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태어나서 겨울이 좋은 건가
나는 겨울이 좋다. 더운 날에는 맥을 못 춘다. 그래서 기회게 된다면 추운 곳에서 살고 싶다. 그나마 독일은 다른 유럽지구보다는 폭염이 낫지만, 그래도 무더운 더위는 사람을 녹아내리게 한다.
해야 할 일, 이루어야 할 목표들이 아직도 저 멀리에 있는데, 이런 더위와 습도들은 사고방식을 더디게 만든다. 막상 일을 시작하고자 하면 다가가는 그 과정이 막막하고 답도 없는데 한 걸음이라도 발을 움직이면, 아주 미세하게나마 해답이 보인다. 날이 추워 벌벌 떠는 날이면 그게 더 빨라질 것이다.
한국에는 내년에는 갈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학위과정이 2년 6개월 째인데, 벌써 졸업 이야기가 나왔다. 너무 빠르다. 나는 그러기에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준비를 못하고 헤매는 것은 아니다. 어떻게든 할 수 있다. 그래야만 한다.
각 장소, 사람들마다 분위기가 색깔로 기억된다. 스위스에서는 연한 초록색의 느낌이 흩뿌려진 분위기라면 이곳은 진갈색의 황토벽의 느낌이다. 사람이 시각을 통해 색깔마다 호르몬 분비가 달리 나온다고 한다. 그래서 색깔만 보았을 뿐인데, 체온이 변한다. 이런 색깔의 분위기는 내가 이곳에서 일을 할 수 있도록 더욱 동기부여를 주고는 한다. 항상 춥고 싶어서 그런지 네이비 계열의 색깔을 좋아한다. 언젠가 호감 가는 사람에게는 이런 형식이었다.
같은 동료 중에 재능이 탐나는 사람이 있다. 어떻게 저렇게 생각할 수 있지? 하고 깨달았던 적이 여러 번이다. 말투, 사고방식, 태도, 일처리 모든 방향에서 내가 바라는 이상형을 갖추었다. 동양 문화에서 환경을 경험해보지 못했을 텐데, 여기서는 볼 수 없는 예의까지 갖춘걸 보니 타고난 것 같다. 진정 끌리는 사람을 보면 이기고 싶다는 마음보다는 친해지고 싶다는 마음이 먼저 든다. 그렇다고 어디를 함께 놀러 가거나 그런 게 아니라, 그저 일적인 관계에 묶인 상태에서의 친분관계이다.
이따금씩 느끼는 것이지만, 나도 모르게 끌리는 사람의 매력이란 게 있는 것 같다. 그런 사람들은 네이비 색이 아주 잘 어울리는 겨울의 사람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