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취한하늘 Jun 13. 2022

역지사지

세상에는 여러 가지 관계가 있다. 그리고 관계는 대체로 상호적이다. 한쪽이 일방적으로 무언가를 요구할 수 있는 관계는 많지 않다. 회사와 직원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양쪽이 원하는 것이 있고, 그 이해관계가 잘 맞아서 계약을 맺고 일을 하는 것이다. 따라서, 회사는 직원과의 관계를 대등한 관계로 생각하고 회사가 원하는 것이 있는 만큼 직원도 원하는 것이 있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많은 회사가 '인재상'이라는 것을 가지고 있다. 정직할 것을 요구하고, 도전 정신을 강조한다. 더 좋은 아이디어를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치밀하게 실행하라고 얘기한다. 다 좋은 얘기들이고, 직원들 모두가 그렇게 행동한다면 성공에 가까워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직원의 입장에서는 거꾸로 반문할 수 있다. 과연 회사는 정직한가? 회사는 도전에 적극적인가? 치열하게 고민하고 치밀하게 실행하는가? 직원들에게 혁신을 요구하면서 회사는 전혀 혁신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경우가 있다. 직원들에게 정직하라고 얘기하지만 직원들이 회사를 정직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을 수도 있다. 그런 경우에 회사의 인재상은 설득력이 크게 떨어질 것이다.


회사는 비용과 이익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회사가 이익을 위해 행동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그것이 틀린 것은 아니다. 다만, 직원도 비용과 이익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회사가 적은 비용으로 큰 이익을 내고 싶은 것처럼, 직원도 적은 비용으로 큰 수익을 얻고 싶어 한다. 말하자면, 일은 적게 하고 돈은 많이 받을 수 있는 일을 원하고, 그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욕구이다. 그런 일을 찾기도 하고, 그런 회사를 찾아 이직하기도 한다. 회사가 비용 효율을 중요시하는 것은 정당하고, 직원이 그렇게 행동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여겨서는 안 된다. 만약 직원의 그런 마음이 바뀌기를 원한다면, 그럴만한 이유를 회사가 만들고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회사에는 지켜야 할 중요한 가치나 달성해야 할 중요한 목표가 있다. 그것을 위해 직원을 일종의 자원처럼 활용하기도 한다. 사정이 어려워서 대규모의 구조조정을 할 때에도 회사의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이것 역시 틀린 말이 아니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 다만, 직원 역시 본인에게 중요한 것이 있을 수 있고, 그것을 위해 회사를 도구처럼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어떤 사람에게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일 수 있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단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일 수도 있다. 나에게 입장이 있듯이 상대방에게도 입장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는 게 관계의 기본이다.


예전에 어떤 회사의 채용 프로세스를 경험한 적이 있다. 그 과정에서 조직이 나에게 요구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채용 과정을 거치면서 정작 그 조직은 나에게 요구하는 가치를 실행하지 않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과적으로 내가 채용의 문턱을 넘지 못해서 과정은 종료가 되었지만, 그 회사에 가지 못한 것이 아쉽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회사가 구성원에게 요구하는 것, 회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 회사에 대한 구성원의 태도 등은 거꾸로 구성원의 입장에서도 생각할 수 있다. 구성원도 회사에 요구하는 것이 있고, 구성원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있으며, 회사가 구성원을 어떤 태도로 대하는지 살핀다. 따라서, 회사와 구성원이 건강한 관계를 형성하려면 회사가 원하는 것을 구성원의 입장에서도 생각할 수 있어야 하겠다. 그리고, 그것이 더 좋은 인재와 관계를 맺게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summary>

구성원에게 원하는 인재상을 회사 또한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비용과 이익은 구성원에게도 중요하다.

구성원에게는 나름의 중요한 가치나 목적이 있고, 그것을 위한 도구로 회사를 생각할 수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데이터와 함께 필요한 것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