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화 사춘기소년과 대화하는 방법
사실, 나는 고모다. 결혼도, 육아도 모르는 싱글. 하지만 모르면 배우면 된다는 게 내 인생철학이었다.
그런데 부모님들이 늘 하시는 말씀.
"자식은 내 마음대로 안 된다."
특히 사춘기라면 더더욱. 게다가 내 자식도 아닌 사춘기 조카라면? 더 어렵다.
다행히도, 나는 외국에 살고 있지만 SNS 덕분에 조카의 학교생활도, 일상도 어렵지 않게 지켜볼 수 있다.
정말 정말 살갑고 애교 많던 조카였는데, 어느새 사춘기라는 강력한 무기를 장착했다.
이제 대화는 "네." "아니요." 두 마디면 충분하다.
그런데 신기한 게 있다.
SNS 속 조카는 여전히 나와 친한 '고모와 조카'사이가 된다.
요즘 조카의 최대 관심사는 군대란다.
귀엽지 않나? 친구들끼리 모여 나라의 안보를 걱정하는 대한민국의 주역들.
이 아이들이 아무 걱정 없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
사춘기 심리가 궁금해서 관련 책을 찾아보니, 공통적인 특징이 "밖에 나가길 싫어하고 집에만 있으려 한다."
그러고 보니 정말 그렇다.
"오랜만에 만났는데, 어디 같이 가볼까?" → "싫어."
"맛있는 거 먹으러 갈래?" → "싫어."
"집에서 밥 좀 먹자." → "나는 먹고 싶은 것도 없고, 피곤해서 그냥 집에 있을래."
그렇게 말하면서도 "올 때 라면이랑 삼각김밥 사다 줘."는 꼭 빠지지 않는다.
"쟤 왜 저래?" "사춘기 진짜 어후!"
"맨날 핸드폰만 하지 말고 공부 좀 해!"
화가 치밀다가도, 혹시 학교에 문제가 있나? 친구 관계가 힘든 건 아닐까? 걱정이 밀려온다.
그래서 새언니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 적도 많았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나도 그랬던 것 같다.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 이어폰을 꽂고 CD 플레이어로 하루 종일 노래를 들었던 기억.
사춘기란 그런 것 아닐까?
아직 성인은 아니지만 성인을 흉내 내려는 시기.
유아기 때 자기만의 공간을 만들고 싶어 하듯, 사춘기에도 자기만의 시간과 공간을 찾는 정서적 발달 과정.
우리도 그 시절, 다들 그런 시간을 거쳐 지금의 어른이 되지 않았나?
너무 조바심 내지 말고, 너무 많은 대화를 강요하지 말고,
그저 지켜봐 주는 것만으로도 사춘기 아이들은 건강하게 성장할 거라고 믿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