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Baum im Wind

휘영청 밝은 달빛 아래

매서운 바람이 사무치게 부는 땅

by 폐관수련인

영하 20도, 캘거리의 땅은 추위에 사무치고 있다. 이제 밖에서는 러닝은 어려울 정도로 눈이 녹지 않아 길이 상당히 미끄러워졌다. 그렇게 빙판 위의 불안한 러닝을 하다 육교에서 다다랐다. 미끄러운 길에 발을 헛디딜까 어렵게 달렸지만 어느새 5km를 뛰어 왔다. 고속도로에 가로지르는 자동차들을 바라보니 추운 것을 뒤로하고 생각에 잠기게 되었다.


2015년 여름, 학부 연구생부터 연구실의 생활이 10년이 넘게 되었다. 공부를 하면 할수록 내가 공부에 재능이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알게 된다. 여전히 제자리걸음 같고, 생각이 부족하다. 그럼에도 이 일을 계속하고 싶나. 저 밝은 달이 비치는 날에 식은땀을 흘리며 침대에 누워있게 됐다. 음식을 잘못 먹었나 보다.


2시간마다 자고 일어나서 이온 음료를 타 마셨다. 흔들리는 시야, 물만 마셔도 속이 찌르듯 통증이 느껴졌다.

몸이 무겁지만 할 일은 해야 한다. 주말 아침, 다시 또 업무를 시작해 나갔다. 이곳에 온 뒤로 일 복이 더 많아진 것 같다. 저번달부터 이번 달은 더더욱 쉴틈이 없다. 캘린더를 뒤적여보니 한국행 티켓은 이미 출장 일정들로 채워져 있다. 대학 세미나, 강의, 멘토링 등등.


준비해야 할 업무들에 왜 갈수록 시간이 부족해지는 건지는 내가 여유가 없어서 그런가 싶다. 매번 재능의 벽에 가로막혀 시간 관리를 못하는 내게 화가 나지만, 하나하나씩 해보니 어느새 또 다 완성되어 있다. 다음에도 또 화가 나겠지만, 시간 들여 공들이는 이 순간들을 계속 겪고 싶다. 나는 이게 좋은가보다.


눈과 얼음의 땅에는 농작물이 쉽게 자라지 않는다. 그러나 그린 하우스를 만들어 작물재배를 가능하게 할 수는 있다. 이 척박한 땅이 그렇게 기회가 없지는 않다고 믿는다. 또다시 재능의 벽에 맞닥뜨리면 낙숫물을 또 준비하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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