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보다 훨씬 젊었던 시절에, 아름다운 가게의 물류 창고에 봉사 활동을 간 적이 있다. 그때 거기서 일하는 분이랑 얘기하면서, 그런 단체를 운영하는 데에도 돈이 들고, 그래서 기금이 충분히 모여야 실질적인 구호 활동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 이후 다른 곳에 봉사 활동을 다니면서, 그런 일을 하는 사람들도 보통 사람만큼의 삶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부금을 내는 사람은 자신이 낸 돈이 온전히 어려운 사람에게 쓰이기를 원한다. 하지만, 기부자와 수혜자를 연결하는 단체도 수입이 필요하다. 직원들 월급도 주어야 하고, 단체를 운영하는 데도 돈이 든다. 기부금의 일부는 그런 곳에 쓰일 수밖에 없다. 그래도, 비용은 비교적 고정적이기 때문에 기부금이 많을수록 수혜자에게 돌아가는 비율도 높아지기는 할 것이다.
지금은 봉사 활동은 안 하고 기부금만 내고 있다. 그리고, 기부자의 입장에서 구호 단체의 효용을 생각한다. 유니세프 같은 구호 단체가 없으면 아마 내가 직접 대상자를 찾아서 도움을 주어야 할 것이다. 부지런하거나 의지가 강한 사람들은 그렇게도 하겠지만, 나는 그렇게 의지가 강한 편은 아니어서 그렇게까지 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내가 낸 기부금의 일부는 그 일을 대신해주는 단체에 지급하는 비용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기부자뿐만 아니라 대상자의 입장에서도 구호 단체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구호 단체가 있기 때문에 큰 기금이 모일 수 있고, 더 많은 사람이 도움을 받는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대상자도 기부금의 일부가 구호 단체의 운영에 쓰이는 것에 큰 불만은 없을 것 같다.
기부금의 일부가 단체의 운영을 위해 쓰이는 것에는 불만이 없지만, 단체의 운영이 효과적으로 되고 있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여러 구호 단체가 경쟁하듯이 기부자를 모집하고, 새로운 이름의 구호 단체가 등장하는 것을 보면, 왠지 낭비되고 있는 비용이 있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저 많은 구호 단체가 그냥 하나의 큰 단체로 통합되면 비용을 더 줄일 수 있고, 그만큼 더 많은 돈을 좋은 곳에 쓸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과거에는 게임이나 영상 중간에 발생하는 광고에 부정적인 사람이 많았지만, 지금은 예전에 비해 많이 호의적이 된 것 같다. 광고가 제공하는 가치가 어느 정도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예능 프로그램의 PPL에 대해서도 많이 관대해졌다. 사람들이 PPL에 관대해진 것은, PPL이 프로그램에 기여하는 가치 때문이라기보다는, PPL 덕분에 양질의 프로그램을 사람들이 볼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 아닐까 한다. 그런 면에서, 기부금도 대상자에게 발생하는 가치뿐만 아니라 기부자에게 발생하는 가치를 명확히 하면 어떨까 생각한다. 물론, 그런 것이 실제로 효과가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구호 단체의 광고들은 대체로 비슷한 포맷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대상이 되는 사람이나 동물의 처지를 잘 이해시키는 데 집중한다는 느낌이다. 그것이 실제로 효과가 좋아서 그런 포맷을 사용하고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내가 알고 있는 심리학적 지식과 다소 맞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호텔에서 수건을 아껴 쓰면 자연을 보호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메시지보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수건을 아껴 쓰는 데 동참하고 있다는 메시지가 더 효과적이었다는 얘기가 생각난다. 구호 단체의 메시지들에도 심리학적 통찰들이 활용되고 있을지 궁금하다.
구호 단체는 분명 좋은 일을 하는 단체지만, 그렇다고 단체 내부도 꼭 좋은 모습이라는 보장은 없다. 실제로, 좋은 일을 하는 조직이지만 내부적으로는 그렇게 좋은 조직의 모습을 갖지 못한 조직을 본 적이 있다. 사명감을 무기로 휘두르기도 하고, 권위를 앞세우기도 한다. 물론, 어느 조직이나 안 좋은 면은 있기 마련이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를 돌아보고 더 나은 곳으로 나아갈 의지가 있는가일 것이다. 그런 의지가 있는 단체는 외부 활동에 있어서도 점점 더 많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구호 단체는 아니지만, 회사에서 기부 동호회를 만들고 운영한 적이 있다. 회사에서 직원들에게 지원하는 동호회 활동비를 모아서 기부하는 동호회였다. 특별한 활동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회사의 허락을 얻어 정식 동호회로 활동할 수 있었고, 수년에 걸쳐 수천 만원을 몇몇 단체에 기부했다. 그때 알게 된 사실은, 누군가 귀찮은 일을 대신해주면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기부에 참여하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10명을 간신히 모아 시작한 동호회였지만, 나중에는 회사에서 두 번째로 큰 동호회가 되었다. 어쩌면 그때 구호 단체의 효용에 대해서 실감하게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사람들과 얘기를 나눠보면 구호 단체를 믿지 못하겠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정말로 믿지 못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자신의 상황을 정당화하기 위해 그렇게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구호 단체가 있기 때문에 그나마 도움을 받는 사람들이 분명 있다. 구호 단체가 없으면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구호 단체의 활동이 더 활발해 지기를 바란다. 그리고, 더 효과적이었으면 하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단체에서 활동하는 사람, 기부금을 내는 사람, 기부금의 대상이 되는 사람이 모두 행복하기를 기원한다.