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력서가 수도 없이 들어오는 인기 있는 회사라면 공석이 생겨도 별다른 고민이 없을 수 있다. 하지만, 너도나도 가고 싶어 하는 유명 회사가 아니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같은 회사라도 인기 있는 프로젝트가 있고, 인기 없는 프로젝트가 있다. 회사가 적극적으로 지원해주는 프로젝트가 있고, 방치하는 프로젝트도 있다. 그리고, 직무에 따라 충원이 쉬운 직무가 있고 충원이 어려운 직무도 있다.
중요한 역할에 공석이 생기면 프로젝트가 지연될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멈출 수도 있다. 따라서, 최대한 빨리 적합한 사람을 구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만히 앉아서 좋은 이력서가 들어오기를 기다리고 있어서는 안 된다. 어떻게든 이력서를 하나라도 수집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력서를 많이 확보할수록 적합한 인재를 구할 가능성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중요한 역할이 공석일 때, 일단 가장 먼저 할 일은 회사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다. 인력이 부족할 때, 회사 차원에서 시도할 수 있는 방법들이 있다. 인력을 이동할 수도 있고, '지원'의 형태로 급한 불을 꺼줄 수도 있다. 프로젝트들 사이에도 우선순위가 있기 때문에, 중요한 프로젝트의 이슈를 먼저 해결하는 것도 전체 조직 차원에서는 중요한 일이다.
만약,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회사에서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프로젝트라면, 인력 이동이나 지원 같은 도움은 받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최소한 '채용'에 있어서는 좀 더 적극적인 액션을 취해 줄 가능성이 있다. 웹에 채용 공고를 올리는 것이야 일상적인 일이지만, 특정 직무의 채용 사실을 여러 사이트에 적극적으로 홍보해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내부 구성원들에게도 '채용 현상금'을 걸고 적합한 인력의 추천을 독려해 줄 수 있다.
그러니, 어떤 역할의 결여가 프로젝트 진행에 어떤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지 잘 정리해서, 적극적인 인력 충원을 어필하고 요청해 보자. 잘 되면 문제가 금방 해결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이력서를 하나라도 더 받아볼 수 있게 될 것이다.
연락이 뜸하던 사람한테서 연락이 오면, 보통 세 가지 중 하나일 때가 많다. 결혼을 한다거나, 직장을 구한다거나, 아니면 사람을 구하는 경우다. 괜찮은 프로그래머가 없는지, 괜찮은 아티스트가 없는지 물어보는 경우들이 있다. 그러면, 내 주변 사람들 중에 적합한 사람이 있는지 찾아본다.(물론, 내가 다니고 있는 회사의 사람은 추천하지 않는다.) 혹은 내 지인들에게 적합한 사람을 알고 있는지 다시 물어보기도 한다.
이력서가 많이 들어온다면 지인 네트워크까지 동원할 필요가 별로 없기는 하다. 하지만, 이력서가 많이 들어오지 않거나, 적합한 인력을 구하기가 어렵다면, 지인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것이 꼭 필요한 일이 된다. 사실, 지인 네트워크를 활용한다고 해도 이력서가 많이 추가되지는 않는다. 필요한 역할에 맞는 사람이 마침 직장을 구하거나 이직을 계획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력서를 한 두 개라도 더 받을 수 있다면 좋은 일이고, 지인을 통해 추천받은 인력은 이미 한 단계의 검증은 거친 셈이기 때문에 도움이 많이 된다.
사람을 구할 때 지인의 도움을 받으려면, 반대로 나에게 들어오는 요청들에 대해 평소에 성실하게 임해야 할 것이다. 사람을 구하는 것이야말로 상부상조의 느낌이 강한 일이다. 비록 내가 추천한 인력을 채용하지 않았더라도, 내가 그 사람의 요청에 성실히 대응했다는 사실은 그 사람에게 강하게 남을 것이고, 필요할 때 나에게 도움으로 되돌아올 것이다.
직장인들이 익명으로 얘기를 나누는 '블라인드'를 보면서 새로 생각하게 된 것이 하나 있다. 잘 몰라서 이직을 못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은 것 같다는 것이다. 경력이 긴 사람들은 이직도 능숙하게 하는 편이지만, 경력이 그리 길지 않은 사람들 중에는 이직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이직을 못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이런 생각이 들고 나서, 인사팀의 도움을 받아 채용 사이트에 올라온 이력서들을 검토한 적이 있다. 우리 회사에 지원한 사람이 아니라 그냥 채용사이트에 '구직'으로 올린 이력서들을 들여다본 것이다. 매일 수십 개의 이력서를 검토하고, 그중 괜찮아 보이는 이력서를 추린 뒤, 역시 인사팀의 도움을 받아 이력서의 주인공들에게 먼저 전화를 걸었다. 그래서 '우리는 어떤 회사이고, 현재 어떤 직무에 적합한 사람을 뽑는데, 채용 사이트에 올린 이력서를 보고 면접을 진행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 전화를 걸었으며, 채용이 안 될 수도 있지만, 일단 면접을 진행할 의향이 있는지' 물어봤다.
