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NAMA - Hamel Family
하멜 패밀리 와이너리는 소노마에 위치해 있다. 소노마 지역도 나파 만큼이나 와인으로 굉장히 유명한 도시 중에 하나인데 나파에서 가깝고 샌프란시스코 시내에서 출발한다면 나파 서쪽에 위치해 있는 도시이므로 갈 때나 돌아올 때 들를 법하다. 하멜 패밀리 와이너리는 지난번에 나파를 방문했을 때 한 번 가보고 싶었었는데 예약 필수인 곳이라서 가지 못했었다. 그래서 이번엔 3주 전에 미리 예약을 하고 방문하였다.
하멜 패밀리 와이너리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가족 단위의 소규모 와이너리이다. 그래서 나파의 다른 유명 와이너리들과는 분위기가 다르다. 하지만 나는 그런 분위기에 더 끌렸다. 작은 규모로 운영되다 보니 유명하지 않아 아는 사람이 별로 없고 예약하러 들어간 모바일 웹페이지는 너무나 조잡해 보인 것도 있어서 크게 기대하지 않고 방문했지만 처음 도착해서 이 와이너리를 본 순간 너무나 좋았다(날씨도 한몫한 것 같다).
이 곳은 소규모 와이너리답게 기존의 와이너리와는 달리 여러 가지 시도를 많이 해본다고 한다. 전통적인 와인 생산 방식만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것들을 도입해보는 것이다. 또한 친환경을 고집하고 있는데 여러 가지 이유로 포도밭 주변에 다른 작물들도 많이 키우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투어에 테이스팅이 포함한 코스로 예약을 하였는데 다른 와이너리들과 다를 바 없이 호스트가 먼저 투어를 진행한 뒤 테이스팅을 도와주는 형태로 진행되었다. 투어는 라운지처럼 생긴 빌딩 내부에서 호스트를 만남으로서 시작된다.
빌딩 내부에 눈길을 끄는 것이 있었는데, 입구에 놓여있는 동물 모형이었다. 차를 몰고 게이트를 통과할 때 게이트 앞에도 서 있었던 동물이었다. 그 동물에 대해서 물어보았더니 배져라는 동물이라고 했다. 처음에는 배져가 무슨 동물인지 몰랐는데, 나중에 찾아보니 오소리라고 한다. 이 동물은 하멜 패밀리 와이너리의 상징인데, 이 동물이 상징으로 쓰이게 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고 한다. 그중에 투어 중에 들은 이야기는 이 동물이 소노마 카운티 출신이며, 이 동물이 위스콘신 대학교의 상징인데, 하멜 패밀리의 3대가 위스콘신 대학교를 졸업했다는 것이었다.
투어의 첫 번째 도착지는 포도밭이었다. 포도밭에서 직접 포도를 보고 땅을 밟아보고. 지금까지 와이너리 투어를 해오면서 포도밭에 들어가는 투어는 처음이었다. 포도밭을 바깥쪽에서 구경하는 투어는 많이 있었지만 말이다. 안쪽으로 들어가니 작은 포도알과 물을 공급하는 배관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더 들어가는 것은 뱀을 만날 수도 있어서 위험하다고 한다.
포도밭을 거니는 동안 머리 위에서 배회하는 매 혹은 독수리처럼 생긴 새가 두 마리 있었는데, 그 새에 대해서 물어보니 투어 호스트의 말이 벌레나 쥐를 잡아먹어주어서 아주 고마운 애들이라고 했다. 그래서 포도를 먹는 동물이 들어오지는 않느냐 물었더니 가끔 사슴이 오는데 그 사슴을 위해서 포도밭 주위에 다른 베리류 나무들을 심어두었다고 한다. 향이 훨씬 강해서 포도 대신 베리를 먹는다고. 농약을 치는 대신에 다른 베리들을 심을 생각을 하다니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로 도착한 곳은 포도를 탱크에서 숙성시키는 곳이었다. 새로운 시도를 해보기 위해서 콘크리트로 된 탱크와 스테인리스로 된 탱크를 둘 다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여러 가지를 해볼 수 있는 것이 작은 와이너리의 장점 아닐까 싶었다. 지금은 포도 숙성을 하는 기간이 아니라며 내부도 다 열어서 보여주었다. 탱크 내부를 보여준 투어도 처음이라 신기해서 안쪽도 계속 보게 되었다.
