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letter from Frankfrut
할로~! 드디어 독일로 넘어왔다. 너도 알겠지만 사실 독일은 여행이 목적이 아니라 아는 사람을 만나려고 온 거야. 프랑크푸르트에서 2박 3일간 친구와 함께 지내고 뮌헨에서 동생을 만날 거야. 그리고 여행을 계속 이어나가겠지.
사실 여기서는 뭘 하려고 하지 않았어. 그냥 오래간만에 만난 반가운 사람들과 맥주나 마시려고 했지. 친구네 가족을 만나자마자 점심을 먹고 프랑크푸르트에서 유명한 아이스크림 가게로 갔어. 직접 아이스크림을 만들어서 파는 곳이었는데, 신기한 게 많더라고. 스파게티 면처럼 뽑아서 접시에 담아주는 아이스크림도 있었어. 나는 술이 잔뜩 들어간 파르페를 시켰지. 생각보다 독한 술이 들어갔는지 술맛이 꽤나 강하더라고.
프랑크푸르트에는 1년 반만이었는데 그 사이에 새로 생긴 치킨집이 있더라고. 거기서 순살 양념에 맥주를 마시는데 너무 맛있었음. 아 이게 얼마 만에 먹는 양념치킨인지!! 역시 맥주엔 치킨이 진리지!! 내가 벨기에에서 맛없는 맥주를 마셨다는 얘기를 들은 친구는 독일 맥주를 종류별로 굉장히 많이 사 왔어. 함께 나눠먹으며 여러 종류의 맥주 맛을 봤지. 맥주와 함께 나를 반겨준 그 고마운 친구는 내가 도착하기 이틀 전에 한국에서 돌아왔다고 하더라고. 일이 있어서 잠시 다녀왔다는데, 시차 적응할 시간도 없이 내가 들이닥친 거지. 같이 놀아줘서 너무 고맙더라.
그 딸내미도 그새 많이 컸더라고. 남의 자식은 빠르게 큰다더니 역시나. 지난번에 만났을 때는 아기 같았는데, 이젠 어엿한 어린이가 되어 있었어. 아빠가 몇 주간 한국에 다녀와서 그런지 더더욱 아빠 껌딱지가 되어 있기도 했고. 우리가 맥주를 마시는 걸 보고는 ‘나도 맥주 마실래!’ 하더라니까. 이젠 독일어도 유창해서 내가 많이 배웠어.
딸내미가 집에 있는 잠깐의 오전 시간 동안 둘이서 괴테의 생가를 다녀왔어. 아무것도 안 하기는 좀 그랬는지 프랑크푸르트에서 유명한 곳 몇 군데 알려주면서 한 곳을 다녀오자고 하더라고. 난 맥주만 마셨어도 상관없었지만 그래도 가장 유명한 괴테의 생가를 골랐어.
괴테는 세계적으로 굉장한 천재 중 한 명이야. 작가로 유명하기는 하지만, 음악적으로도 재능이 있었고, 그림도 꽤나 잘 그렸고, 과학지식이 많아서 뉴턴과도 교류가 있었다고 해. 모차르트의 콘서트를 갔다는 이야기도 있었어. 모차르트나 뉴턴 같은 교과서에서 나올만한 사람들이랑 동시대에 살았었다니 놀랍다. 그 시절이 온갖 천재가 다 태어났던 건가. 아무튼 괴테와 그 가족들은 굉장히 부유한 사람들이었기에 그 생가가 아주 볼만해.
괴테는 프랑크푸르트에서 태어났고, 그 부모님도 조부모님도 다 프랑크푸르트 출신이야. 꽤나 부유한 가문이었던 걸 집안 곳곳에서 알 수 있었어. 지하에는 포도주나 음식을 저장하는 곳이 있고, 방에는 취미생활용 악기나 자수틀 등이 놓여 있고, 당대 유명했던 화가들의 작품도 굉장히 많이 가지고 있어. 특히 괴테의 아버지가 사용했던 서재는 정말 탐나더라. 나도 그런 서재를 갖고 싶은데 말이야. 언제쯤이나 돼야 가능하려나.
꼭대기 층의 한쪽 방에서는 괴테에 대한 작은 전시도 있었어. 그곳에 괴테와 괴테 가족의 일생에 대해서도 적혀 있고, 괴테가 직접 쓴 글이나 괴테가 세례 받은 기록 등도 볼 수 있어서 흥미로웠어.
괴테의 생가를 나와서는 간단하게 점심을 먹으러 갔어. 나는 맥주만 있으면 상관없다며 데려다주는 곳엘 갔는데, 산길을 구불구불 올라가다가 아주 생뚱맞은 곳에 홀로 서 있는 레스토랑에 가게 되었어. 위치도 가게 내부도 굉장히 멋있더라. 그 레스토랑에서 웨이트리스 분이 추천해주시는 맥주를 하나 마셨는데 정말 맛있더라고. 그분 맥주를 좀 아는 사람이야!!ㅋ 독일어를 할 줄 모르니 뭘 추천해주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그리고는 집으로 돌아가서 딸내미의 스케줄에 맞춰 놀아주었지. 그 날 친구 생일잔치가 있다고 해서 데려다주고 근처에서 맥주를 한잔했어. 벌써 생일잔치를 친구들이랑 하다니 많이 컸다는 생각도 들고, 애들 생일을 이렇게 정신없고 거창하게 하다니 미국에서 하던 걸 보는 느낌이기도 했어. 맥주를 마시다 생일 주인공인 아이의 할아버지를 만나게 되었어. 그분은 내가 미국에서 왔다고 하자 미국 여행 다녀온 얘기를 해주시더라고. 공교롭게 내가 작년에 다녀온 곳이랑 같아서 즐겁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어. 연신 자신의 영어가 부족하다며 미안해하셨어. 나도 부족하니 미안해하실 필요 없는데 말이지. 나중에 알고 보니 물리공학 교수를 하시다 은퇴하셨더라고. 그런 것도 내색하지 않고 겸손하신 분이었어. 젠틀하다는 말은 이 할아버지께 어울리는 말인 것 같더라. 본받고 싶다.
저녁엔 피자와 파스타를 집으로 배달시켜서 와인이랑 마셨어. 친구네 집에 모셔져 있던 와인을 마셨는데 너무 맛있더라고. 그래서 비쌀 것 같아 물어봤는데, 가격은 말해주지 않았지만 싸진 않다고 하더라. 왠지 귀한 술 축낸 것 같아 미안해졌다.ㅋㅋ
오래간만에 반가운 얼굴도 보고 즐겁게 놀았다.ㅎㅎ 이제 내일 아침 일찍 뮌헨으로 갈 거야. 거기서 동생들을 만나 본격적인 여행을 시작하게 되겠지. 거의 1~2년 만에 보는 걸 테니 반가우려나? ㅋㅋ
2019. 03. in Frankfru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