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
대학 와서 가장 오래 알게 된 사람이 있다. 내 인생에 친구가 있다면 이 사람 일 것이다. 그는 남 부럽지 않은 외모를 갖고 있지만, 어딘가 다가갈 수 없는 사람이다. 분위기가 그렇다.
한 번은 유학 오기 전에 나한테 밥을 사주면서 한 소리가 내가 참 이상한 놈이라고 했다. 그때는 웃으면서 받아쳤었는데, 올해 초 한국에 갔었을 땐 생각보다 그 말에 대해 더 진지해졌던 친구였다.
이유를 물으니 내 속을 모르겠다고 한다. 사람들 속에 녹아들 때면 진심 같아 보이는데, 뒤돌아서면 아니라고 한다. 1천 명의 카톡 친구가 있어도 어디 함께 하는 사람이 없다고 하니 그 점이 안쓰러웠나 보다. 사람 수가 많은 건 그냥 정리를 안 했을 뿐이다. 1천 명씩이나 되는 사람들의 연락을 계속해서 유지하는 것도 웃긴데, 매일같이 카톡을 하는 것도 별로 나와 맞지 않다. 메시지보다는 직접 이야기하는 게 친해질 수 있는 계기라고 생각했다.
이 친구도 그나마 조금이나마 마음 열게 된 친구인데, 나의 친구의 기준이 참 높은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쉽게 다가올 수 없었던 것 같다. 사실 친구를 사귀는 방법을 알아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 내가 그걸 바라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 기준에서 친구는 속 마음을 공유할 수 있는 동갑내기인데, 그러기에는 내가 사람을 믿지 않았다. 내 고민, 내 이야기를 알고 있는 것도 싫었다. 그래서 항상 들어주는 입장이었다.
어째서 친구라고 생각하게 된 걸까. 내가 바라고 싶은 모습을 이끌린 것인가, 비슷하니까 어울리는 것일까. 아마 전자일 것이다.
나는 가족들에게만 내 이야기를 한다. 그런데 이 친구는 애초에 내가 말하지 않아도 이미 내 고민을 알고 있었다. 철저히 숨겼다고 생각했는데, 내 속을 꿰뚫어 보더니 내가 꼭 필요할 때마다 한두 마디씩 조언을 던진다. 그 조언들도 다른 이들과는 다르게 나를 존중해 주는 것뿐이었다. 분명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을 텐데, 어떻게 알았냐고 물어보려고 했을 때는 그 친구도 나랑 비슷한 부류라는 걸 깨달았다.
시간이 지나 이 사람은 내가 진정성 있게 다가간 게 맞는가라고 생각했었을 때. 이미 그 사람은 내가 가장 존중하는 친구였다. 대학시절, 학과에서 사람들을 모아 대학 활동을 할 때, 이 친구는 유난히 먼 거리에 있었다. 항상 바깥으로 놀고, 외부에서 사람들과 만났다. 그런데 본인은 사회생활이 어수룩해서 항상 시끌벅적한 곳에 있는 내가 부러웠다고 한다. 오히려 내 입장은 반대다. 이런 보여주기식 생활을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던 이 친구가 결혼을 한다고 한다. 부럽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다. 나의 단점들을 다 알면서도 나를 챙겨줬던 이 친구의 인생을 응원하고 싶다.
내가 응원한 사람들은 다 잘 된다. 이 친구도 그들 중 하나가 되어야만 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pC6tPEaAiY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