스테인리스 탱크는 한 통에 레드와인도 만들었다가 화이트와인도 만들고 구분 없이 사용하지만 콘크리트는 스테인리스와는 달리 색이 물들기 때문에 화이트와인 용과 레드와인 용을 따로 구분해서 사용한다고 한다. 다른 탱크를 사용한 결과로 택스쳐가 조금 달라진다고 하는데, 그 차이를 확인해 볼 수 없어서 아쉬웠다.
다음으로 도착한 곳은 숙성고였는데, 역시나 내가 좋아하는 와인이 익어가는 향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 향으로 향수를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동굴처럼 생긴 곳이었는데 다른 숙성고들이 그렇듯이 냉장고 같았으나, 여기는 아무런 냉방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거야 말로 자연 냉장고 아닌가. 우리 옛 선조들이 땅을 파고 장독대를 묻고 김치를 저장했던 것처럼 말이다. 다시 한번 자연 친화적인 와이너리라고 느꼈다.
다른 와이너리들과 마찬가지로 프랑스 오크통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대부분 프랑스 오크통을 사용하지만 오스트리아 오크통도 몇 개 사용해보고 있다고 한다. 한쪽에 따로 놓여진 오스트리아 오크통들을 볼 수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달라보이지 않았지만.
이 곳에 또 다른 신기한 모양의 탱크가 있었는데, 계란 모양이었다. 그 탱크는 특별한 와인에 사용하는 것이라고 하는데 이 탱크로는 화이트 와인만 만든다고 한다. 실제로 내부를 보여주었는데 레드와인을 만드는 탱크는 포도의 껍질색이 물들어 약간 검붉은데 이 탱크는 붉은색으로 물들지 않았다.
게다가 이 계란 탱크 뒤 쪽의 벽은 실제 돌이라고 한다. 이 보관소를 만들 당시 돌이 나왔는데 그대로도 멋져 보여서 그냥 두었다나 어쩐다나. 자연과 어울려 지내는 모습을 한번 더 보여주었다.
투어의 마지막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테이스팅으로 마무리된다. 테이스팅을 하러 가는 길에 작은 텃밭을 지났는데, 그 텃밭은 와이너리에서 일하는 셰프의 텃밭이라고 한다. 원하는 것을 기르고 때때로 그걸로 음식을 만든다고. 셰프도 뭔가 다양한 시도를 해보는 것 같았다.
총 4잔의 와인을 테이스팅 하는데 와이너리의 셰프가 직접 만든 조미가 된 치즈와 크래커를 내주었다. 크래커와 치즈는 정말로 맛있었다. 치즈를 좋아하지 않는 내가 먹을 정도로. 홈메이드 씨솔트를 뿌렸다고 하길래 소금은 집에서 어떻게 만드나 궁금했다. 소금물을 퍼다가 집에서 말리나 하고. 친절한 투어 호스트는 나의 엉뚱한 질문에도 셰프만이 아는 비밀 프라이빗 비치에서 바닷물을 떠 와서 직접 가열해 만든다고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4잔의 와인은 로제, 샤도네, 블랜드 레드 와인, 그리고 까베르네 소비뇽이었다. 4잔 다 굉장히 훌륭했지만 로제가 제일 특이한 맛이었다.
이 곳은 너무나 마음에 들어서 멤버십에 가입하고 싶었는데, 원하는 멤버십 프로그램이 이미 다 차 버려서 대기 리스트에 넣어준다고 했다. 투어 예약할 때 셰프의 코스요리가 포함된 투어가 있었는데 가격이 두 배 정도 비싸서 테이스팅만 포함된 걸로 했었더랬다. 다음번엔 이 셰프의 손맛도 꼭 맛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