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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장수 퐝케터 Feb 26. 2020

저녁형 인간은 저녁에 일어나야해요

퇴사일기01 - 퇴사를 실감나게 하는 것들  

퇴사일기01 - 아침잠이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




어릴때 부터 나는 아침잠이 많은 것이 고민이였다. 마음대로 놀고 먹고 자도 되는 유치원생 시절 때도 그러했다. 

다른 나라에서 유년기를 지내보지 않아서 잘은 모르겠지만,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성실한 것이라고 주입하는 한국의 제도권 교육은 아침잠에 대한 나의 죄책감을 더욱 커지게 하였다. 그렇다고 내가 아침잠이 많은 생활 습관을 고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한 것은 아니다. 뒤쳐지고 싶어 하지도 않지만 튀고 싶어 하지도 않는 수동적인 성격 때문에 외부에서 강제력을 행사 할때만 어거지로 아침에 일찍 일어나났다. 


특히 아침형 인간을 찬양하는 분위기가 사회적으로 널리 퍼졌던 적도 있었다. 때는 2000년대 중후반, 내가 중고등학교에 다니던 시절이었다. 사회적 분위기를 타고 겨우겨우 등교 시간에 맞춰 학교를 가는 버릇을 고쳐보려고 3주간 아침 6시 반에 일어나기에 도전하였는데 결과는 역시 실패였다. 2주 정도는 의욕에 넘쳐 일찍 기상했지만 나의 '체질'이 아침형 인간으로 살기에 적합하지 않았다. 


평소보다 40분 정도 일찍 기상하였을 뿐인데 붓기도 가라않지 않고 입맛이 돌았고, 안그래도 넘치는 사춘기 소녀의 식욕이 폭발하여 몇달만에 체중이 3키로가 불었다. 원래도 가녀린 체구는 아닌데 옷사이즈가 66을 넘어서 77에 육박(!)했다.



아침잠과의 사투는 학창시절 이후에도 계속되었다. 대학시절 미술을 전공했는데 일반 대학과 달리 학부측에서 전공수업 시간표를 무조건 강제적으로 편성해서 주었다. 심지어 1학년 때는 교양수업 조차도 학교측에서 편성해서 주었기 때문에, 의도치 않게 주5일 9시 학교 등교를 해야만 했다. 울며 겨자먹기로 경기도 분당에서 강북 까지 편도 1시간 반에서 2시간 가량 아침잠과 출근하는 직장인들 과의 사투를 벌였다. 2010년대 초반, 그 때는 지금처럼 신분당선이 다니지도, 분당선이 왕십리까지 연장되지도 않았던 시절이였다.(아 옛날이여..)


그렇게 대학교 4년 내내 개강때는 얼굴살이 빵빵해졌다가 방학때 아침잠을 푹 자면 쏙 빠지는 경험을 4년동안 반복했다. 


그러나 9-6로 일을 해야하는 회사원의 삶을 선택했던 순간부터 아침잠은 그냥 나의 선택지에서 없는 것이 되었다. 물론 프리랜서나 창업을 하시는 분들도 생활을 영위해야 하기 위해서는 아침잠은 물론 저녁잠도 없이 일해야 하지만, 선택지라는걸 가질 수 있지 않은가?


숙달되지 않는 업무, 아무리 노력해도 개선되지 않는 동료들과의 관계, 야근과 박봉 등을 처치 하고 직장 생활에서 나를 힘들게 하는 제일 큰 요소는 바로 '아침잠'을 포기하는 것이었다. 


요즘 많은 직장이 유연근무제를 도입하고 있다. 그러나 직장은 조직으로 단체로 움직이는 곳이고, 혼자 일할 수 있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다수의 동료와 상사들이 일하는 시간에 같이 해야만 경제적인 논리 면에서 효율적이다. 이런 상황속에서 끽해야 몇 개월 안된 신입 직원이 용감하게 유연근무를 선택 하기란 아무리 용자여도 쉽지 않다. 




퇴사한지 3일 차인 지금, 내가 제일 만족스러운 부분은 맞지 않는 조직생활을 하는것도, 각종 악성민원과 상사의 잔소리를 듣는것도 아닌 아침에 잠을 청할 수 있는 것이다. 


직장에 기대지 않더라도 제 몫을 해낼 수 있는 업글인간 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날이 오기를 꿈꾼다. 아침잠과의 사투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을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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