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혼잣말

약자와 강자

혼자이기 때문에 볼 수 있는 것과 보일 수 있는 것

by 폐관수련인

매일을 수련한답시고 갈고닦으며 깨달은 게 있다. 나는 나를 깨우치는 그 순간이 좋다. 그런데 이렇게 계속 수련하면 최종 목적이 무엇인가?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사람이 타고난 것이 있다. 생김새, 신체조건이 그러하다. 만약 문명사회가 아무것도 없는 시대의 인간이었다면 살아남기 위해 방법을 찾아 나서야 하는 것이 목적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이런 것과는 거리가 멀다. 딱히 거창한 이유는 없다. 그냥 매일을 일 하듯 하는 것이다.


남들보다 더 많은 시간을 들여 내 꿈을 이루려면 정신력 만으로는 부족하다. 체력과 각종 근력들이 꿈으로 향하는 토대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적어도 약한 것보다 낫다. 노력을 하기로 마음먹은 그때부터 나는 공부든 운동이든 다 잘해야만 했고 잘하고 싶었다. 고등학생 때, 반에서 선생님이든 학생이든 괴롭힘 당하는 친구들이 있었다. 학교가 명문이든 바닥이든 어느 집단에서나 이들은 사라지지 않는다.


나는 학교에서 친구들이 나에게 사적으로 말 걸어준 적이 거의 없었다. 군대를 다녀오서야 그 이유를 듣게 되었는데, 그때는 말 걸기가 너무 힘들 정도로 무게 잡고 있었다고 했다. 그리고 힘이 세서 말을 못 건다는 게 웃기긴 하는데, 지금 보면 그게 왕따였던 것 같다. 아무도 말을 쉽게 걸지 못하고, 사실상 내가 벽치고 마음의 문을 닫은 채 공부만 했던 것이 이유가 원인이었겠지만, 나는 친구 관계에 신경 쓸 시간이 없었다. 아침 등교 버스 안에서도, 쉬는 시간에도, 하교 버스에서도, 지난 초, 중 과정을 이해하기에 시간이 너무도 부족했다.


전교 등수가 올라 학교에 주목을 받자 특히 선생님들의 태도가 달라졌다. 꼴통새끼가 공부한다고 어쩌고저쩌고, 철이 들었네 마네 등 이전에 이야기했던 비하들은 언제가 그랬냐는 듯이 바꾸었다. 학교에서 이쁨 받는다는 애들은 이런 느낌이었겠구나. 그런데 그런 것보다는 나는 그냥 가족들의 반응이 중요했을 뿐이다.


그렇게 학년이 바뀌고, 괴롭힘 당하는 친구가 생겼었다. 꼭 반마다 한 명씩은 생기는 것 같다. 그게 계속되다가 괴롭히는 가해자를 똑같이 주먹으로 대해줬다. 그 괴롭힘을 인지해서도 아니고, 괴롭힘 당한 사람을 도와주려는 것도 그리고 반장이라는 형식상의 EBS 드라마와 같은 이유도 아니었다. 내가 있는 공간에서 내 공부 못하게 시끄럽게 떠들었다는 게 이유였다.


그렇게 교무실에서 진술서를 쓰는데, 선생님들도 괴롭힘 당한 애를 쉬쉬하는 분위기였다. 워낙 수업 때 집중 안 하고 고집부리니까 그런 것 같다. 얘도 진술서를 쓰긴 썼는데, 내용이 솔직했다. 힘이 약해서, 애니메이션을 좋아해서, 4차원이라 괴롭힘을 당했다고 한다. 생각하는 것도 참 약해 보였다.


그래서 힘을 기르는 법을 알려줬다. 반나절이면 그만 둘 줄 알았는데, 매 주말마다 나온 게 3달이 넘어갔었다. 걔를 보며 나만 노력하는 게 아니다. 사람은 다 노력할 줄 아는 거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물론 나도 안 질 거지만, 걔도 내가 넘어야 되는 강자들 중에 하나인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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