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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유가 Apr 30. 2019

뮌헨의 옥토버페스트

Octoberfest in Munich

    드디어 다녀왔다. 독일의 옥토버페스트에!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꿈꾸었을 그 옥토버페스트. 이 여행의 2년 전 옥토버페스트에 가려고 만반의 준비를 다 했었는데, 그때의 생각이 났다. 독일에 가는 길에 체코와 헝가리를 들러갈 생각으로 여행을 했고, 체코에서 여러 도시를 거쳐 헝가리까지 가서 짐을 풀었는데, 독일에 도착하기 전에 일이 생겨 한국으로 돌아와야만 했다. 일이 있었으니 할 수 없었지만 아쉽긴 했었는데, 드디어 이렇게 한을 푸는구나.


    예전에 핀란드에서 우연히 만난 독일인 여행객에게 옥토버페스트를 가고 싶다 얘기하였더니, 그 사람이 왜 거길 가려고 그러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거긴 미친 사람들만 있다고 설명해주었다. 온갖 사람들이 다 취해서 미친 짓을 하면서 돌아다니고 길에 토하고 길바닥에서 누워 자고 난장판이라고. 그 설명을 들었을 때, 금요일 밤 강남대로가 생각난 것은 왜일까. 그리고 난 괜찮을 것만 같다고 생각한 건 왜일까.


    나는 옥토버페스트가 열리는 장소 가까운 곳에 숙소를 잡았다. 덕분에 숙소에 오가는 길에 도처에서 취객을 볼 수 있었고 창문으로 옥토버페스트의 화려한 불빛을 축제가 끝날 때까지 계속 볼 수 있었다. 뮌헨에 머무는 2주 동안 3일간 축제를 즐겼다. 처음에 뮌헨 여행을 계획할 때는 매일매일이라도 가고 싶었지만 뮌헨 근처에 맛있는 맥주 양조장이 어찌나 많던지. 그 외에는 뮌헨에 있는 혹은 뮌헨 근교에 있는 다른 유명한 브루어리를 방문해 여러 가지 술을 마셨다.


    옥토버페스트의 첫인상은 매우 강렬했다. 그저 맥주 축제로만 생각했었는데, 엄청나게 큰 페스티벌이었다. 남녀노소 술을 좋아하지 않아도 재밌게 즐길 수 있는 그런 곳이었다. 아이들은 놀이 공원에 온 듯 솜사탕을 손에 들고 회전목마나 롤러코스터 등의 어드벤처를 즐겼다. 규모도 상상 이상이었다. 놀이공원을 아우르는 페스티벌의 규모도 어마어마했지만 맥주 텐트도 생각했던 것보다 거대했다. 텐트라기에 정말 텐트일 줄 알았는데 삼층 건물과 맞먹을 정도의 가건물이었다. 이렇게 큰 건물이 축제가 끝나면 사라진다니... 놀라웠다.


    그리고 내부에 사람은 어찌나 많던지. 9월에 열리는 옥토버페스트의 티켓이 3~4월에 매진된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었는데 정말이었다. 그 엄청난 규모의 텐트에 사람이 가득 차 술을 마시고 노래를 하고 춤을 추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정말로 광란 그 자체였다. 게다가 땀냄새와 술냄새가 함께 어우러진 오묘한 냄새가 텐트 안을 꽉 채우고 있었다.


    옥토버페스트 기간에 뮌헨에 가면 옥토버페스트 기간에만 파는 특별한 맥주를 맛볼 수 있다. 옥토버페스트의 맥주 텐트에서는 그 맥주만 팔고 있다. 가격도 모든 맥주 텐트가 같다. 1L의 큰 잔에 10유로가 넘는 싸지 않은 가격이다. 이 텐트 안에서 작은 잔은 존재하지도 않는다. 무조건 1리터! 게다가 도수도 일반 맥주보다 세다. 한 잔을 빠르게 마시고 나면 그냥 취해버릴 수 있을 정도이다. 나도 한 잔을 쭉 들이켠 후에야 길바닥에 널브러진 사람들이 이해가 되었다. 맥주가 가득 차있는 1L 잔은 또 얼마나 무거운지. 양손에 6~7개씩 들고 다니는 서빙하는 분들은 운동 좀 하신 분들인 듯했다. 


    축제 기간에 또 하나 흥미로웠던 것은 전통의상을 입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여자들은 가슴이 꽉 끼는 드레스를 입고 남자들은 가죽 반바지를 벨트와 함께 입는다. 그 전통 의상이 멋있어 보여서 하나 사보려고 여기저기 돌아다녀보았지만 가격이 비싸 살 수가 없었다. 그나마 여성 의상은 디자인에 따라 가격이 매겨지기에 단순한 디자인을 고르면 만만한 가격에 살 수 있었지만 남성 의상은 기본 가죽으로 제작되기에 바지의 가격이 상당했다. 이 반바지는 맥주로 가득 찬 빵빵한 배를 벨트 사이에 넣어 돋보이도록 입는 것이 포인트 같았다.(뱃살이 없으면 좀 없어 보이기도...ㅋ) 나중에 독일 현지인에게 들으니 그 가죽 바지 통풍도 안되고 땀만 차서 추천하지 않는다고 했다. 축제기간 아니면 입을 일이 별로 없어서 돈 아깝다고 하면서. 하지만 그 옷을 볼 때마다 사고 싶어 고민을 했다.


    축제의 마지막 날에 관람차를 한 번 타보았다. 옥토버페스트의 모습을 위에서 보고 싶기도 했고, 야경이 멋질 것 같기도 했고, 어트랙션을 한 번 즐겨보고 싶기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회전그네나 롤러코스터를 타기에는 술을 너무 많이 마신 터라 가장 얌전한 놀이기구를 골랐다. 관람차를 타고 가장 높은 곳에 올라가 내려다보는 맥주 텐트들은 정말 멋있었다. 사람이 너무 많아 정신없고 취객이 난무했지만 즐겁게 잘 놀았다!ㅎ 







1L를 벌컥벌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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