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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취한하늘 Mar 01. 2021

[Leader] 리더가 획득해야 하는 세 가지 신뢰

조금씩 쌓아서 완성하는 것이 신뢰


유발 하라리는 그의 저서 '사피엔스'에서, 인간이 신뢰를 바탕으로 구축한 무형의 가치가 문명을 발전시킨 원동력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국가라는 개념, 인권이라는 개념, 화폐라는 개념들은 자연 상태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며, 오직 인간과 인간 사이에 구축된 신뢰 위에서만 존재한다. 신뢰는 이처럼 여러 사람이 모여 커다란 목적을 달성하고자 할 때 그 밑바탕이 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리더는 다른 사람을 움직여 목적을 달성해야 한다. 당연히 리더와 팀원 사이에도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리더와 팀원 사이의 신뢰가 굳건할 수록 팀은 목적에 더 빨리 다가갈 수 있다. 반대로, 리더와 팀원 사이에 신뢰가 무너진 팀은 나아가기는 커녕, 뒷걸음치지 않으면 다행인 상황이 된다.

신뢰와 관련하여 많이 쓰이는 비유가 탑의 비유일 것이다. 신뢰는 한 번에 형성되지 않는다. 탑을 쌓듯이 차근차근 쌓아야 한다. 하지만, 무너지는 것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 그리고 한번 무너지면 다시 쌓기는 더 어렵다. 그래서 신뢰 역시 리더가 부단히 노력하여 형성하고 유지해야 하는 요소 중 하나가 된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신뢰를 팀원으로부터 받아내야 하는 것일까? 신뢰에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을텐데, 리더가 팀원으로부터 받아야 하는 신뢰는 무엇일지 몇 가지 살펴보기로 하자.


성공으로 이끌어 줄 것이라는 신뢰


전쟁에 나선 병사는 어떤 지휘관을 가장 좋아할까? 병사들을 따뜻하게 감싸는 부모님 같은 지휘관? 병사를 존중하고 병사의 노고를 이해하는 지휘관? 그런 지휘관도 좋은 지휘관이지만, 병사들이 가장 원하는 지휘관은 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자신들을 건강하게 고향으로 돌아가게 해 줄 지휘관일 것이다.

비즈니스에서도 마찬가지다. 팀원들에게 가장 환영받는 리더는 무엇보다도 팀과 프로젝트를 성공으로 이끌 수 있는 리더다. 조직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구성되었고, 조직이 목적을 달성해야 팀원들에게도 좋은 일이 생긴다. 다른 면이 아무리 훌륭해도, 늘 실패하는 리더는 늘 성공하는 리더보다 환영받기 어렵다.

한때 인터넷에 성실하면서 유능한 상사, 성실하면서 무능한 상사, 성실하지 않으면서 유능한 상사, 성실하지 않으면서 무능상 상사에 대한 얘기가 우스개 소리처럼 돌아다녔던 때가 있다. 그 때 성실하지만 무능한 상사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이 가장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만큼 비즈니스에 몸 담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리더의 유능함이 중요하게 평가되고 있는 것이다. 따져 보면, 사람들에게 존경받는 역사 속 리더나 스포츠 팀의 리더들도 성공의 기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리더는 먼저 팀원들에게, 팀과 프로젝트를 성공으로 이끌 수 있다는 신뢰를 획득하여야 한다. 성공의 전적이 있는 리더들은 이러한 신뢰를 얻는 것이 다른 리더들에 비해 좀더 용이할 수 있다. 리그 우승의 경험이 있는 감독이라면 일단 실력에 대한 기대를 갖게 되지 않겠는가. 하지만, 성공의 역사를 아직 쌓지 못한 리더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다.

역량을 증명할 역사를 갖지 못한 리더라면, 먼저 팀원들과 함께 팀과 프로젝트에 관해 많은 얘기를 나누는 것이 어떨까 생각한다. 보여줄 결과가 아직 없기 때문에, 자신 안에 있는 생각을 꺼내놓고 팀원들의 평가를 받는 수 밖에 없다. 이 때 주의해야 할 것은, 팀과 프로젝트에 대한 내 신념을 팀원들에게 가르치려고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 신념이 아무리 옳은 것이라도, 가르치려 드는 태도는 상대방을 비판적인 입장으로 돌아서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 팀과 프로젝트가 성공을 향해 나아가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지 팀원들과 의견을 나누는 과정으로 진행하면 좋을 것이다. 좋은 생각을 발굴하는 과정 속에서도 팀원들은 충분히 리더의 역량을 판단할 수 있다. 그리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리더로서 수행하는 여러가지 과업들을 통해 팀원들의 신뢰를 조금씩 쌓아가고 다져가야 할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리더가 팀을 성공으로 이끌 수 있는 사람이라는 신뢰가 생긴다면, 그 신뢰 하나만으로도 팀에는 긍정적인 분위기와 성공을 향해 달리는 열정이 형성될 것이다.


