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어머니, 내 동생 그리고 만복이
어제는 잠이 오질 않아 밤을 새고 공원으로 달려 나갔다. 오늘은 아파트 내부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한다.
땀방울을 씻어내고 다시 자려 누워도 여전히 잠이 오질 않는다. 몸은 피곤한데, 정신은 왜 말짱할까.
이 생활을 몇 달째 반복해오고 있다. 이런 패턴 덕에 구내염은 덤으로 달고 다닌다.
잠 못 드는 이 상황에 수면은 화가 나는 문제로 커졌다. 잠에 들려하면 원인 모를 불안한 마음이 막아선다.
마음 편히 잠도 못 자는구나 나는.
지난 영국 출장을 다녀왔을 때는 이틀 밤을 새우다 못해 수면제를 복용했다. 이후에 수면제를 2달 정도 복용하니 이제는 내성이 생긴 것 같다. 서 있는 게 어려울 정도로 피곤한데 정신적인 무언가가 잠을 버티고 있다.
수면 유도제로는 더욱 피곤함만 유도한다. 대체 언제까지 약에 의존해야만 하는 상황일까. 구내염은 3주째 지속되고 있다.
나는 그렇게 원하고 바랐던 학위를 가지게 되었음에도 왜 이리 불안한 걸까. 지속되는 상황에 잠에 들 때가 진절머리 난다. 갑자기 가족이 사고를 당한다거나 병을 얻는 우려, 흘러가는 시간에 가족과 멀어지는 공포 등, 잠에 들려하면 갖은 생각들이 또다시 머릿속에 맴돈다. 오지도 않은 미래를 왜 스스로 끄집어내는지 모르겠다.
사람관계, 이성 문제, 진로. 각종 주제에 내 완벽주의 때문인 건가 싶을 때도, 왜 더욱, 보다 잘하지 못했나에 대해서 내게 화를 내고 있다. 언젠가는 극복할 문제이지만, 참 오래도 걸리는 것 같다. 여전히 여유가 없는 사람이다 나는.
나를 제외하고 가족들이 다 변화하고 있는 것 같다. 흘러가는 시간에 맞게 보다 더 나은 사람으로.
전화기 너머로, 직접 찾아와 바라본 그들의 시선에 내가 달라졌다고 말하지만, 나는 아직도 달라진 것이 없어 보인다. 쓸데없는 자존심만 세고, 인간관계에 서툴다. 일기를 시작한 지 17년이 가까이 되었음에도 여전히 흘러가는 시간이 두렵고 일어나지 않은 시간을 애석해한다. 가만히 놓고 보면 어리숙한 모질이가 따로 없다.
내가 잠 못 드는 이유는 향수병은 아닌 것 같다. 그렇다고 우울증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대학원에 입학한 동생의 첫 학기가 끝났다. 당시 막상 입학하고 나니 연구실에 선배라고는 1학기 먼저 마친 한 사람 밖에 없어서, 제대로 된 도움도 못 받고 어려움을 겪었었다. 그래서 알려줬다. 알려줘 보니, 내 동생은 누가 옆에서 조금만 이끌어주면 잘해나가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이런 유형은 살면서 두 명 본 것 같다.
"고맙다, 오빠 덕에 할 수 있었다" 자존심과 고집으로 똘똘 뭉친 그녀의 입에서 나온 말은 참 생소했다.
하나밖에 없는 내 동생. 진작에 갔어야 할 길을 잃고 돌고 돌아 이제야 제자리를 찾은 것 같다. 내게는 없는 재능을 가진 것이 부럽기는 했지만, 본인이 그토록 싫어하는 오빠 그림자에 조금이나마 벗어난 듯 해 한시름 놓아진다. 앞으로는 나보다 더 잘할 것이다.
전공 다른 동생에게 연구를 알려 준다고 내가 그렇게까지 도움이 되진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동생은 스스로 점점 극복해내고 있었다. 나도 내 불면증은 이러든 저러든 내가 어떻게든 극복해야만 하는 문제임에 분명하다. 여전히 불안한 마음의 원인을 모르겠지만, 해결이 없으면 발전도 없을 것 같다.
올해가 어느새 끝나간다. 이번해는 풀어놓은 매듭이 다시 또 매듭지는 것처럼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내년에는 더이상 못난 과거에 얽매이지 않은 사람이 되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