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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유가 Dec 16. 2018

사케 테이스팅 #쇼치쿠바이

Sho Chiku Bai

    일본에서 두 번째로 큰, 미국에서는 가장 큰 사케 회사인 타카라 사케의 테이스팅룸에 방문해 보았다. 사케 테이스팅은 처음이라 매우 부푼 마음을 앉고 갔다. 이 테이스팅룸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생사케 테이스팅 이벤트 때문이었다. 생사케는 이스트 발효 이후에 병에 넣기 직전의 신선한 사케를 말하는데 새로운 사케를 병입 하기 직전에만 맛볼 수 있다. 생사케의 특성 때문에 특정 시즌에만 맛볼 수 있고 시중에서 판매되는 것을 찾기는 거의 불가능하므로 이벤트를 알게 되고 당장 가보자 마음먹었다.


    타카라 사케가 회사의 이름이고 쇼치쿠바이는 사케의 브랜드 이름인 것 같았다. 쇼치쿠바이는 한국어로 송죽매인데 각각 소나무, 대나무, 매화를 뜻한다. 우리나라의 사군자가 생각났다. 국화만 있으면 완성인데. 이 이름이 사군자와 관계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본인 친구에게 사군자에 대해서 설명하니 모르는 걸로 보아서는 일본에 사군자라는 개념이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버클리 시내에서는 좀 떨어진 곳에 위치한 타카라 사케.

    테이스팅 룸 한쪽에 박물관이 있었다. 크지는 않지만 사케를 만드는 과정에 대해서 설명되어 있고 오래전에 사용했던 것으로 보이는 도구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쌀이 어떠한 과정을 거쳐서 술이 되는지를 흥미롭게 읽었다.

    이 박물관에서 보았던 것 중에 가장 눈길이 갔던 것은 사람 머리통만 한 덤불처럼 보이기도 하고 수세미처럼 보이기도 하는 볼이었다. 이 볼의 이름은 '사카바야시'. Cedar라는 나무의 나뭇잎 다발로 만든다고 하는데, 전통적으로 새로운 사케가 나오면 이 볼을 사케 양조장 대문 앞에 걸어둔다고 한다. 이 볼은 처음 걸 때는 초록색인데, 시간이 지날수록 갈색이 돼가고 그러면 지나는 사람들이 색에 따라서 그 사케가 얼마나 숙성되었는지를 알 수 있게 된다. Cedar는 한국어로 개잎갈나무라는데 소나무처럼 생겼다.

    비디오를 볼 수 있는 공간도 한쪽에 마련되어 있는데, 그 비디오는 사케를 만드는 과정과 함께 회사를 소개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첫 방문 때에는 회사 소개 비디오를 뭐하러 보나 싶어서 곧장 테이스팅 바로 직행했지만 두 번째 방문 때에는 예약시간보다 조금 이르게 도착해서 시간도 보낼 겸 앉아서 보았는데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이 곳의 테이스팅 룸은 작다. 공간이 좁은 것은 아닌데 탁자가 많지 않고 대부분 작은 바에 서서 테이스팅을 한다. 탁자든 바든 자리를 잡으면 테이스팅 메뉴판을 내어주는데, 3가지의 다른 테이스팅 옵션이 있다. 이 테이스팅 메뉴는 주기적으로 교체된다고 해서, 나도 주기적으로 가보려고 한다.


    첫 번째 테이스팅 코스는 기본 코스로 이 사케 회사에서 주력으로 하고 있는 사케와 인기가 많은 사케들 위주로 구성이 되어 있었다. 두 번째 테이스팅 코스는 여러 가지 특이한 사케를 마셔볼 수 있는 코스로 과일 맛이나 다른 향을 섞은 사케들을 맛볼 수 있는 코스였다. 세 번째 코스는 긴조와 준마이를 비교 체험해볼 수 있는 코스였다. 나는 이 곳을 두 번 방문하여 세 번째와 첫 번째 코스를 테이스팅 해보았다.


    물론 생사케만도 테이스팅이 가능한데, 생사케는 도수가 높고 맛이 강해 다른 사케도 먹어볼 생각이 있다면 코스를 먼저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코스를 선택하면 적절한 순서에 생사케가 나온다.


