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취한하늘 Jan 07. 2022

내 인생의 콘서트

많이 다니는 편은 아니지만..


콘서트를 많이 가는 편은 아니다. 노래와 음악은 가리지 않고 좋아하는 편이지만, 막상 콘서트는 잘 다니지 않았다. 영화도 극장보다 집에서 보는 것을 더 좋아할 만큼, 사람이 많은 곳보다는 혼자서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곳을 선호하는 편이다. 하지만, 확실히 라이브 무대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동이란 게 있는 것 같다. 영화는 극장에서 보나 집에서 보나 별로 차이를 느끼지 못하는 편인데, 음악은 현장에서 듣는 것과 집에서 듣는 것의 차이를 크게 느낀다.

콘서트 경험이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꼽아보니 여러 콘서트를 다녀보기는 했다. 싸이, 이 승환, 이 문세 등 유명한 국내 뮤지션의 콘서트부터 미스터 빅, 드림 시어터, 에이브릴 라빈 등 해외 뮤지션의 방한 콘서트까지, 별로 안 다닌 것 같은데 생각해보니 또 적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중에서도 특별히 기억에 남는 콘서트가 몇 개 있어 한번 다시 떠올려 보고자 한다.


공일오비와 윤 종신


공일오비 콘서트는 내 생애 처음으로 갔던 콘서트였다. 고등학교 1학년 때였던 것 같은데, 원래는 다른 친구들끼리 같이 가기로 했던 콘서트였다. 그런데, 한 명이 콘서트를 갈 수 없게 되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 빈자리를 내가 채우게 되었다. 고등학교 시절의 나는 거의 무일푼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에, 내가 그 티켓을 살 돈은 없었을 테고, 아마 친구의 호의로 무임승차를 했던 것 같다.

나에게도 첫 콘서트였지만, 공일오비와 윤 종신에게도 첫 콘서트였다. 공일오비의 객원 가수였던 윤 종신이 정규앨범 1집을 낸 이후라서 합동 공연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무려 30년 전의 일이라서 공연 장면이 잘 떠오르지는 않는다. 다만, 같은 또래 학생들이 무척 많았던 것 같다. 공연장이 63 빌딩이었던 것 같은데, 그 앞 광장에 입장을 기다리는 줄이 구불구불하게 이어져 있던 것이 생각난다. 꽤 오래 기다린 후에야 입장을 했던 것 같다.

기억은 가물가물하지만, 그래도 태어나서 처음으로 가본 콘서트고, 심지어 20대 후반이 되기까지 유일하게 경험한 콘서트라서, 지금도 콘서트에 대해 생각하면 늘 빠지지 않고 떠오르는 콘서트다.


김 창완


지금의 아내와 연애를 시작하고 나서 처음으로 갔던 콘서트가 김 창완 콘서트다. 아내도 나도 7080 노래를 좋아하기 때문에, 김 창완 콘서트를 예매하고 보러 갔다. 기억에는 콘서트 콘셉트에 '군고구마'가 포함되어 있었던 것 같은데, 정확하지는 않다.

밴드의 콘서트는 아니었고, 김 창완 혼자서 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콘서트였다. 그래서, 콘서트 분위기가 무척 아늑하고 평온한 느낌이었다. 당시 우리는 20대였지만, 관객들은 30, 40대가 대부분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꽤 조용한 가운데 노래를 들을 수 있었다. 장소는 대학로에 있는 라이브 극장이었는데, 전반적으로 라이브 카페에서 노래를 듣는 듯한 느낌이 들었던 것 같다.

노래를 듣는 것이 콘서트에 가는 목적이기는 하지만, 당시의 나는 아내(그때는 여자 친구)와 함께 콘서트에 갔다는 사실에 더 들떠있었던 것 같다. 특히, 우리는 데이트를 자주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기 때문에, 그런 시간들이 더 소중했다.


미스터 빅


나는 사실 락 밴드를 좋아한다. 반면, 아내는 시끄러운 소리를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그래서, 락 밴드 공연을 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혼자라도 다녀보라는 아내의 권유에 정말로 혼자서 공연을 보러 다니기 시작했다. 특히, 내한 공연을 몇 번 갔는데, 그때 갔던 공연이 드림 시어터, 미스터 빅, 에이브릴 라빈의 공연이다.

좋아하는 밴드를 꼽으라면 늘 The Cranberries와 Mr. Big을 꼽았다. 그중 미스터 빅의 내한 공연이 있다는 뉴스를 보고, 예매에 열을 올렸던 기억이 있다. 다행히 예매 경쟁이 아주 치열한 편은 아니어서, 나와 무대 사이에 아무도 존재하지 않는, 가장 앞의 스탠딩석을 예매할 수 있었다.

좋아하는 밴드의 라이브 공연을, 그것도 가장 가까운 곳에서 듣는다는 것은 참 행복한 경험이었다. 사운드를 귀로 듣는 게 아니라 온몸으로 듣는 느낌도 들었고, 화면으로만 보던 멤버들을 눈앞에서 보는 것도 신기한 경험이었다. 당시 드러머가 파킨슨 병에 걸려 새 드러머를 영입한 직후였는데, 파킨슨 병에 걸린 드러머가 비교적 쉬운 곡에서 연주에 합류하자, 청중들이 환호했던 기억도 난다.

