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부터 글 쓰는 걸 좋아했지만, 일에 집중하느라 오랫동안 글을 쓰지 않았다. 그러다 더 늦기 전에 하고 싶은 걸 좀 해보고 싶기도 하고, 그동안 일하면서 얻은 통찰들을 글로 정리해 보고 싶기도 하여 브런치를 시작했다. 이렇듯 쓰기 위해 시작한 것이 브런치인데, 막상 시작하고 나니 쓰는 것뿐만 아니라 다른 작가들의 글을 읽는 데도 시간을 꽤 많이 쓰게 되었다.
처음에는 내 글을 읽어주는 작가님들이 고마워서 그 작가님들의 글을 찾아 읽기 시작한 것이었는데, 읽다 보니 생각보다 좋은 글이 많았고, 책을 읽는 것과는 다른 장점들이 브런치 글을 읽는 것에 있었다. 그래서 오늘은 브런치 글이 좋은 점을 몇 가지만 나열해 보고자 한다. 절대로 브런치에 잘 보이고 싶은 것은 아니다.
책이란 것은 한 권의 분량이 꽤 많다 보니, 아무래도 그 분량을 채울 수 있는 이야기들만 담을 수 있다. 작은 이야기들을 모아서 엮은 책도 있지만, 그럴 때도 전체를 관통하는 맥락이 존재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브런치는 분량이 자유롭다. 장문의 글이 될 수도 있고, 한 컷의 그림이 될 수도 있다. 그러다 보니, 주제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책이 흥행을 생각해야 하는 것에 비해, 브런치 글은 흥행을 고려하지 않고 발행할 수 있다는 것도 주제가 넓어지는 데 한몫하는 것 같다. 그리고, 쓰는 사람이 넓은 주제와 다양한 소재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은, 읽는 사람 입장에서도 책으로는 접하기 어려운 다양한 글들을 만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그런 면에서, '브런치 나우' 카테고리의 존재가 특별하게 느껴진다. 인기를 기준으로 정리되는 콘텐츠에서는 아무래도 사람들에 의해 많이 선택받는 아이템 위주로 노출되다 보니, 그만큼 다양성이 희생당하는 결과를 맞기 쉽다. 반면, 순전히 발행 시간만을 기준으로 노출시켜주는 콘텐츠에서는 아이템을 랜덤 하게 노출시켜주는 것과 다름없어서 다양성이 보장된다.
최근 3년 동안 인공지능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다. 그래서 그동안 인공지능과 관련된 책도 읽고, 논문이나 논문 해설 등도 많이 읽었다. 이를 통해, 기술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세상이 어떻게 흘러갈지에 대해 예상하기는 어려웠다.
그러다가 한 번은 브런치 검색을 통해 'AI', '인공지능'으로 검색하여 글을 살펴보았다. 많은 글이 나왔는데, 생각보다 글의 내용이 다양했다. 인공지능 기술에 대해 설명한 글도 있고, 인공지능이 적용되고 있는 분야에 대한 글도 있었다. 어떤 글은 인공지능이 환경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고, 어떤 글에는 특허와 관련된 얘기도 있었다. 심지어는 인공지능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있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인공지능과 인공지능이 가져올 미래에 대해 그려보는 글들도 있었는데, 이런 내용들은 책이나 보도자료로는 접하기 어려운 내용이었다.
책이나 보도자료는 주제뿐만 아니라 관점에 있어서도 한정적인 지식만을 전달해 주는 느낌이 있는데, 그에 비해 브런치 글은 좀 더 넓은 관점의 이야기들을 포함하고 있는 것 같다.
브런치 글을 읽으면서, 글의 품질이 높아 놀란 적이 여러 번 있다. 사실 브런치 작가 생활을 시작하면서, SNS나 블로그에 올리는 글 정도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막상 다른 작가들의 글을 읽어보니, 책의 일부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많이 받게 되었다. 문장 하나하나에 고민이 녹아있는 글들이 많았고, 전체적인 구성이 뛰어난 글도 많았다.
전문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글들도 그 깊이가 깊어 유익한 정보를 많이 얻을 수 있었다. 게다가 전문서적에 비해 쉽게 써주고 있어서 그 분야에 대해 잘 알고 있지 않은 사람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글들이 많이 있었다.
아무래도 브런치는 심사를 거쳐 작가 자격을 주기 때문에 글의 품질이 좀 더 보장되어 있는 것 같은데, 그래서 브런치 작가 생활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는, 내가 계속 글을 써도 될까 하는 생각도 했던 적이 있다.
브런치에는 좋은 글이 참 많다. 사실 브런치를 알기 전에 미디엄이라는 서비스를 먼저 알았고, 영문으로 되어 있지만 괜찮은 글이 많아서 애용했는데, 브런치를 알고 난 이후로는 브런치를 통해 필요한 정보를 많이 얻고 있다. 그리고, 작가로서 글을 쓰는 것에 있어서도, 다른 작가들의 글로부터 많이 배우고 있다. 아직까지는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많이 읽고 많이 쓰다 보면 내 글력도 점차 단단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브런치 글을 읽느라 책을 잘 못 읽는다는 것이다. 직장인으로서 일도 해야 하고, 가정에서도 시간을 써야 하는 상황에서 브런치 글도 읽고 책도 읽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브런치를 통해서든 책을 통해서든, 좋은 글을 꾸준히 읽는 것은 늘 좋은 일이니 책을 좀 읽지 못해도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
어떤 서비스든 이용하는 사람이 적어지면 서비스를 계속 유지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좀 더 많은 사람이 브런치를 이용했으면 하고, 브런치 서비스가 길게 이어졌으면 좋겠다. 재무적으로 회사에 얼마만큼 도움이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돈 이외의 가치를 생산해내는 서비스라고 생각한다. 브런치가 오래도록 이어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