    선택 후에는 사케 소믈리에로 보이는 담당 가이드분이 사케를 가지고와 설명을 해주시고 잔에 따라 주신다. 처음 갔을 때 만났던 소믈리에님은 우리 일행이 너무 많아서 정신이 없으셨는지 긴 설명을 해주지 않으셨다. 우리끼리 얘기하느라 우리도 제대로 듣지 않았다. 하지만 두 번째 갔을 때에 만난 담당 소믈리에와는 대화도 많이 하고 질문도 많이 할 수 있었다. 덕분에 나의 반응에 따라 사케를 더 추천해주시기도 하고 추가로 테이스팅을 할 수 있게도 해주셨다.


    사케의 퀄리티와 가격은 쌀을 얼마나 정제하였는가와 연관이 있다. 쌀을 많이 정제할수록 바깥쪽의 단백질은 벗겨져 나가고 안쪽의 단맛만 남게 되고, 쌀알의 크기가 작아져 더 많은 양의 쌀을 사용하게 된다. 테이스팅을 하는 중에 정제한 정도에 따른 쌀알의 크기를 5~6가지 보여주었다.


금가루가 띄워진 테이스팅 코스의 마지막 사케


    사케는 쌀알이 정제된 정도에 따라서 준마이와 긴조로 나눌 수 있다. 준마이는 쌀을 덜 깎아내어 단백질의 맛이 남아있는 반면, 긴조는 단백질 부분이 거의 다 깎여 쌀 안쪽의 단맛만이 있다. 긴조의 단계에서 쌀을 더 깎아내어 상급으로 치는 사케를 다이긴조라 부른다. 쌀을 더 깎아 낼수록 더 많은 양의 쌀이 필요하기 때문에 다이긴조의 가격이 더 비싼 것도 당연하다. 


    쌀을 최대로 얼마나 깎아낼 수 있는지 궁금하여 물어보았더니, 왜 그런 시도를 했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1%만 남기고 쌀을 깎아내어 만든 사케가 있다고 대답해주셨다. 그 정도의 가치가 있는 맛일까 궁금해서 다시 물어보았는데, 그 사케는 한 병에 $1000가 넘으며 소량 생산되어 자신도 맛보지 못했다고 하셨다.

왼쪽은 긴조, 오른쪽은 준마이

    또 다른 좋은 점은 같은 사케를 여러 온도로 테이스팅 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따듯한 사케, 차가운 사케, 그리고 실온의 사케. 모두 다 약간씩 다른 맛이 있어 놀라웠다. 특히 준마이의 경우에는 쌀 겉면의 단백질이 남아있기 때문에 온도에 따라 아미노산이 열에 반응하여 맛이 변하는 것이 느껴졌다. 

같은 술 다른 온도

    코스에 포함되어 있는 술들의 맛이나 알코올 세기에 따라 생사케를 테이스팅 하는 순서가 정해진다. 특별한 술이니 만큼 특별한 잔에 내어준다. 이스트가 아직 살아있기 때문에 민감하다면 혀끝에서 이스트의 맛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이 생사케는 온도에 매우 민감하여 시간에 따라 날씨에 따라 매번 다른 맛을 내며, 일반 사케보다 알코올 도수가 세다고 한다. 요거트 비슷한 맛과 함께 혀끝에 톡 쏘는 맛이 아주 은은하게 느껴졌다. 술이 세긴 하지만 굉장히 흥미로운 맛이었다. 

바로 그 생사케

    테이스팅을 다 마치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담당 소믈리에가 입가심 하라며 다른 사케를 추가로 조금 테이스팅 할 수 있게 해 주었다. 그 사케는 스파클링 사케였는데 탄산과 달달한 맛이 디저트 와인과 비슷한 맛이 났다. 사케에서 이런 맛이 날 수 있다니 신기하여 선물용으로 몇 병 구매하였다.


    친절한 설명과 여러 종류의 사케 테이스팅, 그리고 나마사케라 불리는 생사케를 맛본 것 까지. 처음으로 해본 사케 테이스팅이었지만, 여러 가지로 굉장히 기억에 남는 경험이 될 것 같다. 이 테이스팅 룸과 생사케 이벤트에 대해서 알려준 일본인 술친구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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