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혼잣말

여름밤의 비는 그칠 줄 모르고

평생 생각하는 고민들과 빗줄기들의 수는 갸름할 수 없다.

by 폐관수련인

다시 또 잠을 잘 수 없는 문제에 부딪혔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잠에 들 때 즈음에 불안 증세가 시작된다. 무언가를 해야만 하고 이루어야만 해야 하는데 오늘의 나는 그렇지 못했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도 막상 길을 나서면 나는 왜 여기에 있는지 의문이 든다. 30대가 되도록 혼자 여행 가본 경험이 없는 나는 올해에 바다와 산을 다녀오고자 했다, 그 둘 다 자연과 문명에 대한 경이로움 보다는 한없이 부족한 스스로의 자책으로 돌아왔다.


함께 하는 여행 내내 나 혼자 이것을 보고 있다는 게 죄책감이 들어 생각을 돌리고자 대화를 계속해서 이어갔었다. 떠나온 이 시간들은 본인 의지 없이 의무감으로 간듯하다. 결국에는 혼자 돌아다닐 수 있었고 사람에게 기분만 상했었는데, 무엇을 얻으러 갔을까 시간 낭비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제는 사람을 마주할 때마다 마음을 열지 않는다는 게 깔고 들어간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언제쯤 진심으로 사람을 믿을 수 있는지 모르겠다. 마음을 열게 된 내 모습이 그려지지 않는다.


이따금씩 고민하게 되는 주제가 있다. 나는 사람을 만날 수 있는가?이다. 요즘 들어 부쩍 생각이 든다.

내 일기에는 이성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주요 주제가 아니다. 인생의 우선순위에 이성 관계는 가장 아래에 위치해 있다. 애초에 나는 내가 연애하는 모습을 나를 아는 사람들에게 보이는 게 싫은데, 가족이면 더 더 더욱이다. 그들 중에 몇몇은 궁금해하며 다가올 때가 있었다. 그러나 한 번이라도 깊게 들어오려고 시도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빨을 드러내고 선을 긋는다.


그렇다고 막상 연애를 해보니 이성으로서 끌리기 때문에 만난 게 아니라 의무감에 횟수 채워주기 식이었다. 몇 안 되는 연애 횟수에도 길게 간 게 거의 없다. 길어야 50일, 100일이다. 사귀는 동안 밥만 먹으러 갔는데, 그것도 10회가 안된다. 잘만 연애하는 사람들을 보자니 뭔지 모를 불안감을 느끼고는 했는데, 그건 인생이 뒤쳐질까 두려운 마음이었다. 사람을 좋아해서 시작한 게 손에 꼽는 것 같다.


사람을 좋아하는 마음을 가진다고 해서 내 패턴에 바뀌어지는 건 없다. 시간이 지나면 알아서 사라질 마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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