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게임 회사에서 근무를 시작한 것이 2002년이니까, 게임업계 1세대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그 시절에 게임 회사에서 일하던 사람들 중에는 워커 홀릭이 많았다. 야근수당, 휴일수당 같은 것이 없는데도 야근도 하고, 주말에도 나와서 일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 사람들이 그렇게 열심히 일했던 것은, 회사가 성장하면 자신에게도 그만큼의 보상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로부터 십 년 정도 지난 후에 모바일 게임 시장이 크게 열렸다. 그러면서, 스타트업에서 제작한 게임이 대박을 터뜨리는 사례가 연달아 발생했다. '레이븐'이나 '블레이드' 같은 신화가 등장한 것이다. 그러자, 많은 사람들이 창업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직접 창업을 하거나 유망한 스타트업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미친 듯이 일했다. 역시 회사가 성공하면 자신도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사람 구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사람들이 예전만큼 열심히 일하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변한 건 사람이 아니다. 신뢰다. 제품이 성공하고 회사가 성공해도 대부분의 직원은 제자리에 멈추어 있게 되는 경우를 업계의 모든 사람들이 이미 여러 번 확인했다. 상위 리더의 인생만 바뀌고 나머지 사람들의 인생은 바뀌지 않는 경우를 여러 번 목격하고 경험했다.
2020년 말과 2021년 초에 있었던 개발자의 몸값 인상 현상과 인력 이동 현상은,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 20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즉각적인 보상', 혹은 '미래의 보상에 대한 강한 신뢰'는 사람들을 모이게 하고 일하게 한다. 문제는 사람이 아니라, 그들에게 보여줘야 할 '비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