이때 내 나이가 마흔이었는데, 이때 이후로 스탠딩은 자제하고 있다. 중간에 잠깐 일어나거나, 공연 후반에 다 같이 일어나서 즐기는 것은 괜찮은데, 공연 내내 점프하고, 소리 지르고, 손 흔드는 것은 이제 그만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세월을 이기려고 들면 안 되는 것 같다.


YB


아빠 엄마의 영향인지, 큰 아이도 옛날 노래를 좋아한다. 물론, 요즘 노래도 좋아하지만 7080 노래도 좋아하고, 꽤 넓은 시간대의 음악을 섭렵하는 것 같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윤 도현 밴드에 푹 빠져 버렸다. 아마 아이가 제일 처음 팬심을 가진 것이 윤 도현 밴드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 당연히 YB 콘서트에도 관심이 많았는데, 어찌어찌하다가 대학로 소극장에서 하는 콘서트에 아이와 함께 가게 되었다. 

아마 그때 대학로 학전에서 여러 뮤지션이 돌아가면서 공연을 하고 있었는데, 거기에 윤 도현 밴드도 참여했던 것 같다. 소극장인 데다 자리도 앞에서 두 번째인가, 세 번째인가 였기 때문에 밴드 멤버들의 얼굴이 아주 잘 보이는 거리에서 공연을 즐길 수 있었다. 청중은 대체로 나와 비슷한 또래의 여성 분들이 많았다. 그러니, 당시 중학교 1학년이었던 아이는 밴드 입장에서도 특별한 팬이었을 것 같다.

나도 윤 도현 밴드의 노래는 많이 들었던 편이고, 노래방에서도 많이 불렀던 터라, 아이를 위해 간 콘서트였지만 무척 재밌게 시간을 보냈다. 윤 도현은 노래도 잘 하지만, 말도 잘하는 편이라서 콘서트가 더 재밌었던 것 같다. 음악 방송 MC를 오래 해서 말솜씨가 좋아진 것인지, 원래 말솜씨가 좋아서 음악 방송 MC를 한 것인지 모르겠다. 그러고 보니, '윤 도현의 러브레터'도 아내와 함께 관람한 적이 있으니, 아무래도 윤 도현 밴드와 인연이 있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


폴 킴


엄밀히 말해서 콘서트는 아니지만, 아주 특별한 일이었기 때문에 마지막으로 포함시켰다. 2021년, 우리 가족에게 일어난 가장 비현실적인 일이라면 단연 이것이라고 생각한다. 폴 킴이 우리 집에 왔다. 우리 집에 와서 노래도 불러주고 이야기도 나눠주었다. 그때가 아내 생일 즈음이었는데, 큰 아이가 어딘가에 사연을 보내서 당첨되었다. 그래서, 폴 킴과 스텝 몇 분이 우리 집을 방문했고, 아내를 위해 폴 킴이 노래 부르고 아이가 연주하는 특별한 시간이 연출되었다.

아이가 연락을 받자마자 나에게 알려주었기 때문에 나는 미리 알고 있었지만, 아내는 폴 킴이 오는 순간까지 알지 못했다. 단지, 생일을 맞아 이벤트 업체를 부른 것으로 알고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폴 킴을 보자마자 너무 많이 놀라 했고, 또 너무 많이 좋아했다. 그리고, 아이와 폴 킴의 합동 공연 때는 울기까지 했다.

노래를 많이 부른 것은 아니었고, 머물렀다 간 시간도 길지는 않았지만, 우리 가족에게는 충분히 특별한 순간이었다. 폴 킴도 스텝 분들도 우리에게 너무 친절하고 따뜻하게 대해주어 더욱 좋았다. 그리고, 지금도 우리 집에는 폴 킴이 다녀간 흔적이 지워지지 않은 채로 남아 있다.

동네 풍경은 여느 때와 다름이 없고, 우리 집도 예전과 별반 다를 것이 없었지만, 이제는 거실을 보며 폴 킴이 노래 부르던 순간을 얘기할 수 있는 특별한 집이 되었다. 그리고, 아내와 아이는 11월에 폴 킴 콘서트에 다녀왔다.


신 해철, 크랜베리스, 김 광석..


콘서트에 일찍부터 관심을 가졌으면 어땠을까 가끔 생각한다. 그랬으면 신 해철도, 크랜베리스도, 김 광석도 공연장에서 만날 수 있었을 것 같다. 그들의 노래를 현장에서 듣고, 같이 따라 부르고, 감성을 공유했을 수 있었을 것 같다. 이제 그러지 못하게 되어 아쉽다. 젊었을 때는 콘서트 비용이 부담이 되어 관심을 두지 않은 면도 있었는데, 이제 그들의 음악을 듣고 싶어도 듣지 못하게 되고 보니, 좋아하는 뮤지션의 음악은 돈이 들어도 들을 수 있을 때 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얼마 전에 정 홍일의 노래를 혼자서 들으러 다녀왔다.

음악도, 미술도, 문학도, 또 영화나 연극도, 그 외 모든 예술이 참 멋지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음악만큼 즉흥적으로, 그리고 직접적으로 감정을 건드리는 예술은 드문 것 같다. 많은 예술이 먼저 생각을 이끌어 내고, 그 생각이 감정을 이끌어 낸다고 여겨지는 반면, 음악은 바로 감정을 이끌어 내고 그 감정을 생각하게 만든다. 특히, 현장에서 뮤지션이 연주하고 노래하는 음악을 직접 듣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순수한 나를 만나게 되는 기분이 든다. 바로 그 점 때문에 문득문득 라이브 공연을 찾게 되는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내 인생의 노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