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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함이 존중받았으면 한다

by 취한하늘

싱어게인 시즌1을 재밌게 봤다. 익숙한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좋았지만,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사연도 프로그램에 몰입하게 했다. 여러 출연자가 인상적이었지만, 그중에서도 시선을 끌었던 출연자가 바로 37호였다. 바로 아이돌 그룹 임팩트의 멤버 태호였다.


아이돌 그룹에 그다지 관심 있는 편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태호에게 관심이 갔던 것은 바로 태호의 성실함 때문이었다. 방송에서 편집되어 나오는 것을 완전히 다 믿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싱어게인에서 다른 출연자가 태호에 대해 이야기하는 내용에 항상 그의 성실함이 포함되어 있었고, 태호가 하는 무대에서도 성실하게 연습한 흔적이 느껴지곤 했다. 그래서, 좋아하는 가수는 아니었지만 잘 되었으면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세상이 많이 복잡해졌다. 경쟁은 더 치열해졌고, 부의 양극화는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그냥 열심히 일해서는 안 되고 똑똑하게 돈을 모아야 된다고 다들 말한다. 아마 사실일 것이다. 돈으로 돈을 벌어야 하는 세상이다. 하지만, 그것이 당연한 것은 아니다. 성실하게 사는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 수 없는 세상은 좋은 세상이 아니다. 여우같이 살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좋은 세상이다.


한동안 '멍부'에 대한 이야기가 넷상을 돌아다녔다. '멍부'란 '멍청하고 부지런하다'라는 뜻이다. 능력이 없고 게으른 리더보다 능력은 없으면서 부지런하기만 한 리더가 더 힘들다는 얘기다. 그냥 나온 얘기가 아니고, 사람들이 조직 생활을 하면서 경험한 것들로부터 나온 얘기이니 허튼소리로 치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능력만 있고 성실하지 못한 리더는 더 위험하다. 능력 없고 성실한 리더는 사람들을 힘들게 할 뿐이지만, 능력 있고 성실하지 못한 리더는 사람들을 이용할 가능성이 있다. 자신의 불성실을 다른 사람의 삶으로 채우려 하고, 그렇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성실'을 산업화 시대의 낡은 미덕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성실'을 이야기하면서 타인을 이용해 먹는 사람들 때문에 '성실'에 반감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성실하다'는 것은 '삶을 진지하게 대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타인에게 성실을 강요해서도 안 되지만, 타인의 성실을 비웃어서도 안 된다.


'삶을 열심히 살아내는 것'이야말로 생명체가 보여주는 가장 고귀한 행동이다. 모든 구성원이 함께 행복하기 위해서는 경쟁에서 이기거나, 남보다 많이 가지는 것을 추구하기보다는 삶을 열심히 살아내는 것을 지향해야 한다. 경쟁의 가치가 존중받는 곳은 '경기장'이다. 성실의 가치가 존중받는 곳이야말로 '공동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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