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볼만한 곳들
이것저것을 파는 길거리 마켓으로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마켓이기에 항상 관광객으로 북적인다. 기념품을 살 만한 것이 많고 길거리 군것질하기에도 좋은 곳. 마켓에서 파는 먹을거리를 손에 들고 돌아다니면서 신기한 기념품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프렌치 쿼터의 카페 듀몽에서 시작해서 꽤 길게 상점가가 늘어서있다. 사고 싶은 것은 많았지만 손으로 스케치한 기념엽서만 사서 돌아왔다.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으로 뉴올리언스에서 꽤나 유명한 랜드마크 중의 하나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성당은 1727년 프랑스령 때 처음 건축되어 재건축과 레노베이션을 통해 지금까지 많은 역사와 함께 했던 건물이다. 성당에 들어가면 양쪽으로 많은 깃발이 달려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모두 뉴올리언스의 역사이다. 16세기쯤에는 합스부르크의 깃발이, 17-18세기에 들어서는 프랑스의 깃발이, 18세기 말부터는 스페인의 깃발이, 그리고 영국, 프랑스, 미국의 깃발이 루이지애나의 상징이었다. 지금 현재는 주의 상징인 펠리컨이 그려진 깃발을 사용하고 있다.
루이지애나 주 박물관 중의 하나이다. 뉴올리언스와 루이지애나의 역사에 대해서 알고 싶다면 방문해보길 추천한다. 뉴올리언스에는 2차 세계대전 박물관이라는 아주 유명한 박물관이 있어서 다른 박물관들이 눈에 띄지 않지만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박물관이다. 카빌도 옆에 있는 세인트 루이스 대성당은 관광객들이 꽤나 방문하는 포인트인데, 성당 양 옆으로 있는 루이지애나 박물관은 그리 인기 있는 곳이 아닌 것 같아 아쉽다.
이 곳은 역사적으로도 의미가 있는 장소인데 나폴레옹이 미국의 3대 대통령이었던 제퍼슨에게 루이지애나를 판매하는 매매 계약을 체결한 곳이 이 곳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때의 루이지애나와 지금의 루이지애나 주가 같은 영토는 아니지만. 어쨌든 루이지애나 매매는 그 당시에도 큰 사건이었고 역사적으로도 유명한 사건이니 카빌도를 방문하는 것은 해봄직 하다.
시간 상의 이유로 카빌도 밖에 가보지 못했지만 다음에 다시 한번 더 뉴올리언스에 가게 된다면 다른 박물관도 방문해보고 싶다. 카빌도를 선택한 이유는 우리 일행이 근현대사에 좀 더 관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스페인 령이었을 시절, 프랑스 령이었을 시절, 그리고 영미전쟁과 남북전쟁 동안의 뉴올리언스를 볼 수 있다. 흑인 노예에 대한 부분은 충격적이었지만 그 시절을 역사적으로 보존한 것에 대해서는 대단해 보였다.
어느 재즈 바를 가든 상관없는 것 같다. 뉴올리언스의 분위기만 즐길 수 있다면. 거리공연도 상당히 좋고 바에 앉아서 맥주나 칵테일과 함께 듣는 것도 좋다. 분위기에 따라 춤추며 흥겹게 들을 수도 있고 밴드에 따라서는 신청곡을 받아주기도 한다. (원하는 곡을 신청했다면 팁을 내는 센스를 발휘하자)
가는 재즈바마다 특색이 있었는데, 어딘가는 야외에서 공연하는 재즈바였고 어딘가는 호텔 안에 있는 고급 칵테일바 같은 느낌이었다. 그러다 한 허름하고 작고 시끄러운 메인 골목에서 약간 벗어나 있는 재즈바를 발견했다. 사람도 별로 없어서 들어가도 되는가 하고 한참을 기웃거리다가 들어갔다. 내부는 생각보다 더 작아서 여기서 재즈 공연을 할 수 있는 건가 싶었지만 맥주와 칵테일을 시키고 좀 앉아 있으니 이내 공연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한 무리의 약간은 취한 듯 보이는 사람들이 들어왔는데, 그들은 뉴욕과 뉴저지에서 휴가 온 사람들이었다. 다들 친해져 재즈 공연하는 앞에서 춤추고 소리 지르고 하면서 아주 재밌게 놀았다. 이런 것도 여행의 즐거움이겠지.
