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를 별로 사랑 안 하는 게 아니라 사랑하지 말아야 되는 것 같다.
언제나 잘할 수는 없는 거다. 매일같이 열심히 한다고 해도 항상 성공적일 수는 없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준비도 안 하고 마냥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가 없다. 마음에 응어리가 남으면 뒤가 찝찝하다. 사람 관계를 멀리하고 집중하는 내 일이니 잘해야만 한다. 그래야만 하고.
알고는 있었지만 언제나 화가 나는 원인은 내 부족한 실력에 의한 것이다. 사실 이게 맞는다고 생각한다. 내가 못 했기 때문에 수상하지 못한 거지. 잘했으면 이런 고민도 하지 않는다.
다른 한편으로는 그래, 나는 최선을 다했으니 이번만큼은 수상하지 못해도 너무 자책하지 말자. 어떻게 항상 잘할 수 있을까? 이렇게 말해놓고 본인에게 걸어놓은 제약들이 순 모순 덩어리다. 그럼에도 애써 감정을 숨기는 척하면서도 다 숨기지 못하고 헤매는 내 감정은 최선을 다해도 그 정도까지 밖에 못했다는 것에서 화로 치밀어 올랐다.
바르셀로나는 그런 생각으로 다녀왔다. 다녀온 뒤, 동생이 코로나에 걸렸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매일 전화해도 자식이 학술대회 나가서 집중하는데 방해될까 봐 말을 안 한 거다. 지금의 코로나가 큰 문제가 된다는 게 아니라는 걸 알고 있지만, 내 가족이 걸린 순간 작은 문제가 아니게 된다.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이제야 이야기하며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어머니의 횡설수설은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그 상황에 아무것도 도움 주지 못한 내가 무능하다는 걸 보여주는 것 같다.
왜 이렇게 본인 인생도 버려가며 나를 위하는 걸까 이 상황에서도 내 공부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는 걸까 나에 대한 배려가 무능함으로 죄책감으로 남는 것 같다. 내가 군 복무를 보내고 있을 때에도, 어머니는 응급실에 실려가셨었다.
내가 나 좋자고 인생을 즐기고 있을 때 내 가족은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항상 이런 식이다. 언제나 나를 우선시하고 내 공부에 방해되는 요소들은 다 제쳐둔다. 30년 이상을 매해 쉬는 날 손에 꼽을 정도로 일만 하셨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이들에게 그만큼의 가치가 되어야만 한다. 당신의 아들이 또 다른 당신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고, 당신이 옳게 살아왔다는 걸 내가 보여줘야만 한다.
가족들은 언제나 내 인생 찾아가기를 원하지만, 내가 바라는 인생이 가족들이 바라는 인생과 같다. 이런 상황이 운이 좋다면 좋은 거지만, 운명이라면 받아들이고 나아가는 게 나를 위한 길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