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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취한하늘 May 30. 2022

데이터와 함께 필요한 것들

데이터의 중요성은 예전부터 강조되어 왔지만, 최근에는 많은 회사들이 그 중요성을 실감하고 있는 것 같다. 과거에는 데이터의 가치가 다소 추상적인 영역에 머물러 있었는데, 그것이 재무적인 성과로 연결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이제는 데이터가 곧 돈이라는 생각이 많이 퍼져있는 것 같다.


그런데 단순히 데이터를 들고 있기만 해서는 그 가치를 온전히 현실화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된다. 사실, 데이터 자체만으로는 어떤 가치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그것이 서비스나 통찰로 연결되어야 비로소 가치를 발현하게 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데이터 이외의 것들이 필요하게 된다.


데이터를 잘 활용하기 위해 필요한 첫 번째는 바로 상상력이다. 데이터는 말을 하지 않는다. 그저 숫자를 보여줄 뿐이다. 그 숫자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아내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상상력이다. 숫자에서 찾아야 하는 의미는 보통 그 숫자가 나오게 된 '원인'이다. 그 원인을 찾아냄으로써 서비스를 원하는 목적에 맞게 제어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때로는 원인과 결과가 혼동되기도 하고, 여러 개의 숫자를 묶어야 원인이 드러나기도 한다. 예를 들어, X가 커질 때 Y가 같이 커진다고 해서 X가 꼭 Y를 상승시키는 요인이라고 볼 수는 없다. 반대로 Y가 원인일 수도 있고, 어느 한쪽도 원인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런 것들을 잘 구분하기 위해서는 숫자 이면에 있는 고객의 행동과 서비스의 흐름 같은 것을 상상할 수 있어야 한다. 말하자면, 결과로 나온 숫자를 보고 그런 숫자가 나오게 된 시나리오를 그려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예상과는 다른 숫자들이 나왔을 경우에, 상상력이 부족하면 그 숫자가 의미하는 것을 알아내기 어려워질 수 있다.


상상력과 함께 필요한 것이 바로 논리력이다. 상상력이 문제에 대한 답을 적어내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면, 논리력은 틀린 답을 적어내지 않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상상력을 동원해 그린 시나리오는 여러 단계로 이루어졌을 것이다. 그리고 각 단계와 단계 사이에 오류가 포함될 여지가 있다. 그래서 단계가 많은 시나리오일수록 오류가 개입하기 쉽고 금방 커지게 된다. 논리력은 이 중간 단계에서 오류가 포함될 여지를 줄여준다. 전제가 잘못되지 않았다면 결론도 틀리지 않도록 만들어 준다. 따라서, 논리적으로 구성된 시나리오는 복잡도가 커져도 오류 발생 가능성이 일정하게 유지된다. 그리고 그 덕분에 다양한 시나리오를 자유롭게 그려볼 수 있게 된다.


마지막으로 데이터를 잘 다루기 위해서는 경험이 필요하다. 특히, 데이터를 가공하는 과정에서 경험의 중요성이 커진다. 예를 들어, X, Y, Z는 서로 관련이 없어 보이지만, X를 Y로 나눈 값이 Z와 관련되어 있을 수 있다. 혹은 데이터 하나하나에서는 찾아지지 않던 의미가 데이터 전체의 평균값에서 찾아질 수도 있다. 때로는 데이터와 데이터 사이의 변화량이 의미가 있을 때도 있다. 이런 것들을 처음부터 알아내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데이터를 다루어 본 경험이 많이 쌓이면, 데이터를 어떻게 가공하여 확인해보면 될지 좀 더 쉽게 떠올리게 된다. 게다가 데이터를 확인하는 과정의 효율도 경험이 쌓일수록 올라가고, 어떤 결과를 놓고 더 깊게 들여다봐야 할지, 중단해야 할지 같은 판단도 더 잘하게 되기 때문에 같은 시간에 더 많은 것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데이터가 모두 숫자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지만, 통찰을 얻기 위한 데이터들은 숫자로 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숫자'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어떤 분야에서는 이런 데이터를 들고 있는 것 자체가 경쟁력이 되는 경우도 있겠지만, 어떤 분야에서는 데이터를 들고 있는 것만으로는 아무런 경쟁력이 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경쟁자들도 같은 데이터를 모두 들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게임의 플레이 데이터는 게임을 서비스하는 회사라면 쉽게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데이터 자체만으로는 경쟁력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같은 데이터로부터 경쟁사는 확인하지 못하는 통찰을 확인하고, 그것을 서비스로 연결시킬 수 있다면 큰 경쟁력이 될 것이다. 따라서, 데이터 확보가 쉬운 영역일수록 데이터를 가치로 연결해낼 수 있는 통찰력을 키우는 데 투자해야 하고, 그에 맞게 구성원을 훈련시켜야 한다.


미국 프로야구의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는 데이터 야구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하지만, 애슬레틱스가 보던 데이터는 애슬레틱스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단지, 데이터로부터 다른 구단은 상상하지 못하는 것을 상상해 냈고 그것을 현실로 연결시켰던 것이다. 물론, 야구는 매 시즌 새로 시작하기 때문에, 다른 구단도 똑같은 방법으로 데이터를 활용하자 애슬레틱스의 장점은 사라졌다. 하지만, 선점 효과가 분명한 비즈니스 영역에서는 얘기가 다를 것이다. 똑같은 것을 보더라도 먼저 본 플레이어가 많은 것을 가져가고 지킬 수 있는 것이 비즈니스 영역이니 말이다.


<summary>

상상력

데이터 이면에 있는 고객의 행동과 서비스 흐름을 그려볼 수 있게 해 준다.

데이터가 나오게 된 원인을 가정할 수 있다.

논리력

상상력을 동원해 그려낸 시나리오의 완성도를 높여준다.

복잡한 시나리오를 자유롭고 안전하게 만들 수 있다.

경험

데이터를 다른 형태로 가공하여 숨은 의미와 관계를 찾는 데 도움을 준다.

데이터 분석 과정의 효율과 정확도를 높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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