뉴올리언스 시내와 접해있는 미시시피강의 강변공원이 좋았다. 날씨도 좋고 산책하기도 좋고. 나는 걷는 걸 좋아하는 탓에 산책만 했지만 크루즈를 타거나 투어를 예약할 수도 있다. 베니에를 먹으며 미시시피 강을 산책하고 있자니 정말로 뉴올리언스에서 살고 싶었다.
뉴올리언스에서 가장 유명한 박물관은 제2차 세계대전 박물관일 것이다. 관광객들로 꽤나 붐비기도 하고 박물관 안에 볼 것도 많다. 개인적으로는 승전국인 미국에 있는 이 박물관이 얼마나 미국 찬양을 했을까 싶어서 가보고 싶지 않았는데, 그래도 근현대사에 관심이 생기다 보니 그냥 지나치기는 어려웠다. 실제로 가본 이 박물관은 정말로 볼게 많아서 하루 종일 봐도 시간이 모자랄 정도이다. 전쟁 영상이나 사진들, 신문기사들 굉장히 잘 전시되어 있다. 나치나 히틀러에 대해서도, 그 당시의 사회 상황에 대해서도 많이 알 수 있었다.
한 가지 재밌는 글을 발견했는데, 히틀러와 나치가 내건 말 중에 하나가 'to make Germany great again'이라고. 트럼프가 대선 때 선거에서 내건 슬로건과 같다. 역사 상으로도, 또 지금 현재의 여러 나라의 상황을 봐도 경제가 어려워지면 극우파가 득세하고 말도 안 되는 민족주의가 강해짐을 느꼈다.
또 한 가지 흥미로웠던 것은 사회 분위기를 원하는 방향으로 조성하고 끌고 간다는 점이었다. 예를 들어서, 'We can do it'이라는 말과 함께 강한 여성의 이미지를 내보이는 유명한 포스터는 이 전쟁의 시기에 처음 나온 것이었다. 남자들은 다 전쟁을 하러 갔으니 나라의 경제가 돌아가려면 일하는 사람은 필요하고 그래서 여성이 남성들이 하던 일을 대신해야 하는 상황이 온 것이다. 물론 그뿐이 아니라 전쟁터에도 일손은 필요했고. 사회 전체적인 분위기가 강하고 힘 있고 일하는 여성상을 원하고 그런 여성을 키우도록 흘러갔다. 여자도 전쟁에 나갈 수 있다는 광고나 앞서 언급했던 포스터가 널리 자리 잡았다.
다른 예로 미국이 참전하기 전에 했던 국민 설문 조사가 있다. 미국이 전쟁에 참여할지 말지를 찬반 투표하는 것이었는데 꽤나 여러 번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질문을 자세히 살펴보면 사람들의 찬반을 유도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처음에는 '독일과 이탈리아가 전쟁하는데 미국도 전쟁 선포를 해야 하나?' 하는 식으로 질문을 던지고 찬반 투표를 했다면, 나중에는 '이 세계의 평화를 위해 미국이 나서야 할까?' 하는 식으로 좀 더 'YES'를 유도하는 느낌이다. 실제로 투표는 처음에는 NO가 80% 이상이었다가 나중에 찬성이 많아지는 형태로 변한다. 나에게는 그런 것들이 국가나 보이지 않는 큰 손의 필요에 따라 사회 분위기를 만들고 그 흐름을 그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하는 듯한 모습으로 보였다. 그리고 현대의 사회도 그와 다르지 않겠다 생각했다.
이 곳을 찾게 된 이유는 전날 갔던 재즈바에서 룰루 화이트의 포스터를 보았기 때문이다. 뭔가 상징성이 있어 보이는 포스터길래 위키피디아에 검색을 해보았더니 오래전 이 근방에서 굉장히 유명했던 포주였다. 오늘날 많은 재즈바들이 위치해 있어 재즈를 좋아하는 팬들이 많이 찾는 스토리빌은 오래전에 홍등가였는데, 그때 유명한 포주가 룰루 화이트였다고 한다.
스토리빌은 시의회에서 성매매 및 마약을 통제하기 위해서 만든 구역이었으며, 룰루 화이트는 이 곳에서 마호가니 홀을 운영했다. 스토리빌의 홍등가는 1917년 강제로 철거하였으며, 마호가니 홀은 마지막까지 장사를 했다고 한다. 지금은 그 흔적이 남아있지는 않아 보였다.
주소를 찍어서 걸어갔지만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고 지금은 허름한 창고들만 있어 실망만 크고 아침부터 걸어간 보람은 없었지만 여행 다니면서 이렇게 새로운 스토리를 알아가는 것도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