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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유가 Jun 19. 2019

브루어리 이야기 #러시안 리버

Russian River Brewery

    내가 캘리포니아에서 제일 좋아하는 브루어리. 러시안 리버. 여기를 매년 방문하는 것도 벌써 5년이 넘었다. 처음 이곳을 방문했을 때의 놀람과 벅참은 이미 사그라들었지만 여전히 기대감을 앉고 찾아가게 된다.


    미국에 있는 브루어리 이름이 왜 러시안 리버인가 싶었는데, 알고 보니 근처에 러시안 리버라 불리는 강이 흐르고 있었다. 이 강은 캘리포니아 북부에 있는 소노마 카운티 지역을 지나는 강인데, 이 강의 이름은 1800년대 초반 이 강의 근처에 정착한 러시아 사람에 의해서 지어졌다고 한다.


    러시안 리버 브루어리는 산타로사라는 도시의 다운타운에 위치하고 있다. 항상 많은 사람들이 줄을 길게 서있는 덕에 멀리서도 눈에 띄곤 한다. 2~3월 즈음에는 이 브루어리에서 한정판 맥주를 선보이는데, 그 기간에는 브루어리 앞의 그 줄이 한 블록이 넘도록 이어진다. 하지만 이 줄은 자리가 나기를 기다리는 줄이 아니라 웨이팅 리스트에 이름을 적기 위한 줄이다.(바에서 서서 마시는 것을 원할 경우 웨이팅 없이 들어가기도 한다.) 웨이팅 리스트에 이름과 전화번호를 적고 나면, 나중에 핸드폰으로 연락이 온다. 전화번호를 적은 후 핸드폰으로 연락이 올 때까지는 그 날 그 날이 다르긴 하겠지만 보통 주말 저녁에 테이블 자리를 원하는 경우 3~40분에서 길게는 1시간 정도 걸린다. 배가 고플 때는 그 기다림이 힘들기도 하지만 덕분에 산타로사 다운타운을 여기저기 구경할 수 있다.


    내가 좋아하는 곳은 맞은편에 위치한 서점과 도서관, 그리고 서점 옆에 있는 카페이다. 보통 주말 저녁에 가는 곳이기에 도서관은 문을 닫는 시간이지만 서점과 카페는 3~40분의 시간을 보내기 딱 좋다. 한국인이라면 Jeju way라고 이름 붙여진 길에 한 번 가보는 것도 좋다. 러시안 리버 브루어리 바로 옆 쪽에 위치한 작은 골목인데, 산타로사와 제주시가 자매결연을 맺었다는 상징으로 Jeju way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 길의 앞쪽에는 제주도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허벅 진 여인이 서있다.


    이 곳에서 생산되는 맥주는 그 종류가 아주 많다. 그 많은 맥주를 모두 다 맛볼 수 있는 샘플러를 주문할 수 있는데, 샘플러를 주문하게 되면 모든 맥주를 맛볼 수 있다. 갈 때마다 맥주의 종류가 조금씩 달라져, 어떨 때는 19잔을, 어떨 때는 22잔을 내오기도 한다. 아무튼 20잔 내외를 받아볼 수 있다. 이 샘플러만 다 마셔도 2L 가까이 되는 양이니 만큼 한 손으로 들기 힘들지만, 한 번쯤은 한 손으로 들고 기념샷을 남길만 하다. 이렇게 많은 맥주를 생산한다는 것만으로도 놀라운데, 샘플러를 맛보면 모든 맥주가 가지고 있는 각양각색의 맛과 향에 더욱더 놀라게 된다.


    그중에서도 이 브루어리의 대표 맥주는 'Pliny the Elder'라고 하는 IPA이다. 향과 맛이 강해 인기가 많다. 2월 말 경에 한정판으로 생산되는 모두가 길고 긴 줄을 서서 오랜 시간을 기다려 마시는 맥주는 'Pliny the Younger'이다. 이 한정판 맥주는 2주간만 판매되며 이 기간에 많은 맥주 애호가들이 브루어리를 방문함을 물론이다. 한정판이니만큼 한 사람당 제한된 수의 맥주만을 살 수 있다. Pliny the Elder보다 맛과 향은 조금 가벼울 수 있지만 알코올은 더 강하다. Pliny the Elder는 로마의 작가이자 물리학자이자 군인이었고 Pliny the Younger는 그의 조카이면서 법조인이자 작가였는데 맥주의 이름을 이 작가들의 이름에서 가져왔다고 한다.


    와인 오크통에서 숙성시킨 아주 신기한 맥주를 맛볼 수도 있는데, 이 맥주들은 오크통 특유의 향을 가지고 있고 과일 향이나 꽃향이 강하며 사우어 한 맛이 특징이다. 까쇼가 담겨있던 오크통에, 피노 노아르가 담겨있던 오크통에, 샤도네가 담겨있는 오크통에, 그 외에도 여러 다른 오크통에 숙성시킨 맥주들을 맛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사우어 맥주를 좋아하지 않기에 테이스팅으로 만족했다.


    여러 번 방문하다 보니 이제는 이곳에서도 좋아하는 맥주가 생겨서 샘플러보다는 좋아하는 것으로 한 잔을 주문하는 편이다. 하지만 여기가 처음인 친구들과 갈 때면 언제나 항상 샘플러를 주문해주곤 한다. 다 한 번씩 맛볼만한 가치가 있는 맥주들이라고 생각한다.


    산타로사에서 북쪽으로 조금 떨어진 윈저라는 도시에 새로운 지점이 오픈했는데, 한 번도 가보지는 못했지만 더 크고 그 분위기도, 음식 메뉴도 산타로사의 것과는 다르다고 한다. 다음번에 이 동네를 지나게 된다면 그곳에 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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