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초겨울에 타이베이를 방문했다. 초겨울이라고 해도, 한국보다 훨씬 남쪽에 있는 곳이기 때문에 춥지는 않았다. 기억에는 돌아다니기 적당한 날씨였던 것 같다. 타이베이를 방문한 것은 이때 한 번 뿐이지만, 그래도 일주일 남짓 있었기 때문에 돌아다닐 시간은 충분했다.
타이베이는 분명 중국인이 사는 곳이지만, 중국의 도시보다는 일본의 도시를 닮았다는 느낌을 받았다. 2018년의 한 여론조사에서, 타이완 사람들의 84.6%가 일본에 호감을 가지고 있다고 나왔는데, 타이완을 돌아다니다 보면 타이완 사람들이 일본에 우호적이라는 것을 쉽게 느낄 수 있다.
타이베이의 가게에서는 일본 노래가 많이 흘러나왔다. 거리에는 일본 차가 많이 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요시노야 같은 일본의 체인 음식점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심지어, 대형 잡화점 '도큐 핸즈'와 대형 서점 '키노쿠니야', 애니메이션 관련 상품을 파는 '애니메이트'도 있었다. 그래서인지, 당시 타이베이에 대한 나의 종합적인 인상은, '중국인이 사는 일본 도시'였다.
대한민국이 타이완과 수교를 단절한 것이 1992년이었다. 중국과 수교를 시작하면서 타이완과 단교를 하게 된 것인데, 그래서 한국에 대한 감정이 상당히 오랫동안 안 좋았다고 한다. 다행히 내가 방문한 2014년에는 분위기가 많이 나쁘지 않았다. 한국 노래도 간간이 들려왔고, 한글이나 한국 음식, 한국 캐릭터 같은 것도 종종 만날 수 있었다.
나는 유럽을 좋아하지만, 서양 음식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그래서 동양의 도시를 다닐 때는, 입에 맞는 음식이 많다는 사실이 좋다. 특히, 일본이나 중국, 대만 같은 경우는 더욱 입에 잘 맞는다. 타이베이에 가서 먹은 음식 중에 기억나는 것은 장어 덮밥과 망고 빙수가 있다. 장어 덮밥은 일본 음식점에서 먹었는데, 사람이 많다고 하여 영업을 시작하기 전에 먼저 갔다. 그런데, 나처럼 영업 전에 온 사람들이 이미 긴 줄을 형성하고 있었다. 다행히 가게가 영업 시작 전에 먼저 문을 열어 손님들이 안에 앉을 수 있도록 하고, 주문도 미리 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영업이 시작되자마자 차례대로 주문한 음식을 서빙하기 시작했다.
망고 빙수는 생각해보면 별다른 재료가 없는 단순한 망고 빙수였던 것 같은데, 왠지 모르게 엄청 맛있었던 기억이 난다. 어쩌면 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먹은 망고 빙수였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양이 무척 많았다. 빙수를 먹고 배가 부른 것도 그때가 처음이었다. 그 외에 카스텔라 빵도 맛있었고, 완탕면도 맛있었다. 딤섬으로 유명한 딘타이펑 본점에서 딤섬도 먹고 싶었는데, 대기 시간이 한 시간이라서 근처 다른 집에서 딤섬을 먹었다.
한 번은 타이베이 시내에 있는 큰 공원에 나간 적이 있다. 공원을 좋아해서 다른 도시를 여행할 때면 공원에 많이 나가는 편이다. 그런데, 타이베이의 공원은 한적한 느낌보다는 활동적인 느낌이 더 강했다. 그날이 휴일이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데, 공원에 나와서 여러 가지 활동을 하는 사람이 많았다. 한적한 공원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활기찬 공원의 느낌도 나쁘지 않았다.
한국 사람에게 타이베이는 인기 있는 여행지는 아닌 것 같다. 유럽이나 동남아시아처럼 특색이 강하게 느껴지는 것도 아니고, 중국이나 일본에 비하면 다채로움도 덜 한 것 같다. 그래도, 타이베이는 타이베이 나름의 개성이 있고 재미가 있다. 특히, 중국과 일본이 묘하게 섞여있는 것 같은 분위기는 타이베이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것일 것 같다. 그래서 한번 정도는 방문해도 좋을만한 도시이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