전화를 받은 사람들 중 일부가 면접에 응했고, 그 사람들 중 다수는 채용이 되지 않았지만, 채용이 된 사람도 몇 명 있었다. 정확히는 내가 리딩 하던 프로젝트에서 두 명의 프로그래머를 이 방식으로 채용했는데, 두 명 모두 첫해부터 프로그래밍 파트 리더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아주 수준 높은 인력을 구하기는 어렵지만, 잠재력 있는 저 연차 인력을 찾는 데는 쓸모가 있었으니, 사람이 너무 구해지지 않을 때는 한번 고려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나에게 프로젝트 리더로서 가장 뼈아픈 실패 사례를 질문하면 꼭 대답하는 것이 있다. 내가 진행했던 프로젝트 중에 유독 사람 구하기가 어려웠던 프로젝트가 있다. 그것도 한 자리만 그런 것이 아니라 여러 역할에서 사람을 구하지 못해 난감했다. 온갖 방법을 동원했는데도 몇 개월 동안 빈자리를 채우지 못했고, 결국 최후의 방법으로 채용 기준을 낮춰 잡는 선택을 했다. 그리고, 채용하기에 좀 애매하다고 생각되는 지원자를 결국 채용했다.
사실, 예전에도 이런 선택을 한 적이 있었고, 그 당시에는 매우 성공적이었다. 채용 과정에서 고민했던 것에 비해 채용 후 보여준 모습이 아주 훌륭했다. 그래서, 한번 더 이런 선택을 했는데, 이번에는 완전히 그 반대의 상황이 되었다. 결과적으로 내 잘못된 선택으로 프로젝트는 이전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 빠지게 되었고 결국 성과를 내지 못한 채 마무리되고 말았다.
그 일을 겪으면서, 구성원을 선택하는 것에 있어서는 타협을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타협의 결과가 좋을 때도 있지만, 좋지 않을 때 프로젝트가 받는 타격이 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람을 구하기가 아무리 어려워도 적합한 사람을 구하려는 시도를 멈춰서는 안 될 것 같다.
프로젝트에서 사람이 차지하는 비중은 더 강조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프로젝트 리더는 결원이 생길 경우를 늘 대비하고 있어야 한다. GE의 회장이었던 잭 웰치도, 어느 역할이건 일주일 안에 후임을 결정할 수 있도록 준비해 놓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인력 이탈을 미리 대비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GE나 구글 같은 회사야 워낙 인재들이 모여드는 회사이고 대규모 인력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니까 그런 것이 가능하겠지만, 구직자들에게 각광받지 못하는 회사나 작은 규모의 회사에서는, 이중 삼중으로 역량을 확보하고 있는다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다만, 인력 이탈이 현실이 되었을 때 거기에 최대한 빨리 대응하고,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적합한 사람을 찾는 노력은 필요할 것이다. 미리 준비하는 것은 '선택'이지만, 이미 발생한 빈자리를 메우는 것은 '필수'이니까 말이다.
1. 회사에 도움을 요청하자.
인력이동이나 타 조직의 지원처럼 회사 차원에서만 진행할 수 있는 해결책들이 있다.
채용에 더 적극적으로 임해줄 수 있다.
2. 지인 네트워크를 활용하자.
아는 사람들에게 연락해 적합한 인력을 추천받도록 하자.
많은 이력서를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양질의 이력서를 기대할 수는 있다.
지인의 요청에도 성실히 응해서 상부상조가 되도록 하자.
3. 채용 사이트에 올라온 이력서를 검토해 보자.
좋은 역량을 가지고 있지만, 이직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
좋은 이력서가 보이면 먼저 연락해서 면접을 진행해 보자.
잠재력 있는 저 연차 인력을 찾고자 할 때 특히 할만하다.
4. 아무리 급해도 타협은 하지 말자.
인력 충원이 급하면, 채용 기준에 못 미치는 사람이더라도 채용하고자 하는 마음이 생긴다.
타협의 결과가 좋지 못하면, 인력 충원이 되지 않은 상황보다 더 나쁜 상황에 빠질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