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당하는 입장에서의 고군분투
나는 내가 보여주는 이미지에 신경 쓰듯이 나를 봐주는 사람들에게 당연히 좋은 인상으로 남기를 바란다. 그런데 생각처럼 내가 바라는 이미지는 아니었다.
물질들에도 상성이 있듯 사람들도 이와 같다, 내 성격이나, 분위기, 행동들이 모든 사람들의 마음에 들 수는 없기 때문에, 소수의 사람들까지 꼭 나를 드러내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문제는 본인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험담하는 사람들이다.
나는 우연히 그들의 소식을 접했지만, 그들은 나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래, 애초에 내가 사람 관계에 마음을 열지 않았으니 이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도 말이 안 되는 것이다.
이렇게 나의 이야기가 오갈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가장 의심되는 사람을 두고 똑같은 주제를 두고 두 친구에게 한 명은 진실을, 다른 한 친구에게는 거짓 사실을 말했다. 여러 사람에게 시도하지 않아도 되었었다. 그런데 이 친구는 왜 나를 그렇게 생각했던 것일까?
나를 헐뜯고 다녔던 것에 대해 직접 물어봤었다. 그건 다 내가 잘 되라고 했었던 행동이었다고 한다. 그러기에는 그는 누구보다 나의 실패를 바라고 있었다. 나와 8년이나 알고 지낸 사이에 매일을 함께하고 생활한 것도 아니니 그렇게 친밀하지 않는다는 것을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었다.
물론 서로 자존심이 강해 깊은 주제를 말하려 하면 마찰 있기 쉬웠다, 이게 원인이 된 것 같다. 서로 안 맞고 이해를 못 하는 거다. 성공한 인생이든 실패한 인생이든 나는 그런 목적보다는 내가 될 수 있는 나, 되고 싶은 나를 보고 싶었다. 그렇게 독일로 떠나온 거였다.
그 친구는 성공에 대한 갈망이 컸었다. 야망이 있고, 꿈을 찾아 목표 잡고 달려가는 사람이었다. 그 누구보다 인정받고 싶은 게 나와 비슷하였다. 그도 한국을 떠나 외국 생활을 하고 싶었었고, 다른 사람들 보다 먼저 호주를 다녀왔었다.
그러나 나와 달랐던 가치관이 있었다. 나는 외국 생활이 꼭 옳고,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또한 견문을 넓히는 건 꼭 유럽이나 미국이 아니라, 다른 환경에서 다른 언어로 경험을 쌓을 뿐이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곳에 온 것이 그 친구처럼 선진국을 발판 삼아 성공을 목표로 온 게 아니다.
내가 하고 싶은 공부가 여기에 있었던 거고, 세계 어디에서도 살아갈 수 있는 힘이 필요했을 뿐이다. 하지만 그 친구에게 나는 가식적인 사람이었고, 한국이 미워서 떠나온 사람이었다.
같이 함께 튀르키예를 여행 다니면서 알게 되었다. 이 친구랑은 가까워질 수 없다, 가까이 두면 안 되겠다.
내가 항상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다 조금만 틀어져도 내치고 손절하니 내 곁에 남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이런 상황들이 계속된다면 앞으로도 내 속 마음 하나 터놓고 이야기 나눌 친구는 없을 것 같다. 두 나라를 다녀오며 느낀 점이 있다.
내게 그렇게 터놓고 이야기할 사람이 꼭 필요한가? 친구가 있어야만 살아갈 수 있는가?이다. 내가 친구라는 걸 나 스스로 바라는 것일까 의문 들었다. 지금까지 살아왔듯이 누군가에게 굳이 내 속을 드러내거나 터놓지 않아도 잘 헤쳐나가 왔다. 그 수많은 선택들은 내가 했던 것들이었다.
나는 내가 살아가는 인생관이 가족들이 바라는 인생관과 연관되어 있다. 가족들이 바라는 나의 인생이 내가 가고자 하는 인생의 방향과 동일하다. 물론 내가 가족 밖과 가족 안에서 이런 이중성을 보이는 건 가족들이 제일 잘 알고 있다.
그런데 내가 그 8년 지기 친구를 놓지 않고 있는 건 가족들이 바라는 사회성이 좋은 나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똑같이 돼 갚아주려고 내버려 두는 건지 모르겠다. 가만 고민해 보니 사람 인연을 두고 언젠가 써먹을 데가 있겠지라고 계산하는 것부터가 나도 사람들을 친구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사실 마음 연 사람이 없듯, 꼭 열 필요는 없이 공적인 관계로만 마주하는 게 제일 마음 편하다.
내 인생을 평가해 주는 건 내 가족들이면 되지만, 사람 관계를 매번 쉽게 잘라내는 나를 보며 마음 아파하는 가족들이 신경 쓰인다. 내가 정신적으로 무언가 결여되어서 이렇게 된 건지 이유를 모르겠다.
진작에 해결하려 들었으면 20대 내내 사람 관계 때문에 원치도 않게 골머리 썩지는 않았을 거다. 이런 고민은 평생 안고 갈 숙제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