그 사람의 말은 믿을 수 있다는 신뢰


사람의 말 만큼 거짓되기 쉬운 것도 없다. 세상에는 엄청나게 많은 거짓들이 흘러다닌다. 그것도 우리와 아주 가까운 곳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진다. 그래서 사람들, 특히 어른들은 다른 사람의 말을 의심의 눈으로 바라보는 것에 익숙하다. 오죽하면, 남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들을 바보취급하기도 하지 않는가.

리더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세상에는 자신의 안위를 위해 다른 사람을 속이고 이용하는 리더도 많고, 팀원을 움직이기 위해 거짓말이 효과적인 도구라고 생각하는 리더도 많다. 혹은 지키지 못할 말을 일단 의욕적으로 뱉고 시작하는 리더들도 많다. 물론, 훌륭한 리더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직장 상사'가 갖는 어감이 그리 좋지 않은 것과, 고위 관리자의 말을 곧이곧대로 듣지 않는 것은 그동안 우리 사회에 누적된 부정적인 리더의 모습 때문일 것이다.

리더는 대화로 팀원을 움직인다. 그래서 어떤 내용을 어떻게 말할 것인가가 무척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은 팀원이 리더의 말을 충분히 신뢰하고 있을 때 효과를 발휘한다. 따라서, 리더는 자신의 말이 믿을만 하다는 인식을 팀원들에게 심어줄 필요가 있다.

말에 대한 신뢰도 다른 신뢰처럼 단기간에 얻어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일상 속에서 조금씩 꾸준히 획득할 필요가 있다. 신뢰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실천해야 할 것들이 있다. 먼저 리더는 거짓말을 하지 말아야 한다. 아이가 태어나면서부터 가지고 있는 부모에 대한 신뢰는, 어떤 커다란 계기로 무너지기 보다는 대부분 부모의 작은 거짓말로 금이가고 무너지기 시작한다. 그것이 선의의 거짓말이든, 단순한 장난이든, 거짓말은 신뢰를 훼손하는 법이다. 그래서 리더는 장난으로라도 거짓말을 입에 담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

다음으로는, 자신이 한 말을 행동으로 뒷받침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팀원들의 의견을 잘 경청하겠다고 말했으면 실제로 팀원들의 의견을 경청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팀의 사기가 중요하다고 말했으면 직접 팀의 사기를 올리는 행동을 하거나, 혹은 팀의 사기 진작에 기여한 팀원에게 보상을 하는 행동을 해야한다. 물론, 때로는 지키기 어려운 말을 해야할 때도 있다. 특히, 사람들에게 어떤 희망을 보여주어야 할 때는 지킬 수 있는 말만 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런 때에도, 자신의 말을 지켜내려는 모습을 충분히 보여주어야 한다. 리더가 자신의 말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 그 결과가 기대한만큼 좋지 못하더라도, 팀원들은 그 리더가 '말뿐인'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저 사람이 한 말은 꼭 지켜진다'가 아니라 '저 사람은 자신이 한 말을 지키려고 노력한다'가 리더가 획득해야 하는 신뢰의 내용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리더는 가능한 한 숨기는 것이 없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이 부분이 현실에서는 말하는 것 만큼 쉽지는 않은 것 같다. 대부분의 리더는 전체 조직에서 중간 관리자의 입장이기 때문에, 무엇이 말해도 되는 것이고, 무엇은 말하면 안되는 것인지, 판단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하지만, 조직이 특별히 금하는 내용이 아니라면 가급적 팀원들에게 먼저 알려주는 것이 좋다. 리더와 팀원들 사이에 조성되는 위화감이 정보의 불균형에 기인할 때가 많기 때문에, 그런 위화감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최대한 많은 것들을 팀원들과 같이 알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팀원들은 리더의 말뿐만 아니라 리더의 침묵도 믿을 수 있게 될 것이다.


공정한 사람이라는 신뢰


리더가 조직을 이끌면서 수행해야 하는 역할이 여러가지 있는데, 그 중 중요한 역할 하나가 판단자로서의 역할이다. 리더는 일과 사람에 대해 끊임없이 판단을 내리며, 리더의 판단은 대상이 된 일과 사람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리더에게 판단자로서의 역할을 맡긴 것은 상위 조직 혹은 상위 리더이겠지만, 리더가 좋은 판단자인지 평가하는 것은 주로 판단의 대상이 되는 팀원들이다. 판단을 내리는 사람과 판단의 결과로 영향을 받는 사람으로서 리더와 팀원이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리더의 판단이 팀원에게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팀원들은 리더가 공정한 판단을 내리는 지 주의깊게 관찰한다. 리더의 판단이 늘 옳을 수는 없고, 때로는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지만, 리더가 공정하게 판단을 내린다는 믿음이 있다면 팀원들은 리더의 판단을 신뢰하고 따라갈 수 있다. 반면에 리더가 공정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팀원들 마음 속에 자리잡으면, 팀은 크게 흔들릴 수 있다.

팀원들이 리더의 공정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아마 평가 때문일 것이다. 조직에서 이루어지는 평가란 것이, 자로 길이를 재 듯 객관적인 도구에 의해 이루어지기 보다는 리더의 주관적인 평가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리더의 평가는, 팀원들이 어쩌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할 '보상'에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열심히 일을 했는데 공정하지 못한 평가 때문에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한다면, 어떤 팀원이 팀과 프로젝트를 위해 헌신할 수 있겠는가? 따라서, 리더는 늘 공정하려고 노력해야 하고, 팀원으로부터 공정한 사람이라는 믿음을 획득하려고 시도해야 한다.

