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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렁큰드로워 Jan 05. 2019

24_시작으로 돌아가 보는 시간

DORNFELDER FEINHERB 2015

2014년 9월.

옹다와 하이델베르크에서 꽤 오래 머물고 있는 중이었다.

하루는 파란색의 하늘과 덥지도 춥지도 않은 공기를 가르며 기차를 타고 에슬링엔(Esslingen)으로 향했다. 


작은 마을이었다.

예쁜 색의 그림 같은 시청 앞에는 한껏 드레스업 한 사람들이 모여있었고

그들은 결혼을 하는 한 커플을 축하해주고 있었다.

우리는 즐거워 보이는 사람들을 뒤로하고 마을을 내려다볼 수 있는 성벽으로 향했다. 

성벽을 오를 수 있는 좁은 계단을 오르고 또 올라서 도시 전체와 포도밭을 한눈에 담아봤다. 

(잘 몰랐지만) 와인으로 유명한 도시에 왔으니 와인을 한 병 사서 마셔보자.

작은 마을을 돌고 돌아 겨우 발견한 와인샵에서 주인을 불러서 우리는

나는 단 와인을 좋아하지 않는다,

옹다는 드라이한 와인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시 말하면 달면서 달지 않은 그런 맛의 와인을 추천해 달라고 했다.

난감한 조건에 샵의 주인은 한참을 생각하다 낯선 이름의 레드와인 한 병을 꺼내서 건네줬다.

ESSLINGEN Dornfelder. 


그리고 그날 밤 와인을 들고 하이델베르크의 불꽃놀이를 보러 나갔다.

우리는 불타는 하이델베르크 성을 보며 병 째 들이켰다.

둘 다 만족!


하이델베르크 성을 지키던 술 취한 페르케오가 생각나면서 꿀떡꿀떡 잘 넘어가더라. 

와인 리스트에서 짧은 지식으로 겨우 와인 하나를 골라보던 나였다.

관심은 있지만 잘 몰랐다.

그때, 내 입에 딱 맞는 와인을 계속 마시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하늘 위의 불꽃보다 내 마음속에서 와인이 아름답게 터지는 날이었다. 


2018년 3월.

그 이후로 책도 읽고 설명회도 가보고 실제로 많이 마셔보면서 와인에 대한 애정이 커졌다.

마실수록 매력 있고 알고 마시면 더 빠져드는 그런 세계였다. 

꽤 많은 와인을 마셔오면서 와인 입맛도 계속 변하고 접하는 것도 많아졌다.

그러다 내가 와인을 마시게 된 시작점의 와인을 다시 마셔보고 싶었다.

지금 마셔도 그 와인이 맛있을까? 


언제나 고마운 찬스로

그때와 같은 Esslingen의 Dornfelder는 아니지만 Pfalz의 Dornfelder를 구해서 마셔봤다. 

오픈하자마자 향을 맡아보니

엄청 달콤한 냄새! 딸기나 블루베리 잼이 생각났다.

내가 이렇게 단 와인을 마셨던 건가?

같이 마셨던 친구는 화장품 냄새! 하고 마셔보더니 생각보다 달진 않다고 하면서

직접 만든 포도주스 맛이라고 건강한 맛이라고 했다. 

이 얘기를 합쳐보니

에슬링엔에서 우리가 요구했던 그런 와인을 꼭 맞게 추천해준 게 맞다. 

다시 마신 Dornfelder는 그때만큼 불꽃을 터뜨리지는 않았지만 그 날 저녁을 즐겁게 해 주기엔 충분했다.

4년 만에 처음으로 돌아가 봤다는 것에 의미를 둬야지.

Dornfelder는 레드와인 중에 달달한 와인을 원하는 사람들에겐 좋은 선택이 될 것 같다.  


그 때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은 것은

좋은 와인과 좋은 사람은 그 시간을 행복하게 만들어주고

좋은 기억으로 남을 수 있게 해 준다는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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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wing : Instagram @ongda_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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