었다. 학원 수업을 듣는데도 갖은 생각이 다 났다. 어쩐지 그날은 이상하게 나올 때부터 학원 책을 잘못 가져와서 다시 집에 들르게 만들더구먼 안 하던 상황이 자꾸 겪어진다. 설마 경찰 신고하고 그러는 거는 아니겠지?


진단서를 받아 들고 와서 병원비만 청구하였다. 정말 다행이라 생각하였고,. 배고파서 아무것도 못 먹었는데 병원 가서 팔 검사하러 가셨다길래 내가 죄송한 마음에 그날 밥을 사드린다고 말씀드렸다. 그 밥을 먹은 계기로 친해지게 되었다. 직업이 제빵사였었는데, 몇 번 친해지다 보니 마카롱이랑 계란 흰자를 따로 나누었다는 우유 크림이랑 만든 이름 모를 달달한 과자를 처음 먹어볼 기회도 생겼었다. 참 고마웠었다.


알바 경험담을 계기로, 그 사람과 만나게 된 접점을 찾게 되었다. 고 3 때 졸업 여행이랍시고 학교에서 롯데월드에 가게 되었었는데, 한참을 놀다가 남자 넷 뭉쳐서 스티커 사진 찍었었다. 거기서 쿨병 도진 알바생이 있었던 걸로 기억했었는데, 그 누나가 이 사람이었다. 참 신기한 인연으로 다시 만나게 되었구나 했다. 사실 내가 유학 준비를 하며 그렇게 챙겨주는 건 고마웠지만, 그 순간에도 사람들을 잘 믿지 못했다. 나는 이 누나가 왜 이러나 싶을 정도로 약속을 잡고 만나자고 하니까 유학에 집중하고 싶어서 멀어지게 되었다.


그런 신비한 인연을 겪고 나서 한 달도 안 되어 다시 또 인연을 겪게 되었다. 지하철 탑승 시간 그 짧은 순간에 서로 어? 어? 만 해대다가 페이스북으로 연락하게 된 초등학교 동창이다. 거의 15년 만에 만나게 되었다. 초등학교 시절 누구보다 가장 친하게 지내게 된 친구였는데, 서로 다른 중학교에 진학하고 나서 멀어졌었다. 크리스마스 날이 생일이었던 독특함으로 기억이 남았었는데, 군 복무를 마쳤던 날과 같아서 기억이 더 크게 남았었던 것 같다.


어쩌면 만물이 서로가 끌어당기듯, 인연이라는 것도 그런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치 그들은 정해졌었던 것처럼 언제이고 만날 시간을 향해 지금 당장은 그들이 본인들의 일들을 수행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우연은 인연으로 인연은 필연으로 다가온다.


사실 말은 저렇게 해도, 위의 내용이 전부 맞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마치 인생의 답이 정해진 것처럼 내가 하는 모든 선택과 에너지의 끝이 정해져 있고 지금 겪고 있는 그 순간이 정해진 답을 따라가는 상황이라면, 그것은 신의 계시를 받은 사람처럼 본인이 특별하다고 여기는 거라고 생각한다.

아직은 사람 다 특별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모두가 특별할 수 없기 때문에, 사람마다 선택을 하고 극복을 해야만 한다. 원하는 꿈도, 목표도 없다면 그것이 본인이 한 선택이고 본인 만의 극복 과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상황을 극복하고 나서도 다시 또 정체기에 닥치게 된다면, 그것 또한 본인이 한 선택이다.


모든 사람이 특별하다는 순간이 오기에는 아직 아닌 것 같다. 인류가 생물로서 극복할 문제가 없는 순간이 온다면 그때는 모두가 특별한 존재가 될 것이다. 예시를 들자면, 에너지의 보존에 관한 엔트로피 법칙이다. 나무를 불태워 재를 만들고 열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이론상 에너지는 보존된다고 하는데, 어째서 재를 나무로 돌릴 수 없는 것인가. 우리가 아직 시간이라는 존재에 묶여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세상만사 모든 학문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고, 구조만 다를 뿐이다. 이것은 만유인력과도 연결되어 있다. 내가 지구를 끌어당기듯이 지구도 나를 끌어당긴다. 이 사실을 알고 있어도 내가 지구를 떼어 낼 수가 없다. 그렇게 인류는 지구와 떨어지기 위해 달로 향했다. 엔트로피에 대한 해답을 내지 못하면 먼 훗날 에너지는 고갈되고 만다. 빛 그리고 혹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미지와 조우하여 이해를 하게 된다면, 그때는 모두가 특별한 존재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재를 나무로 되돌릴 수 있는 사람으로 말이다.


이런 해결책을 위해 달려가는 인류는 결말이 정해진 것이 아니다. 삶은 답이 정해져 있지 않다. 인연도 같은 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선택했기 때문에 만난 거고 선택하지 않으면 만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시크릿은 맞지 않는 이론이라 생각한다.


인생의 굴곡이 완만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한 그래프는 사람이 기준이다. 인류의 문화와 생활 속에서 생겨난 그 기준으로 인해 사람이 처해진 상황을 위아래로 요동치게 만드는 것은 사회적인 이치이지만, 그게 잘못된 것이 아니다. 결국에는 그들이 선택한 인연이고 결과이다. 정해져 있었던 것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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