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혼잣말

운명과 우연

골라 먹는 재미가 있는 다양성

by 폐관수련인

이 세상에 우연에 의한 일은 없다. 모든 것이 마치 정해져 있는 필연인 것처럼 인연은 알게 모르게 서서히 모양을 갖춘다.

내가 마음속으로 강렬히 빈다면 내 마음의 힘이 우주의 에너지를 움직일 수 있다. 어느새 절실함은 형체가 되어 내 눈앞으로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한다. 그러나 나는 이 말을 전부 믿지 않는다.


우연은 내가 예상치 못한 노력이라고 했을 때, 운명은 내가 예상한 확률이라고 생각한다. 세상 모든 일들이 운명이라고 한다면 나는 1과 0으로 이루어진 시스템으로 무언가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구조물로 남을 것이다.


그들의 운명이 끊을 수 없는 끈으로 연결된 것처럼 언젠가는 만나게 될 지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거라면, 어차피 접점이라는 결말이 있을 테니 본인 인생을 어떻게 보내든 상관없는 삶을 살아도 된다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운명보다는 우연이 맞는 것 같다.


사람들 서로가 서로 다른 시간을 가지고 살아간다. 이것이 상대적이라는 것은 사물에도 해당된다. 그래서 그들은 그 천문학적인 수많은 변수 속에서도 우연히 만난 거다.


내가 지구 반대편으로부터 와서 스위스의 강가 돌다리 위에 서 있을 때, 그 돌은 몇 억년 전부터 내가 거기 서있기 위해 필연적으로 존재하던 것일까?


아니라면 그 무한한 시간 동안 바닷속 심해 깊은 곳, 혹은 산 꼭대기에 속해 있다가 해류를 따라, 대류를 따라 우연히 옮겨져 다리로 이루어진 걸까?


운명이 이미 정해져 있는 진리이기에는 내가 풀어헤쳐야 하는 변수가 너무나도 많다.


운명적으로 만나서 길을 동행한다는 말보다 우연하게 만나서 길을 동행한다는 말이 더 자연스러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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