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Baum im Wind

언덕 위의 또 다른 등대

주변인 그리고 떠난 이

by 폐관수련인

다시 또 던져진 먼 이국의 땅에서 2달. 이곳에 익숙해져 가는 내가 이질감이 든다. 무언가 썩 자연스럽지 않다. 당장에라도 눈을 뜨면 독일일 것만 같은데, 언제 그랬냐는 듯 18층의 빌딩에서 일출을 바라본 지 일주일이 훌쩍 넘어가고 있다.


2022년, 극지방에서 빌었던 소원들은 다 이루어주었다. 얼어붙은 땅을 쓸어대며 하나씩 쌓았던 돌들은 지금도 생생하다. 3년만 기다려보라며 빌었다. 덕분에 바라고 바랐던 과학자가 되었고, 북미의 땅으로 다음 모험을 향하게 되었다.


사실 지금까지 그래왔듯 내 인생은 내가 가고 싶은 곳에 도착하지 못했다. 운이 좋게 떠밀려 왔고, 흘러온 감이 더 크다. 그렇게 먼 길 따라 도착해 보니 가고 싶은 곳이 되어 있었다.

시간이 이렇게 지났음에도, 나는 나를 먼 길 갈 수 있도록 등대 빛을 비춰주었던 이들을 잘 몰랐던 것 같다. 꼭 가족뿐만 아니었던 것이라는 걸 알기까지 꽤 오래 걸렸다.

북미 땅으로 올 수 있었던 건 오로지 가족들의 불빛덕만이 아니었다.


나는 내가 사람 관계에서 얻는 에너지보다 내면에서 얻는 힘이 나를 더욱 멀리 모험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고 믿고 있었다. 소위 말해 독불장군 꼴불견이다. 도움 받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 혼자 멋대로 해버리는 꼴통.

이런 잡스런 생각들 가운데 이미 캐나다 생활에 적응해서 살고 있는 내가 신기하다. 생각보다 빠르게 익숙해져서 놀랍기도 한데, 지금 이 복잡 미묘한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먼저 떠난 삼촌이 너무도 그리워진다.


약속했던 것들은 나만 다 지켜놓고, 어디를 갔나. 뭐가 그리 급했는지 말이다.

꿈에 나와도 말 한마디 없이 침묵만 지켰던 삼촌. 그래도 조카 좋아하는 커피 한 잔 챙겨주셨었다.

혹시라도 다음에 또 나오게 되면 당신의 등대빛 덕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말하고 싶다.

그립고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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