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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렁큰드로워 Mar 20. 2018

23_모두에게 보내는 위로

Chateau Malescot St.Exupery 1998


샤또 말레스코 생 떽쥐뻬리 1998


이 와인을 산 것은 이름에 생 떽쥐뻬리가 들어간다는 것이 유일한 이유였다.

생각나는 사람이 있을 텐데

와인 이름에 있는 생 떽쥐뻬리는 어린 왕자의 저자 앙투안 드 생 떽쥐뻬리의 할아버지다.


꽤 지친 나날을 보냈었다.

잠깐의 휴식을 위해 제주도에 가면서 이 와인을 들고 갔다.


왠지 나는 이 와인을 꼭 마셔야 했다.

상태가 좋은지 향에서는 오래 숙성된 좋은 향들이 뿜어져 나왔다.

시가, 가죽, 바닐라, 옅게 남은 블랙 과실 향

오픈하고 그다음 날 마시니까 부드럽게 살짝 더 풀려있어서 마시기 좋더라.


피곤하지만 위로가 되는 밤이었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매년 어린 왕자를 읽었다.

처음에는 짧으니까 한번 더 읽어볼까 라며 책을 다시 집어 들었던 것 같다.

그 이후에는 마음이 어지럽거나 집중이 안될 때였다.

왠지 그대로의 것을 보는 어린 왕자는 위로가 되었다.

분명 아는 내용인데 읽을 때마다 ‘이런 느낌이었나?’라는 생각이 든다.


어린 왕자의 말을 알고도 모른척할 때가 많은 요즘에

문득 생각나는 부분이 있다.



"어떤 날은, 노을을 43번 봤어!"


그리고 잠시 후 다시 말했지.

"있잖아... 아주 슬플 때는 노을이 좋아져...”

“노을을 43번 본 날은 많이 슬펐니?”


그러나 어린 왕자는 대답이 없다.


노을을 마흔세 번이나 볼 수 없는 나는 지금,

위로가 되는 노래를  무한히 들어본다.


너의 그 작은 어깨가 너의 그 작은 두 손이

지친 내 하루 끝 포근한 이불이 되고

수고했어요 정말 고생했어요

 - 하루의 끝(End of a day), 종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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