공정한 판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먼저 팀원들이 수행하고 있는 업무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이것이 당연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조직도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조직도 있다. 예를 들어, 게임을 제작하는 조직의 경우, 조직 안에는 기획자, 프로그래머, 아티스트가 존재한다. 그리고 리더는 보통 이 직군 중 한 직군 출신이거나, 아니면 '사업' 같은 또다른 직군 출신이다. 그러다보니, 자신이 수행했던 직무에 대해서는 잘 이해하고 있지만 다른 직무에 대해서는 이해하고 있지 못한 경우들이 발생한다. 기획자 출신 리더가 기획에 대해서는 잘 이해하고 있지만, 아트 작업에 대해서는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처럼 말이다.

내가 게임 제작 조직을 이끌어 보고 느끼게 된 것 중 하나가 각 직군 간에 서로 이해가 많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는데, 특정 직군에 속해 있던 사람이 리더가 된 이후에도 그 이해의 폭을 넓히지 않는다면 전체 팀원과 그들이 하는 일에 대해 공정한 판단을 내리기는 어려울 것이다.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 것은 '잘 하는 것'과 '잘 아는 것'은 다르다는 것이다. 프로그래머 출신인 리더가 아트 작업을 잘 하기는 매우 어렵다. 하지만, 아트 작업에 대해 공부하고, 아티스트와 지속적으로 대화를 나누면서 아트 작업에 대해 이해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공정한 판단을 내리는 것과 팀원들로부터 공정하다는 믿음을 받는 것에는 약간의 괴리가 있다. 팀원들도 각자 나름의 판단 기준을 가지고 있고, 자신의 기준에 의한 판단과 리더의 판단이 일치하는 지 살펴보기 때문이다. 따라서, 리더가 팀원들로부터 공정하다는 믿음을 받기 위해서는, 리더가 판단에 사용하는 기준을 명확히 제시할 필요가 있다.

'공정하다'라는 것은 '항상 옳다' 보다는 '항상 일관적이다'에 보다 가까운 의미다. 리더가 가지고 있는 기준이 팀원의 기준과는 다소 다를 수도 있다. 아마 완전히 일치하는 경우가 더 드물 것이다. 하지만, 리더가 제시한 기준이 명확하고, 그 기준이 일관되게 적용된다면, 팀원은 그 기준에 맞춰 자신의 행동을 결정할 수 있고(바꿔 말하면,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무엇을 해야할 지 명확히 알 수 있는 상황이 된다), 리더가 공정한 사람이라는 믿음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거친 태풍을 이겨낼 가장 강력한 무기는 선장과 선원들 사이의 신뢰다.


세 가지 신뢰를 거꾸로 뒤집어 보자.


'저 리더와 함께하면 우리 프로젝트는 성공하지 못할 거야'

'저 리더가 하는 말은 믿을 수 없어. 그리고 우리에게 뭔가를 숨기는 것 같아'

'저 리더의 판단은 제멋대로야. 어떻게 하라는 건지 알 수가 없어'


이 세가지 의혹 중 한 가지만 있어도 팀이 흔들리고 프로젝트가 위기에 빠질 수 있다. 두 가지 이상 있다면 팀과 프로젝트가 잘 되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것이다.

'Art of Project Management'의 저자 스콧 버쿤은, '확실한 불확실성 앞에서 프로젝트 관리자의 최고 투자는 자신과 공헌자 전부 사이에 구축한, 신뢰라는 강력한 네트워크이다.'라고 말했다. 경쟁이 치열한 영역일수록, 리더와 팀원들 간의 신뢰는 필수불가결한 요소가 된다. 리더와 팀원들 간의 신뢰 없이 성공을 바라는 것은, 성공을 운에 맡기는 것과 다름 없을 것이다. 그리고 성공을 운에 맡기는 프로젝트라면 리더의 가치는 사라지고 만다. 그러니, 리더는 팀원들로부터 신뢰를 획득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단순히 믿어달라고 주장하지만 말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믿을 수 있는 행동을 해야만 할 것이다.


1. 성공으로 이끌어 줄 것이라는 신뢰

팀원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성공이다.

리더와의 열린 대화를 통해, 팀원들은 리더의 역량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리더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면서 조금씩 신뢰를 쌓아가야 한다.

2. 말을 믿을 수 있다는 신뢰

리더는 말로 팀원을 움직이기 때문에, 말에 대한 신뢰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

리더는 작은 거짓말도 하지 말아야 한다.

자신이 한 말을 행동으로 뒷받침하려 시도해야 한다.

가급적이면 숨기는 것이 없도록 해야 한다.

3. 공정한 사람이라는 신뢰

일과 사람에 대한 공정한 판단자라는 신뢰를 획득해야 한다.

팀원들이 수행하고 있는 업무에 대해 깊은 이해를 가지려고 노력해야 한다.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고 기준에 맞게 판단하고 행동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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