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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유가 Jul 14. 2018

어디가 제일 좋았어요?

어디가 제일 좋았어요?


    여행을 많이 다니다 보면 사람들로부터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어디가 제일 좋았어요?'이다. 이 질문을 받을 때마다 꽤나 난감한데, 그 이유는 좋은 곳이 너무 많기 때문에 제일 좋았던 곳 한 곳만을 고르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통 '뭘 좋아하세요?'라고 되묻는다. 어떤 여행 스타일을 좋아하느냐에 따라 대답이나 이야기의 방향이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이니까.


    글을 쓰며 길게 답을 하자면, 맥주가 맛있었던 곳이 있고, 드넓은 잔디밭에 앉아 마시는 와인이 맛있었던 곳이 있고, 도시의 불빛이 예뻤던 곳도 있고, 거대한 자연이 멋있었던 곳도 있고, 호숫가에 그냥 누워 있기만 해도 좋았던 곳이 있다. 서핑을 처음 배웠던 곳, 스노쿨을 처음 경험해 본 곳, 페러글라이딩을 해봤던 곳, 불가사리를 처음 만났던 곳, 모두가 나에겐 엄청난 경험이었고 너무 좋았던 곳이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스시 레스토랑이 있는 도시, 제일 좋아하는 라멘이 있는 곳, 제일 좋아하는 시푸드가 있는 곳, 제일 좋아하는 누들이 있는 곳, 제일 좋아하는 도넛이 있는 곳, 제일 맛있었던 와인이 있는 곳, 제일 맛있었던 과일이 있는 곳, 전부 너무 좋았던 곳이고 좋은 추억이 있는 곳이고 다시 가고 싶은 곳이다.


사람 사는 곳 다 비슷비슷하더라고요.


    어디가 가장 좋았느냐는 질문에 대해 이런 식으로 대답하고 나면 이어지는 질문은 '어디서 살고 싶어요?' 혹은 ‘어디가 살기 좋아요?’이다. 나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내가 한국에서보다 외국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길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이런 질문을 하는 것이리라. 최근 들어 이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도 했고. 이에 대한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사람 사는 데 다 비슷비슷하더라고요.'


    내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이 지구 상 어디도 - 물론 다 가보지 않았으니 100% 확신하지는 않지만 - 나에게 꼭 맞게 살기 아주 좋은 곳은 없다는 것이다. 세상에 100% 나한테 맞는 파라다이스가 어디 있겠는가. 사람 사는 곳 다 비슷비슷하고, 어딜 가나 장단점이 있으니, 내 취향에 가장 잘 맞는 곳이 내가 가장 살기 좋은 곳이겠지. 어느 나라를 가도 힘든 점이 있고 싫은 부분이 있고 좋은 점이 있으니 세상 어디에도 완벽한 곳은 없고 어느 부분에 큰 가치를 두는지에 따라 달라질 것 같다.


    나의 경우에는 대도시를 좋아하지 않지만 너무 시골도 좋아하지 않고 적당하게 편의시설 갖추어진 소도시를 좋아한다. 저녁에 걸어서 갈만한 거리에 혼자서 맥주 한 잔 할 수 있는 술집이 있는 정도라면 딱 좋다. 이웃간의 왕래가 좀 있어 오며가며 인사할 수 있는 동네라면 좋겠다. 하지만 도시가 작을수록 대중교통이 잘 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아 시내 밖으로 움직여야 할 경우 차가 없으면 큰 불편함이 있을 테고, 나에겐 아시안마트의 유무도 크게 작용한다. 여행이 아니라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면, 벌이와 씀씀이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만큼 고려해야 할 사항이 늘어난다. 직업을 구하기는 괜찮은가, 복지는 어떤가, 사회 시스템은, 병원은, 동네 분위기는, 등등. 


    사람 사는 곳은 다 비슷하다지만 나의 경우에는 어느 한 곳에 정착해서 살고 싶지 않다. 이민이나 여행이나 짧게는 몇 달, 길게는 몇 년정도를 이곳에서도 살아보고 저곳에서도 살아보고 싶다는 것이 나의 진정한 속마음을 내포한 대답이다.


어디 가봤어요?
아직 가볼 곳이 많이 남았다.

    또 하나 많이 듣는 질문 중에 대답하기 곤란한 것이 '어디 어디 가봤어요?' 혹은 '몇 개 국이나 가봤어요?' 하는 질문이다.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이나 중국처럼 땅이 넓은 나라들은 가봤다 한 들 한 두 개 도시 정도이고 말이다. 내가 여행을 많이 하다보니 많은 나라를 가보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한 번 가면 꽤나 오래 머무르는 탓에 그렇게 많은 곳을 가보지는 못했다. 좋아하는 곳은 여러 번 가기도 하고 말이다. 앞으로 갈 곳이 많이 남았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기도 하다. 말이 나온 김에 지금 세어나 보자. 아시아에서는 한국, 중국, 일본, 대만, 태국, 베트남, 싱가포르, 캄보디아를 가보았다. 유럽에서는 영국,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헝가리, 그리스, 슬로바키아, 체코, 오스트리아, 핀란드, 터키. 그리고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피지까지 하면 24개국 되겠다.

 

    미국이나 캐나다, 호주, 중국 등은 땅이 너무나도 넓은 나라고 계속 다른 도시들을 여행 중이지만 여전히 갈 곳이 많다. 그리고 같은 곳을 여러 번 가도 올해 가서 보는 모습과 작년에 봤던 모습이 다르기에 갔던 곳을 또 가는 것 또한 좋아한다. 내 여행은 끝이 나지 않을 것이지만 내가 지구 상의 모든 곳을 가볼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여행을 다닐 때 어느 곳이 멋있으니 꼭 가봐야 한다던가 유명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해야 한다거나 최대한 많이 보고 가겠다던가 하는 마음은 없다. 그저 이번 여행을 즐기고 이 여행이 끝나면 다음 여행을 준비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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